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현행 헌법과 대통령 결선투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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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11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
결선투표제는 시행 가능
단일화의 압박 받지 않고
특정 후보 유불리도 없어
대선 도박판화 차단 도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진 직후 실시된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이 경쟁하여 노태우 후보가 득표율 36.6%로 당선된 사례는 단순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하는 제도의 문제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과반에 턱없이 못 미치는 표를 얻어 당선된 대통령이 민주적 정당성이나 국정 추진력을 부여받기는 어렵다. 단순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하는 제도는 투표자 과반수가 ‘원하지 않는’ 당선자를 배출할 가능성을 언제나 안고 있다.

유력 후보들은 대선 때마다 후보 단일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단일화 과정은 불투명한 흥정과 벼랑 끝 협상 전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인물 선호를 중심으로 한 단일화 과정에서 지지자들 간에 갈등과 반목이 고조된 나머지 정치에 대한 혐오와 냉소적 심정을 안고 투표일을 맞이한 경험이 한두 번씩은 있을 것이다.

결선투표제는 이런 자학적인 도박판을 중단할 수 있게 한다. 결선투표제는 여러 후보의 다양한 정책이 소개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제공하며 후보들 간에 투명하고 명분 있는 정치 연합을 가능하게 한다. 후보들은 ‘단일화’ 압박에 시달릴 필요 없이 자신의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게 되고, 유권자들은 ‘사표’를 고민할 필요 없이 자신의 정책 선호에 따라 투표할 수 있게 된다. 사표에 대한 고민 때문에 상위권 후보에게만 인위적으로 집중되던 표들이 결선투표제하에서는 왜곡되지 않고 제대로 표출된다.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하는 유력 후보들은 1차 투표 득표율에 상응하는 협상력을 기반으로 결선 후보와 정책 연대 및 연정을 떳떳하고 투명하게 이룰 수 있게 된다. 분열과 배척의 정치가 아니라 포용과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결선투표제가 특정 정치 지향의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은 아니다. 87년 대선에서 결선투표제가 시행되었더라면 야당 후보에게 유리했겠지만, 97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이인제 후보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60%에 가까웠으므로 결선투표제는 이회창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특정 후보에 대한 유불리에 따라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것은 기회주의적 태도이며, 민주적 정당성과 대의명분을 아랑곳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리배의 비열한 행태라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헌법 개정 없이는 결선투표제 도입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아예 헌법 자체에 대통령 당선은 “최고득표수로써 결정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던 1952년 및 1954년 헌법하에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행 헌법은 최고득표수로 당선자를 정할지, 결선투표로 정할지를 못 박지 않고 이 문제를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하는 현행 대통령 선거제도는 헌법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187조에 규정된 것이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되고, 헌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 표결로 당선자를 정하도록 하는 헌법 67조2항 때문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 조항은 2인 이상의 최고득표자가 단 한 표 차이도 없이 동점인 희귀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다. 로또 당첨 확률보다도 낮을 이렇게 특이한 경우에까지 결선투표를 굳이 시행해야 할 이유는 없다. “최고득표자가 1인으로서 그 득표수가 유효투표의 과반수에 달하지 않을 때” 결선투표를 실시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 현행 헌법과 아무 충돌이 없다.

결선투표제는 후보자가 적어도 3인 이상인 경우에만 동원될 여지가 생기는 제도이므로 단독 후보자의 당선 요건을 정해둔 헌법 67조3항은 결선투표제와는 아무 관련도 없다. 결선투표제는 매우 중요한 제도이므로 헌법을 개정해야 도입할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은 단순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하는 현행 제도가 헌법이 아니라 법률로 도입된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자들의 허황된 상상이거나 결선투표제를 내심 원하지 않는 자들이 애꿎은 헌법 핑계를 무리하게 끌어다 대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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