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생떼 쓰는 경북도의회 의원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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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8   |  발행일 2016-12-28 제30면   |  수정 2016-12-28
20161228

대구경북연구원의 실적은
흠잡을 데가 별로 없지만
유독 경북도의회만 비판적
운영비 39억 중 29억 삭감
연구원을 압박하는 속내는


대구경북연구원은 1991년 대구시와 경북도의 공동 출연으로 설립된 정책연구기관이다. 운영비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비슷한 비율로 부담한다. 대구시는 내년에 38억원을 운영비로 출연한다. 경북도는 10억원만 낸다. 당초 39억원이 편성됐는데 경북도의회가 무려 29억원을 깎은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수단으로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등을 함께 꾸려가고 있다. 이들 기관이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경연구원이 도출해 내야 하는 정책적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때문에 내년 봄에 있을 추경 편성 때 원안대로 복원되지 않으면 이와 관련된 사업을 제대로 펼치기가 어렵게 된다. 대구시와 경북도 모두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경북도의회의 대경연구원 예산 삭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예산심사 때 한 차례 깎았다가 이듬해 추경에서 되살렸다. 2015년에는 운영비를 전액 삭감한 뒤 도의회 의장이 “과거(2011년)처럼 삭감된 예산이 추경에서 다시 살아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지만 몇 달 후 이를 뒤집고 추경에서 삭감액 전액을 부활시켰다.

2015년 삭감 당시 “(대경연구원이) 대구시와 경북도의 상생모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의 연구실적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자구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며 내놓은 공식 입장에서 나타나듯 세 번에 걸친 삭감 배경에는 항상 연구 실적 미비가 자리하고 있다. 질 낮은 성과, 대구에 편중된 과제 수행, 연구보고서 유사·중복 사례 등도 언급된다.

조목 조목 살펴보자.

연구실적 미비와 질 낮은 성과에 대한 근거가 없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지난 20여 년간 지역의 산업, 경제, 도시와 농촌, 교육,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비전과 정책을 개발해 내는 등 지역을 이끄는 싱크탱크 역할을 비교적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대구시의회는 이 같은 평가에 동의한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의 성과를 놓고 봐도 대구·경북 관련 정책 및 수탁 과제 32건을 수행해 국비를 확보했다. 이 가운데 26건이 경북지역의 과제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유독 경북도의회만 연구실적이 거의 없고 성과가 없단다.

대구에 편중된 과제 수행이라는 지적은 이치에 맞을까.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정책과제 336건을 수행했다. 이 가운데 대구시의 것이 151건, 경북도의 것이 124건이며 공통이 61건이었다. 수탁과제는 전체 172건 가운데 대구가 63건, 경북은 72건이다. 37건은 공통이었다. 덧셈, 뺄셈만 알아도 대구에 편중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2013년 다른 논문·보고서와 유사율이 32%인 보고서가 발견된 것 이외에는 연구보고서 유사·중복 사례가 아직 없다. 대경연구원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 6월부터 연구원 연구과제는 물론 대경CEO 브리핑, 대경포럼 등 연구원 간행물을 대상으로 표절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근거 없는 논리로 대경연구원을 압박하는 경북도의회의 진짜 속셈은 뭘까. 남의 돈(세금)을 내 돈인 양 손에 쥐고 “내 앞에 줄을 똑바로 서”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치졸하기 그지없다. ‘을’의 지위에 있는 대경연구원이 지난해 경북도의회의 ‘영(令)’을 받들어 경북지역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까지 단행했는데….

추경 때 삭감한 예산을 되살릴지 아니면 그대로 놔둘지 알 수 없지만 하나만 부탁하고 싶다. 삭감이 유지된다면 제발 아이처럼 막무가내로 생떼 쓰지 말고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유선태 (신도청권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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