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우리도 자랑할 수 있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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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4   |  발행일 2017-01-04 제30면   |  수정 2017-01-04
20170104
전영 뉴미디어본부장

수도 버리고 도망간 선조도
반성보다 당파·당쟁 탓만 해
나라·아이 미래 위해서라도
다음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모든 노력을 쏟는 사람 뽑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모든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 제69조에 규정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온 국민이 바라보는 자리에서 준엄한 취임선서를 했지만, 지금은 탄핵되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자신의 입으로 말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다짐을 얼마나 실천했는지에 대해 묻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박 대통령은 수차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나는 잘못이 없다. 최순실이라는 개인이 저지른 잘못이며 한 명의 개인을 잘못 사귄 결과라는 이야기다.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400여년 전 한 명의 지도자가 있었다.

조선 제14대 임금 선조는 왜군이 질풍노도처럼 쳐들어오자 백성을 버리고 야반도주해서 의주까지 피란을 갔다. 거기에서 ‘용만서사(龍灣書事)’라는 시를 지었다. 다른 해석도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나라의 일이 이렇게 어지럽고 다급한데/ 누가 곽이처럼 충성을 다할 것인가/ 서울을 떠난 것은 큰 계책이 있기 때문이고/ 회복하는 것은 그대들에게 달려 있나니/ 국경의 산에 뜬 달 보며 슬피 울고/ 압록강 바람에 마음이 상하네/ 조정의 신하들이여, 오늘 이후에는/ 동인서인하며 다시 싸우지 마오’(용만관은 조선 왕조 때 평안도 의주에 있던 중국 사신을 접대하던 건물이다. 곽이는 중국 당나라 때 안녹산의 난을 평정한 곽자의와 이광필을 지칭하는 것으로 본다.)

조선시대에 당쟁과 당파싸움이 나라를 어지럽힌 것은 사실이다. 그에 앞서 더 큰 문제는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갈피를 잡지 못한 임금에게 있다. 그럼에도 의주까지 피란 간 선조는 당쟁을 원망하고 자신은 마음이 아프다는 한심한 이야기만 한다.

임진왜란에 이어 정유재란까지 당했지만 이후에도 나라는 안정되지 못했다. 국란으로 잠잠하던 당파는 오히려 더 크게 싸우기 시작했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선조는 오히려 자신의 왕권을 지키기 위해 이들의 싸움을 부채질하고 이용했다.

선조가 이렇게 된 데는 그가 준비되지 않은 왕인 것도 이유가 된다. 선조는 중종의 서자인 덕흥군(德興君)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명종이 후사 없이 죽자 인순왕후의 지목으로 왕위를 이어받았다. 어린시절, 좋은 스승들로부터 ‘왕도’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

2017년에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지만, 국민의 마음을 하나도 읽지 못하는 것 같다. 국민들은 “누가 된들 뭐가 달라지겠어? 거기서 거기지”라고 말한다. “지금껏, 여태껏 그래왔으니까”가 이유다.

국민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일까?

‘굿모닝 프레지던트’라는 영화가 있었다. 여기에는 세 명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이순재·고두심·장동건이다. 이들 세 명은 각기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일에 있어서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은 쉴 때는 주름살 이야기도 하고 드라마도 보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만큼은 남 탓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노력을 쏟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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