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마스터·업 포 러브

  • 김명은
  • |
  • 입력 2016-12-23   |  발행일 2016-12-23 제42면   |  수정 2016-12-23

마스터
어디서 본 듯한 그 사건…뼛속까지 나쁜 놈들을 쫓다


20161223

사람을 설득하는 타고난 기술과 정·관계를 넘나드는 인맥을 가진 진회장(이병헌)은 조(兆) 단위 규모의 금융사기 사건을 벌이는 금융조직 원네트워크를 이끈다. 진회장은 화려한 언변으로 남의 믿음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지만 정작 본인은 누구도 믿지 않는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위기 때마다 든든한 비호 세력을 이용해 수사망을 피해왔다. 은행을 인수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의 규모를 키우려는 중요한 순간, 경찰청장 직속 지능범죄수사대의 추격이 조여 오자 당황한다. 하지만 위기도 잠시, 간부 중에 배신자가 있다는 걸 눈치챈 그는 판을 한층 키울 글로벌한 플랜을 준비한다.


현실 빼닮은 兆단위 금융사기 다룬 범죄오락액션
이병헌·강동원·김우빈에 진경 등 최고 연기 조합
조의석 감독 신작…比 로케 車 추격신 등 볼거리



사법시험까지 패스한 엘리트 형사로 지능범죄수사대를 이끄는 김재명 팀장(강동원)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강직한 신념과 강한 상대일수록 더욱 거칠게 밀어붙이는 저돌성으로 성역 없는 수사를 펼쳐왔다. 반년간 진회장을 추적해 온 그는 위험하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회장뿐 아니라 그의 뒤를 봐주는 배후 세력까지 모조리 뿌리 뽑기 위한 본격적인 작전에 착수한다. 김재명과 지능범죄수사대는 원네트워크 전산실장을 맡고 있는 진회장의 브레인이자 최측근인 박장군(김우빈)에게 원네트워크 전산실 위치와 진회장의 로비 장부를 넘기라고 압박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로 원네트워크의 일일 정산프로그램을 개발해 억 단위에서 끝날 사기를 조 단위로 확장시킨 장본인인 박장군은 진회장 밑에서 자신의 몫을 챙길 타이밍을 노리던 중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갈등한다. 그는 재빠른 두뇌 회전과 판단력,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각과 행동으로 경찰과 진회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오히려 이 기회를 틈타 돈도 챙기고 경찰의 압박에서도 벗어날 계획을 세운다.

‘마스터’는 현 세태를 반영하는 영화다. 최근 충무로의 흥행 코드로 떠오른 사회 비판적 내용에 화려한 볼거리를 더했다. 여기에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등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이 저마다 개성 강한 캐릭터로 무장했다. 지능범죄수사대의 집요한 추격은 동시대와 맞닿은 통쾌한 대리 만족과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서울 도심과 대규모 필리핀 로케이션 촬영으로 자동차 추격전과 총격신 등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담았다.

2015년 ‘내부자들’에서 권력과 결탁한 깡패 안상구 역을 통해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보여준 이병헌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8년 만에 악역으로 돌아왔다. 그는 사기의 유전자를 타고난 인물로 상황과 상대에 따라 변화무쌍한 면모를 드러내는 진회장을 강렬한 이미지와 함께 서늘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인물로 탄생시켰다. 강동원은 데뷔 후 처음으로 형사 역할에 도전했다. 그가 맡은 김재명은 주관과 확신으로 끝까지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강직함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10㎏가량 체중을 늘리고 극중 위험천만한 카체이싱 장면을 위해 부상 투혼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20대를 대표하는 김우빈은 살아남으려는 본능적인 감각과 젊고 유쾌한 에너지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 박장군을 미워할 수 없는 인간미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이 외에도 원네트워크의 홍보이사 김엄마 역의 진경, 진회장의 뒤를 지키는 검사 출신 엘리트 황변호사 역의 오달수, 지능범죄수사대 경위 신젬마 역의 엄지원까지 조연배우들도 저마다 개성 강한 캐릭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2013년 ‘감시자들’로 55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 감독이 된 조의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아내려다 제대로 된 한방을 보여주지 못한 느낌을 준다. (장르: 범죄·액션,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3분)


업 포 러브
‘40㎝ 키 차이 뛰어넘은’ 136㎝ 男-176㎝ 女의 로맨스


20161223

변호사 디안(버지니아 에피라)은 176㎝의 늘씬한 키와 아름다운 외모로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녔다. 최근에 남편 브루노(세드릭 칸)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정리한 뒤 이제 더 이상 운명 같은 사랑은 없을 거라 믿어온 그녀에게 어느 날 특별한 인연이 찾아온다. 디안의 휴대폰을 주웠다며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를 가진 남자 알렉상드르(장 뒤자르댕)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젠틀한 매너와 세련된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그에게 점점 호감을 느낀 디안은 마침내 데이트를 약속하고, 오랜만에 콩닥콩닥 설렌 가슴을 안고 데이트 장소로 나간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기다리는 것도 잠시, 곧이어 나타난 알렉상드르와의 첫 만남에서 디안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목소리, 성격, 매너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알렉상드르의 키가 디안보다 40㎝나 작았던 것이다. 성공한 건축가인 알렉상드르는 완벽한 ‘돌싱’이지만 136㎝의 단신이다. 비록 키는 작지만 매력과 인간미는 누구보다 큰 남자다. 자신의 일에 있어서 늘 진지하고 철저하며 카리스마가 넘치는 전문가이자 아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아버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것 같은 순정남이기도 하다. 디안에게 첫눈에 반한 알렉상드르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두 사람은 첫 데이트에서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되지만 남자는 자신의 신체적 조건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게 될 위기에 처한다.


2013년 아르헨티나 개봉 ‘사자의 심장’ 리메이크
‘꼬마 니콜라’ 로랑 티라르 감독 연출 유쾌한 로코
실제 182㎝ 장 뒤자르댕의 CG 통한 단신 연기 일품



‘업 포 러브’는 우리 사회의 정형화된 사랑의 조건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 영화다. 키가 작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비정상적이고 남성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알렉상드르가 당당하게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디안이 사회가 규정한 고정관념과 판타지에서 깨어나 주변의 시선과 편견에 맞서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이 영화는 2013년 아르헨티나에서 개봉한 ‘사자의 심장’을 리메이크했다. 1895년에 설립돼 ‘그랑블루’ ‘마르셀의 여름’ ‘언터처블: 1%의 우정’ 등을 제작한 프랑스 최대 규모의 영화사인 고몽이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개봉한 바 있는 ‘꼬마 니콜라’의 로랑 티라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또 영화 ‘아티스트’로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프랑스 배우 장 뒤자르댕은 실제 182㎝의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136㎝의 키 작은 남자주인공 알렉상드르 역할을 소화해냈다. 2014년 개봉된 ‘서른아홉, 열아홉’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린 앵커 출신의 여배우 버지니아 에피라는 진정한 사랑과 주변의 시선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주인공 디안으로 변신했다.

칸과 베를린 등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프랑스 감독이자 배우인 세드릭 칸은 디안의 전 남편인 브루노로 출연해 알렉상드르와 디안 사이에서 갈등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연출자인 로랑 티라르 감독 또한 카메오로 등장해 즐거움을 안긴다.

영화는 136㎝의 키 작은 남자주인공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좀처럼 쓰이지 않은 특수 효과와 촬영기법을 동원했다. (장르: 코미디·로맨스,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98분)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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