[박재일 칼럼] 위기의 대통령과 TK의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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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11

편집국 부국장 겸 정치부문 에디터
나라도 위태위태하지만, 솔직히 나는 TK(대구·경북)가 더 걱정된다.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듯, 특정 시점의 모든 파고가 지나고 가면 결국 혼자 남는다. 달리 말하면 대한민국의 성장진통을 믿고 이 사태가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귀착된다면, 결국 실용적 실리로 나의 문제, 즉 내 지역이 남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견, 천만다행이다. 최근 몇 년간 대구·경북의 정치적 궤적을 말한다. 돌이켜 본다면 우리 TK는 지역적 전체주의의 길을 걷고 있지 않나 하고 우려하던 시절도 있었다. 일전에 이 칼럼에서도 썼듯이 27대 0이었다. 대구·경북 전 선거구 27개(지금은 25개)를 1당이 독점했다.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큰 맹점은 독점이다. 독점은 경제영역에서만 폐해를 낳지 않는다. 단결을 가장한 독점은 한편 정치적 부조리다.

지난해 4·13총선은 오랜만에 TK의 정치력 복원을 암시했다. 그것이 ‘배신의 정치’에서 출발했든, ‘자기 정치’에서 비롯됐든 TK의 다양화다. 민주공화국으로 응수한 바른정당의 주축 유승민을 낳았고, 컬러풀 대구 정치를 외치는 시민들은 30년 만에 전통야당 후보인 김부겸을 당선시켰다. 이들은 대권도전에 나서고 있다. 한 집안 식구도 일치단결하기 어렵듯, 500만 TK도 영원히 정치적 일원주의가 되기에는 사실 너무 크다. 80%란 가공할 득표력의 정통성이 무너진 이 시점에서, 미래의 여러 선택을 보유한 다양성은 천만다행이다.

권력을 배출했다고 덕을 보는 시대는 지났다. 대통령을 배출한 것은 자랑이지만, 그걸로 우리가 다른 지역을 뛰어넘는 이익을 편취할 수는 없는 시대다. 진박(진짜 박근혜파)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총선에서 투표일 이틀 전 새누리당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이 대구에 왔다. 주호영, 홍의락 등 무소속 후보들의 도전에 다소 다급해진 새누리당이었다. 서 위원장은 “대통령(박근혜)에게 10대 대기업 대구 유치를 건의해 청와대로부터 여러모로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역대 총선에서 숱하게 들었던 ‘대통령 선물론’이다. ‘신공항 선물을 줄 것 같다’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이 올 것이다’ 등등. 물론 배달되지 않는 선물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정치적 지체를 마냥 용인하며, 시대적 낙오가 될 수는 없다. 정치는 여전히 개인이든 지역이든 실익을 위한 유효한 장치고, 우리 주변을 둘러싼 큰 외피다.

TK정치권이 대분화의 변혁기를 지나고 있다. 끝내 박근혜 대통령을 옹위하는 세력, 기존 공간(당)을 쇄신하겠다는 파, 바른정당으로 탈출한 이들, 그리고 한편에서 야도(野都) 대구 복원을 주창하는 세력이 있다. 다 행운을 빈다. 정치적 분화가 늘 좋을 수는 없지만, 시점에 따라서는 그게 미덕이 될 수 있다. 실용주의적 사고로 대구와 경북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변혁의 멀티(Multi) 시대에 연장 하나로 TK를 다 보듬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 이 사태(최모씨란 이름을 여기 칼럼에 담고 싶지도 않다)를 둘러싸고 이해할 수 없는 스탠스를 보이는 분파에 조언하고 싶다. 대통령이 부당하게 공격받고 있다면서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이들인데, 사실 의리는 둘째 치고 논리가 없다. 논리가 없으니 나서지 못하고 결국 의리마저 실종된다. 분명한 사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대 정신’을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적으로 담아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아쉽지만 인정해야 한다.

나라도 그렇지만, TK는 역사의 변곡점에 선 듯하다. 이제 조만간 권력의 불확실성은 대선을 통해 걷힐 것이고, 정리될 것이다. 이렇듯 저렇듯 그것은 정권교체다. 대구의 정치적 분화는 어쩜 새로운 환경에 내성을 기를 수 있다. 익숙지 않은 정권, 그것이 문재인 정권일지라도 적응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행여 친(親)TK정권이 다시 창출된다면 그건 덤일 것이다. 어떤 변화 속에서도 TK정치는 지역을 보듬고 갈 여러 장치를 장착하고 가야 한다. ‘올인’은 도박에서나 하는 것이다. 한편 걱정 속에서도 천만다행이다. TK정치,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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