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당신은 무엇을 원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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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0 07:53  |  수정 2017-01-10 09:05  |  발행일 2017-01-10 제23면
20170110
안현주 <메시지캠프 기획팀장>

미국에서 친구들과 자주 가던 ‘치폴레’라는 멕시칸 식당이 있었다. 이 식당에서 주문하는 방법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지 않은데 서브웨이를 생각하면 된다. 채소 담당, 치즈 담당 등 종업원들이 일렬로 서 있고 우리가 원하는 재료를 이야기하면 접시에 담아준다. 우리나라와 식재료가 다른 탓도 있지만 소스에 버무려진 채소들의 정체를 알아채기란 수수께끼와도 같았다. 뒤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란 생각에 가끔 예상하지 못한 조합의 식사를 한 적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결정 장애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지도 모르는, 개인의 선택이 극대화된 식당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오이를 빼달라고 한다면 웨이터는 너무나 쉽게 그러겠다고 할 것이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아이팟, 커스터마이징된 닥터드레 헤드폰을 기억하는가. 이러한 선택의 극대화는 아마도 서양 특유의 개인주의와 다양한 문화의 공존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저지방 우유, 고칼슘 우유 등을 프리미엄 우유로 구분해서 가격에 차등을 두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일반 우유든, 프리미엄 우유든 같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이는 영양소나 성분의 차이도 초코 우유와 딸기 우유처럼 개인의 기호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한 쪽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시비지심(是非之心)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다. 많은 옵션은 때때로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다만 ‘하나로 통일하죠’라는 말에 묻혀버린 당신의 의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는 다수의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암묵적으로 개인 또는 소수의 의견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한 지인이 국제적인 시상식을 다녀와서 우리나라가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다. 다른 심사위원들은 나서서 자국의 작품을 강하게 어필하는 반면 한국과 일본의 심사위원들은 조용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작품은 수상하지 못했다. 공동체를 중요시해 온 우리 사회의 특성상 개인이 원하는 바를 감춰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상대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연습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물론 공동의 가치를 앞세워야 할 때도 있지만 다양한 관점과 선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여러 의견이 서로 보완되고, 시너지를 얻어서 더 좋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
안현주 <메시지캠프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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