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제3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 은상 이은봉씨 가족 수기

  •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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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9 07:59  |  수정 2016-12-19 08:00  |  발행일 2016-12-19 제19면
“밥상머리 대화 시간 늘렸더니 아이가 활기차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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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은상을 차지한 이은봉씨 가족이 지난 16일 오후, 자택 근처에 있는 대구 동구 동촌성당 마당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이은봉씨는 자신만의 생각으로 아이들을 관리하는 훈육 방식을 버리고 밥상머리교육을 시작했다. 이씨는 “밥상머리교육이야말로 자식을 제대로 키우는 가장 강력한 힘이고, 이것은 곧 가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버팀목이 된다”고 자신하고 있다.

“엄마가 나 미워하는 줄 알았어”
열살 딸의 눈물에 큰 충격 받아
대화 분위기 조성해 이해 노력
아이도 마음 열고 행동 바뀌어


#1. 저는 ‘외계인(?)이 제일 무서워한다’는 중학생 아들과 ‘구르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난다’는 고등학생 딸을 둔 40대 주부입니다. 결혼과 동시에 시댁에서 살았던 저는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시어른의 훈육이나 교육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큰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남편이 다른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분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어른들과 같이 사는 동안 아이들의 훈육이나 교육방식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던 저는 제 방식대로 아이들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학교 숙제부터 학원 공부까지 일일이 감독을 했고, 잘 따라오지 않으면 매도 들었고 벌도 세우고 야단을 많이 쳤습니다. 학교 마치고 학원 갔다 오면 시간을 정해놓고 모든 일을 그 시간대로 철저히 지키게 했습니다. 처음엔 아이들도 말을 잘 듣고 잘 따라오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자 큰아이의 성격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댁에서 생활할 땐 그렇게 명랑하던 아이가 말도 없어지고 굉장히 예민해지고 모든 일에 짜증을 부렸습니다. 아이가 제 뜻대로 되지 않아 저는 저대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습니다.

#2. 그렇게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 큰아이의 열살 생일이 되어 오랜만에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이에게 “우리 딸 생일 축하해. 사랑해”라고 했더니 아이가 멍하니 저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와 남편은 갑작스러운 아이의 눈물에 놀라고 너무 당황스러워 “왜 그래? 어디 아파?”라고 했더니 아이는 더 큰 소리로 엉엉 울었습니다. 남편과 제가 한참을 진정시키고 난 뒤에 아이는 “나는 엄마가 나 미워하는 줄 알았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얘길 듣는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맘이 너무 아팠습니다.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했던 일들이 아이에게 잘못 전해지고 있었구나. 뭐가 잘못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수 있을까? 점점 삭막해지는 우리 가정을 내가 어떻게 살려야 할까?

그날 이후 일단 저는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물어보지 않고 그저 내 위주로만 생각하고 당연히 아이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3. 그래서 생각한 것이 식구들끼리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밥을 먹을 때 대화에 방해되는 TV나 휴대폰은 아예 끄고 이야기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생활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매일 이어지고 몇 달이 흐르자 큰아이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말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엔 대답하기 귀찮아서 ‘응, 아니’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던 아이가 서술형으로 길게 말하더니 어느덧 자기가 먼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한다고 느껴질 때쯤 저와 남편은 아이들에게 조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왜 그렇게 하셨을까’ ‘반 친구들이 어떤 태도로 선생님을 대했을까’ ‘네가 한 말과 행동이 친구의 기분을 나쁘게 하진 않았을까’ 그런 질문들을 해놓고 난 뒤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한 후 “친구들이 그런 행동을 하면 선생님 기분도 좋진 않겠지. 엄마도 아이들이 그런 행동을 하면 기분 나쁠 것 같다. 친구가 싫어하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하며 한마디씩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지시가 아닌 충고나 조언을 해주면 아이들은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행동을 하나씩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보였습니다.

#4. 밥상머리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 자체만으로 벌써 밥상머리교육의 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크건 작건 어려움에 부딪힙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는 것이 부모가 아닐까요? 당장 오늘부터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가 생뚱맞게 대하고 그냥 원래대로 하라고 핀잔을 줘도 인내심을 갖고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밥상머리교육이 우리 가족을 일치시키고 서로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입니다. 나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우리 아이들이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올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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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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