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지방 소멸, 대한민국 침몰

  • 김신곤
  • |
  • 입력 2017-01-03   |  발행일 2017-01-03 제30면   |  수정 2017-01-03
20170103

지방분권 개헌 시대적 과제
국가발전 동력 다양성 확장
안보와 경제적인 위험 분산
국가도 살고 지방도 사는 길
우물쭈물하다간 기회 놓쳐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이슈가 됐다가 잠잠해지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개헌이고, 둘째는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정치인들이 권력 향유에만 관심을 가질 뿐, 권력의 공정분배에는 눈을 감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정국에도 어김없이 개헌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대선주자들의 개헌에 대한 입장은 각자의 손익계산서에 따라 대선 전 개헌, 대선 후 개헌으로 나뉜다. 경험상 대선 후 개헌 주장은 사기(詐欺)였다. 개헌 논의 가운데 분권형 개헌론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전횡과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요구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인이 된 김윤환 전 국회의원도 5년 단임제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한탕주의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정 지역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면 그 지역과 주변 인사들이 요직 곳곳에 파고들어 승자독식의 이권 챙기기에 급급한 작태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분권형 개헌론 또한 맹점이 없는 게 아니다. 정치상황에 따라 국무총리와 내각이 자주 바뀌고, 다른 형태의 전횡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독점적 권력구조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권력이 중앙과 지방에 골고루 분산되어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론이 급부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력구조가 어떤 식으로 재편되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현 시점에서 지방분권 개헌은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권력집중을 기업으로 비유하자면, 서울과 경기도 등의 수도권이 대기업이라면 지방은 중소기업과 비슷한 입장이다. 대기업인 수도권은 중앙집권체제 하의 막강한 권력과 자금을 움켜쥐고 하도급 중소기업에 불과한 지방으로부터 국세를 거둬들여 자기들이 필요한 곳에는 펑펑 쓰고, 지방에는 연명할 만큼만 나눠준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집중현상과 유사한 이런 약탈적 권력구조에서는 지방에서 아무리 자치분권을 실현하려고 해도 돈줄과 권한, 재량권이 없어 불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2015년 9월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이란 책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인구감소가 심각한 일본의 지방소멸 사태는 결국 일본 전체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마스다보고서’는 우리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일본 도쿄의 인구집중 극점(克點)사회는 젊은이들의 실업률 상승과 결혼 및 출산의 포기, 고령화 사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을 초래한다는 지적은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인구감소를 중단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도 곧 지방은 소멸하고, 이는 수도권과 대한민국 전체에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경북의 경우 ‘지방소멸 위험지수’는 인구쇠퇴 주의단계(1.0)와 인구소멸 위험단계(0.5) 사이인 평균 0.62이며, 전체 23개 시·군 중 16개 시·군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지방분권 개헌은 국가발전 동력의 다양성을 확장하고, 안보 및 경제적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국가도 살고, 지방도 살리는 지방분권 개헌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지방 홀대와 지방자치의 한계를 몸소 체험한 광역단체장과 지역 출신 국회의원, 지방분권단체 등은 지방분권 개헌 운동에 적극 헌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방분권 개헌을 주창하면서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관용·안희정 도지사, 김부겸 국회의원 등이 전략적 연대를 결성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들이 대선 개헌정국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지역의 광역단체장들과 여론이 힘을 보탠다면 지방분권 개헌의 동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권한과 자원이 집중된 독점적 권력구조의 모순은 타파되어야 한다. 우물쭈물하다간 지방분권 개헌론이 또다시 선거철 로고송처럼 요란만 떨다가 사그라질 수 있다.
김신곤 경북본사 총괄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