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과정을 중시하는 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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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9 07:50  |  수정 2017-01-09 07:50  |  발행일 2017-01-09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과정을 중시하는 한 해

방학이 평소보다 더 괴롭다는 아이들이 많다. 많은 학생들에게 방학은 스스로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면서 평소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영화도 보며 다소 여유롭게 지내는 시간이 아니다. 부모님들은 방학을 신학기에 남보다 앞설 준비를 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소크라테스의 아버지는 석공이었고, 어머니는 임부의 출산을 도와주는 산파였다. 그의 교육 방법론은 부모의 직업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어느 날 아버지의 작업장에 찾아가 질문을 했다. “아버지 참 이상해요. 엄마는 이웃 아주머니 집에 가서 어떻게 그렇게 예쁜 아이를 만들어 내나요? 엄마가 가면 없던 아이가 생겨나요.” “아주머니 뱃속에 이미 아기가 있었단다. 다 자란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답답하다고 우는 소리를 듣고, 아기가 나올 수 있도록 네 엄마가 도와주었단다.”

“아빠는 어떻게 저 울퉁불퉁한 돌로 멋진 사자나, 아름다운 여신상을 만드시나요” “사자나 여신은 이미 돌덩이 속에 살아 있었단다. 내가 사자를 만들까 생각하면 돌덩이 속의 사자가 ‘답답하니 나를 자유롭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울부짖는단다. 나는 그 외침을 듣고는 사자를 자유롭게 해주려고 그 녀석을 가두고 있는 돌을 깬단다. 그러면 돌 속에 갇힌 사자가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되지.”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을 가르칠 때 자신이 사용하는 문답식 교수법을 ‘산파술’이라고 불렀다. 산파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임부가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듯이, 사람이 무엇을 배우거나 깨닫게 하는 것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도 출산과 같고, 언어는 산파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람의 내면에 들어 있는 해답이나 해결책을 끄집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나 부모는 기대하는 결과물이 빨리 나오도록 잡아당겨서는 안 된다.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의 하루 일과와 학습 계획 등 모든 일에 개입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강요하니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싫어도 참고 따라 준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배움의 즐거움이나 지적 희열 같은 것이 자리 잡을 여지가 없어진다. 시키는 대로만 하는 아이는 스스로 취해 밤 새워 책을 읽거나 무엇을 만들지 못한다. 소크라테스의 교육 방법에 따르면 부모나 교사는 문제를 제시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문제를 푸는 것은 본인이 해야 한다.

오늘의 세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교육의 생산성을 생각해야 한다. 올해는 모든 일을 너무 서둘러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과정을 중시하고,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하며, 과정을 즐기는 한 해가 되게 하자. 과정이 올바르면 결과는 좋게 마련이다. 부모와 교사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리며 지켜보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아이들도 배우는 과정 하나하나를 즐길 수 있게 되어, 배움은 고통이 아니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 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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