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작심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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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5 08:07  |  수정 2017-01-05 08:07  |  발행일 2017-01-05 제23면
[문화산책] 작심삼일
전태현 <성악가>

2017년 정유년의 새 아침이 밝았다. 뉴스에서는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전국 곳곳의 명소로 몰려들었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새해의 첫 일출을 보며 마치 오래 기다렸던 귀한 손님이 찾아온 듯, 사람들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찬란한 광경 앞에 저마다 느끼는 감정은 서로 다른 듯했다. 어떤 이들은 기도를 하고 어떤 이들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새해의 희망을 이루기 위해 큰 결심을 하는 듯 큰소리로 함성을 보낸다. 나도 그 모습에 동화되어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결의에 찬 결심을 해본다.

‘그래! 운동을 해서 보디빌더와 같이 멋진 몸을 가져 보는 거야.’ 당장 집 밖으로 뛰어나가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을 결심하려던 그때 갑자기 내 머리를 스치다 못해 강하게 두드리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었다.

30대 후반의 나이가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작심삼일을 경험했던가. 태권도, 유도, 영어, 수학,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조절 등 내가 결심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작심삼일은 항상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렇게 뭐 하나 남들에 비해 뛰어난 것 없이 살아온 나는 중학교 시절 음악 선생님한테서 칭찬이라는 것을 처음 들었다.

“남들에 비해 크고 맑은 목소리를 가졌고 노래를 잘하네" “고놈, 참 순하네"라는 칭찬. 생전 처음 듣는 칭찬에 얼떨떨했지만 참으로 기뻤다. 나도 남들에 비해 무엇인가 뛰어난 게 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경북예고 성악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우수한 실기 성적으로 입학했고 첫 실기시험에서 성악과 남학생 중 1등을 했다. 처음으로 맛본 1등이라는 낯선 등수는 나로 하여금 하늘을 날듯 뛰게 하였다. 그날의 감격 이후 성악은 나의 ‘작심삼일 굴레’를 벗어난 유일한 분야가 되었다.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연습에 매진했다. 지겹지도 지치지도 않았다. 잘 될 때 더 열심히 했고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도 벗어나고자 매일 연습실에서 발버둥을 쳤다.

2017년 정유년에는 자신의 좋지 않은 습관이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더 전문적으로 발전시킨다면 오히려 더욱 큰 경쟁력이 생기고, 나아가 삶의 활력소가 되어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한 해를 더 뜻깊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태현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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