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목숨 건 연애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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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6   |  발행일 2016-12-16 제42면   |  수정 2016-12-16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내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30년 前 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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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30년 전의 나고, 난 30년 후의 너야.”

중년의 외과의사 수현(김윤석)은 캄보디아에서 의료 봉사를 하다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하고, 그 답례로 소녀의 할아버지로부터 신비한 효능을 가진 알약 10개를 받는다. 반신반의하며 알약을 삼킨 수현은 순간 잠에 빠져들고, 다시 눈을 떴을 때 30년 전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오래된 연인 연아(채서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과거의 수현(변요한)은 우연히 길에 쓰러진 남자를 돕게 된다. 남자는 본인이 30년 후의 미래에서 온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황당해하던 과거의 수현은 그가 내미는 증거들과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그의 모습으로 인해 점차 혼란에 빠진다. 사랑했던 연아를 꼭 한 번 보기 위해 왔다는 현재의 수현의 말에 과거의 수현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이어 믿기 힘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알게 된다.


20여국 베스트셀러 기욤 뮈소의 동명소설 영화화
김윤석·변요한 ‘2인1역’…감성멜로 판타지 열연
밥 딜런·김현식 노래도 매력…홍지영 감독의 신작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한때 안방극장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타임슬립(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멜로 영화다. 타임슬립은 지금도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자주 활용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해 개봉 전 예비 관객은 물론 원작소설의 팬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었다.

‘만약 우리에게 시간을 되돌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원작소설은 세계 20여 개국에서 출간돼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오른 기욤 뮈소의 대표작 중 하나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특유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온 연기파 배우 김윤석과 독립영화로 주목받기 시작해 드라마 ‘미생’을 통해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른 변요한이 각각 2015년 ‘현재의 수현’과 1985년 ‘과거의 수현’으로 분했다. 30년의 시간 차를 두고 2인 1역을 맡은 두 사람은 실제로도 같은 인물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외모뿐 아니라 분위기와 눈빛, 그리고 사소한 습관까지 닮은 모습으로 극중 인물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상황으로 빠져드는 두 ‘수현’의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긴장감이 더해지는 부분에서 두 배우는 훌륭한 호흡을 보여준다.

배우 김옥빈의 친동생으로 알려진 채서진이 현재와 과거의 수현이 만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사랑하는 여인 연아역을 맡았다. 동물원에서 일하는 돌고래 조련사로 등장하는 그녀는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인이다. 상큼한 외모의 채서진만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스크린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수현의 30년지기 친구 태호의 현재와 과거의 모습으로 출연하는 김상호, 안세하 등 조연들도 앙상블을 이룬다.

‘키친’ ‘결혼전야’ 등을 연출한 홍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밥 딜런, 김현식의 노래들이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타임슬립 영화의 예상 가능한 클리셰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다양한 사건을 통한 속도감 있는 전개로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장르: 판타지·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


목숨 건 연애
연쇄살인사건 둘러싼 세 남녀의 아찔한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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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은 항상 나체로 여행용 캐리어에 담겨 빈집에서 발견된다. 피해자는 평범한 여성들이며 저항이나 성폭행의 흔적은 없다. 피해 여성의 목에 독특한 문양의 자국이 남아 있다는 게 특징이다.

추리소설가인 한제인(하지원)은 ‘이태원 민폐녀’로 통한다. 차기작 구상만 5년째로 출판사에서도 포기 직전인 그녀는 동네 사람들을 살인범으로 의심해 툭하면 112에 신고한다. 경찰은 그녀의 의심병에 무신경으로 대처하고 이웃 사람들은 그런 그녀에게 불쾌감을 드러낸다. 갖은 타박 속에 한제인은 이태원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날, 남다른 촉으로 위층에서 살인사건의 정황을 포착하게 되지만 경찰은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자 그녀는 이 기회에 직접 살인범을 잡아 이태원 민폐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예를 회복하고자 마음먹는다. 이태원 지구대 순경인 소꿉친구 설록환(천정명)의 든든한 지원 속에 그녀만의 수사가 본격화된다. 시작은 위층에 새로 이사온 정체불명의 매력남 제이슨(진백림)의 뒤를 밟는 것이다. 한제인은 제이슨이 이태원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라고 확신하며 설록환과 함께 그를 추적하다 그가 미국 연방 수사국(FBI) 프로파일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한제인은 제이슨과 한 팀이 돼 범인 찾기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한제인은 자신을 짝사랑하며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간직한 설록환과 자신의 팬임을 자처하며 저돌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는 제이슨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를 한다.


‘허당’ 추리 소설가의 좌충우돌 비공식 수사 그려
하지원·천정명-중화권 스타 진백림 ‘삼각’케미
송민규 감독 첫 장편 연출…막판 반전 관람 포인트



‘목숨 건 연애’는 코미디와 스릴러, 액션, 로맨스 등 장르의 믹스매치를 특징으로 하는 영화다. 여러 장르가 혼합돼 있다는 건 이색적이긴 하나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웃음, 서스펜스, 아찔한 액션, 감동적인 멜로 중 어느 것 하나 강렬한 게 없다. 그저 모든 게 적당히 버무려진 느낌이다.

여주인공 하지원은 거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다. 시대극이나 화려한 액션 여전사, 혹은 강인한 성격을 지닌 인물을 주로 연기해왔던 하지원은 이번 작품에서 적잖은 이미지 변신을 선보인다. 귀여움과 섹시함이 공존하며 여기에 다소 엉뚱하고 허당스러운 면모까지 드러내는 한제인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소화해내는 연기력으로 극의 빈틈을 메운다.

천정명은 이번 영화에서는 선 굵은 남성적 매력을 뽐내기보다 소년 같은 순수함으로 짝사랑하는 그녀를 묵묵히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적의 등장으로 감정이 동요하기도 하지만 집착에 빠진 남자의 질척거림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MBC 드라마 ‘몬스터’를 통해 국내 안방극장에도 얼굴을 비친 바 있는 중화권 스타 진백림은 극중 한제인이 위험한 순간마다 나타나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스터리한 남자 제이슨으로 분해 신비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의 정체를 둘러싼 궁금증은 영화가 끝날 무렵에서야 풀린다. 진백림과 하지원 간의 대화는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조연인 오정세의 활약도 눈에 띈다. 오정세는 수상한 외모와 행동으로 이태원 연쇄살인사건의 제1 용의자로 지목되며 한제인이 비공식 수사에 나설 때마다 마주치는 의문의 인물인 허종구로 출연한다. 영화는 강렬한 웃음 한 방을 찾기 어렵지만 오정세의 예측 불허 코믹 연기가 그나마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2003), ‘마이웨이’(2011) 등의 프로듀서와 조감독을 거친 송민규 감독이 2년간의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내놓은 첫 장편 연출작이다. 영화는 마지막에 반전 아닌 반전을 드러낸다. (장르: 로맨스·멜로·코미디,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03분)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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