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트럼프 당선자를 끝장토론에서 이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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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6 08:18  |  수정 2016-12-26 08:18  |  발행일 2016-12-26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트럼프 당선자를 끝장토론에서 이겨라

지난 12월 초 향기박사가 근무하는 DGIST 캠퍼스에서는 ‘DGIF 2016(DGIST Global Innovation Festival 2016)’ 행사가 있었습니다. 2011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이 행사는 향후 미래 세계 사회를 전망하고 토론하는 ‘다보스 포럼’처럼 우리나라의 대표 국제포럼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 아래, 세계적 석학을 비롯해 국내외 정상급 연구자와 학생들을 초청해 최신 과학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융복합 과학기술 교류의 장입니다.

올해 개최된 DGIF 2016은 ‘지성(Intelligence)’을 주제로 개최되었는데, 하이라이트는‘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이란 주제로 열린 패널토론이었습니다. 이 패널토론은 DGIST 박상철 웰에이징연구센터장의 진행으로 뇌과학 전문가인 중국 뇌연구원 원장 무밍 푸 교수, 빅 데이터 전문가 UC버클리 빈 유 교수, 인지과학 전문가 미국 조지타운대학 마이클 울만 교수, 인공지능 연구자인 일본 나고야공업대학 이치로 다케우치 교수와 홍콩 중문대학 샤오강 왕 교수를 모시고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그간 인공지능이 가져올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혹은 암울한 미래사회만을 부각시켜 정작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의 지능과 어떤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전문가적 관점에서의 비교에는 소홀했습니다. 이번 패널토론은 그런 아쉬움을 덜어낼 기회였고,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과의 상생을 도모해야 하는 우리의 고민에 대한 해답도 얻은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이 패널토론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질문들이 다뤄졌는데, 이 질문은 향후 인간의 지성을 닮은 인공지능 개발에도 반영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미래과학자들에게는 커다란 이정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지성은 평생을 거쳐 습득된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훈련이 되어 있어 어느 단계에 이르면 많은 데이터 없이도 정확한 선별이나 결정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뇌는 컴퓨터가 빅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처럼 빠르게 과거 정보들을 뇌 속에서 처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지적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세상에는 컴퓨터처럼 많은 정보만을 갖고 있고 정작 사람 간의 소통은 잘 안되는 이도 많습니다. 이렇게 기계적 사고만을 고집하는 사람에게는 소통을 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데, 아마 이러한 방식을 인공지능 학습에도 적용한다면 인간의 지성에 버금가는 인공지능 개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주제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얼마나 능가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한 토론도 있었습니다. 그간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관계를 확인하는 데는 튜링 테스트를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1950년 영국의 수학자 겸 암호학자인 앨런 매티슨 튜링 박사에 의해 처음 제안된 튜링 테스트란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고자 하는 테스트입니다. 무밍 푸 교수님은 인간에게도 아직 불안정한 지성의 한 분야인 ‘언어(language)’에 주목하고 이야말로 궁극의 지능이며, 아직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에 미치지 못하는 분야라 주장하였습니다. 또 무밍 푸 교수님은 인공지능이 정말 인간의 지능에 근접하였는지에 대한 튜링 테스트를 대체할 새로운 테스트에 대한 제언도 하였는데, 인공지능이 토론을 하다 상대방의 굳어진 표정이나 언어표현의 반의적 의미를 파악하고 인공지능이 애초 계산으로 결정한 내용을 바꿔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지능에 버금간다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예로 들기를 가장 복합적이고 왜곡된 언어를 구사하는 직업군이 정치인이므로 만약 인공지능이 정치인을 토론에서 이긴다면 그 인공지능은 사람을 넘어섰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언으로 마무리하였는데, 향기박사는 정말 인공지능이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트럼프와의 끝장토론을 열고 그 토론회에서 트럼프에게 항복을 받아낸다면 그 인공지능은 사람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졌다 판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테스트 이름은 아마도 ‘트럼프 테스트’가 되겠죠? 2016년은 정말 인공지능으로 시작하여 인공지능으로 마무리되는 한 해였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미래가 다가올까요? 설레는 마음으로 2017년 첫 태양이 떠오르길 기대해봅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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