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작은 꽃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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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9 08:01  |  수정 2017-01-09 08:01  |  발행일 2017-01-09 제22면
[문화산책] 작은 꽃 한 송이
신문광 <화가>

몇해 전부터 나의 그림 속에는 작은 꽃 한 송이가 자주 그려져 그 이유와 꽃의 의미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전시의 테마가 된 한 송이의 꽃은 색색이 펼쳐진 바탕색과 풀잎들 사이로 숨어 있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 보이기도 한다. 꽃의 이미지는 어디에서나 흔하고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소재다. 밝은 색깔의 작은 꽃은 활짝 피어나 고운 모습을 잠시 보여주곤 이내 시들고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림 속 풍경에 한 송이 꽃이 피어있는 모습은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즐거웠던 어느 순간이 되기도 하고,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외로운 시간을 혼자 조용히 숨어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꽃의 의미 자체가 활짝 피었다가 이내 시들어 버리는 짧은 순간을 나타내듯 삶의 시간도 꽃처럼 순식간에 흘러가 버리고 만다. 최선을 다한 아름다움과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에 남아서 자꾸 작은 꽃 한 송이를 그리는지도 모르겠다.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식물의 시간은 사람들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멈춰있는 듯 보이지만 아주 느리게 움직여 사람의 눈으로는 그 순간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풀 한 포기도 꽃 한 송이도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그 치열한 삶의 순간은 아무도 모른 채 그저 절정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고 가장 화려한 순간만 기억하고 감동하는 것이다.

전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보는 사람은 밝고 화려한 모습만 보며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고 칭찬을 한다. 긴 시간 힘들게 혼자 작업실에서 보낸 시간을 다 보여줄 수도, 설명할 수도 없다. 꽃의 시간처럼 그림에도 남은 알 수 없는 숨은 시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짧은 순간이나마 긍정적이고 따뜻함이 사람을 밝고 즐겁게 한다면 아름다운 소재를 항상 염두에 두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본다. 꽃이나 풀 잎사귀가 항상 내 눈을 멈추게 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오히려 작업해 나가는 동안 나 자신도 꽃의 절정을 표현하면서 내 삶의 의미와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한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가장 빛나는 시간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사라지고 없어질 절정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작은 꽃 한 송이로 표현해본 것이다.

다시금 창문을 활짝 열고 싸늘한 공기 속에 다음에 피워낼 새로운 꽃의 바탕색깔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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