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영의 포토 바이킹] 대구 칠곡지구 함지산 자락길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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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6   |  발행일 2016-12-16 제38면   |  수정 2016-12-16
길 없는 물길 옆·아직 지도엔 없는 고분군…신대륙 찾아가듯 페달 꾹!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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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철 3호선과 함께 달리고 싶은 미완의 팔거천 자전거길(매천동 구간)을 이용하면 매천역까지 안전하게 라이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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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청이 평리교 옆 달서천복개도로 끄트머리에 조성한 달서천 자전거광장. 달서천(비산동에서 시작하여 금호강으로 합류하는 지방하천)변에 조성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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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산 자락 함지고 뒷산에 있는 구암고분군은 돌을 다량 사용하여 봉분을 쌓은 후 흙으로 마감하여 조성하는 방식인 적석석곽분(돌무지돌덧널무덤)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삼국시대 고분 중 지역 최대 규모로 총 346기가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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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학정로 태전동 삼성아파트 인근 대로변 협동조합 농부장터 매장 벽면에 있는 사과 같은 호박 벽화.

대구의 자전거특화도시 바라며 페달질
川·산길·골목 아우른 인프라에 희망적
구암고분군 관광테마파크 변신도 기대


지난 주말, 사는 곳이 여행지가 된 부산 동구 범일동 매축지와 사하구의 언덕 위 ‘만디’고개 서민 주거지를 관광지로 바꾼 감천문화마을을 여행하고 왔다. 대여섯 평에서 열 평 남짓 다닥다닥 붙어 좁고 불편한, 하늘을 마당처럼 이고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관광객처럼 찾아가는 여행자의 마음은 촛불 민심일까? 아무리 느림이란 삶의 패러다임을 강조해도 모든 게 하루살이로 돌아가는 삶의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하는 여행인 것을! 우리는 낯선 경험과 낯익은 일상 사이의 경계 없는 미로 속을 뱅뱅 돌다 걸어 나온다. 이름 없고 소박하게 살아있는 것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정여행 트렌드로의 전환을 실감할 수 있었던 달동네. 짧고 굵은 여행을 마치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까마득한 만디고개로 올라오는 젊은 자전거를 보았다. 두 바퀴로 돌아보는 자전거 라이딩코스로도 각광을 받나 보다.

가난을 콘크리트 속에 감추지 않고 드러낸 채 불편과 더불어 살면서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는 서민살이의 여유로움과 여행자의 동선 상에 쉽게 잡히지 않는 마을활동가 및 공동체 문화예술가들의 노고에 경의를 바친다. ‘깜’도 되지 않는 곳을 국민관광지를 넘어 아시아의 관광지로 바꾼 부산시의 문화행정력은 수도권이 보고 배울 분권자치 시대의 롤모델일 것이다. 또한 남의 동네 여행에서 깨닫고 느낀 것들은 집으로 돌아와 사는 마을과 만인의 기쁨과 즐거움이 되도록 공유하는 실천이 답일 것이다.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시민으로서 대구에 자전거특화도시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칠곡을 그 적격지로 추천하고 싶다. 도시화가 진행되어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간이 흘렀지만, 대구의 신도시 칠곡은 자전거족 마음의 서부이다. 지상철 3호선 개통으로 시내 중심 시가지로 가는 발걸음은 가벼워졌지만, 도심과의 통행에 맞춰진 칠곡의 교통체계는 대중교통으로 그 불편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칠곡라이딩의 시작은 달서천복개도로 위에 새로 조성된 달서천 자전거광장을 베이스캠프로 삼았다. 염색산단이 생긴 뒤 오염의 대명사였던 달서천. 대구 서구청은 평리교~금호강 합류 구간으로 흐르는 달서천을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개발하는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완료하면서, 평리교 동편에 자전거 대여소와 자전거 만남의 광장까지 조성했다. 달서천 고향의 강 사업으로 팔달교까지 가야 금호강자전거길로 합류할 수 있었던 수고를 하지 않고 이젠 달서천을 통해서도 가능해졌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런데 하천 정비사업에 포함된 번들사업으로 추진되어서인지 완성도는 떨어져 보였다. 자전거 대여소를 운영하고 있으나 대여 업무를 맡은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조형물도 없는 것보다는 나아 보이는 수준이었다. 동선을 고려하지 않고 터를 잡으니 애매한 위치가 되고, 자전거 광장이 아니라 파리 날리는 맹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참에 자전거 편의시설 조성을 4대강 자전거도로 건설하듯 졸속으로 하는 꼼수행정도 정비되었으면 한다. 자전거사업은 자전거예산으로!

팔달교를 안전하게 건너려면 북부정류장 시내버스 출구 쪽 대서신협 골목으로 난 서대구로 61길 이면도로를 이용하면 좋다. 국가안전처의 안심길 사업이 진행 중인 골목길을 이용하면 팔달교 서쪽 면에 도착한다. 팔달교 북편 인도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하면 동양자동차운전학원 진입로이자 사수동으로 갈 수 있는 이름 모르는 잠수교가 나온다. 동방목재 안내판이 서 있는 잠수교 난간과 안전펜스 사이로 벌어진 틈새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면 차량에 시달리지 않는 미완의 팔거천길 라이딩을 안전하게 시작할 수 있다. 길 없는 팔거천 물길 가에서는 산길에서 끌바 하듯 조심조심 워밍업하는 기분으로 시동을 걸었다. 이내 포장되지 않은 오프로드로 자전거 바퀴 자국이 보이고 머리 위로는 지상철 3호선이 지나갔다. 지상철이 아름답게 달리는 팔거천길로 5분여 가면 매천역이 나온다.

매천역에서 칠곡중앙대로와 학정로가 교차하는 대구병원 네거리를 지나 국우터널 방향으로 1㎞쯤 가면, 태전 우방3차타운 정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 100m 근방에 협동조합 ‘농부장터’가 있다. 얼마 전 북구문화예술인협회 회원들이 그린 호박 벽화가 매장의 인지도를 높여주고 있었다. 생산자와 소비자, 직원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농부장터’는 대규모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칠곡의 공동체마을 운동의 성과이자 문화적 커뮤니티센터 역할도 하면서 전국적 차원의 도농상생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지난한 길을 열어가고 있었다.

옻골로 알려진 칠곡의 어원은 가산산성에서 유래하며, 맨 끝에 있는 갓산을 중심으로 모두 7개의 봉우리 수만큼 7개의 골짜기를 형성하여 칠곡(七谷)이라 했는데 오늘날 칠곡(漆谷)으로 변경되어 옻골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은 본래 경북 칠곡군 칠곡읍이었는데, 1981년 7월1일에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대구시로 편입되어 대구의 신도시로 개발되었다.

농부장터에서 1.5㎞ 거리 함지고등학교 뒷산에 삼국시대 고분 중 지역 최대 규모로 총 346기가 발굴된 구암고분군이 있다. 구암고분군은 아직 지도 검색에 등록되지 않았을 만큼 무명하다. 발굴을 담당하고 있는 영남문화재연구원은 구암고분군은 적석목곽분과 달리 돌을 다량 사용하여 봉분을 쌓은 후 흙으로 마감하여 조성하는 방식인 적석석곽분(돌무지돌덧널무덤)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했고, 대구 북구청은 국가사적으로 지정하여 관광테마파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발굴 단계라 접근금지 위험 테이프가 쳐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함지산 자락 돌더미 앞에서 해 지는 서쪽 하늘을 보니 동천 하늘에 떠오르는 아침 해처럼 빛났다. “자전거를 타고도 찾아올 수 있는 구암고분군이 되도록 하겠다”던 박승규 영남문화재연구원장의 야무진 구상을 떠올렸다. 도굴꾼들의 손을 타고 남은 별것 아닌 부장품들이 남은 별 볼 일 없던 등산로를 테마관광공원으로 탈바꿈시켜내는 미다스의 손길을 기대해 본다. 구암고분군 안내판 앞 건물에 갇힌 개는 개고생이라는 말이 실감나게 짖어댔다. 한시바삐 벗어나 주는 게 개를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에 운암지행을 재촉했다.

칠곡 주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수변공원 운암지는 함지산(287.7m) 자락 서편에 있는데 구암고분군과 1㎞ 안에 인접해 있다. 함지고등학교를 등지고 나와서 운암지 화훼상가를 지나 운암공원 삼거리에서 오른쪽 모퉁이 길로 오르면 데크 계단이 나온다. 그 길로 조금 더 들어가면 영남의 연꽃 촬영지로 사랑받는 운암지다. 칠곡3지구 택지개발로 사용가치를 상실했는데도 매립하지 않고 보전한 미래지향적 가치가 빛을 발휘하는 현장이다. 이날 못가에서 만난 천연기념물인 수달 네 마리는 특별한 자전거여행을 선물했다. 금호강 변을 거슬러 심심산천 운암지까지 흘러들어 온 수달들은 밀림의 왕이 된 사자처럼 자축연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이 귓가에 맴돌았다. 빰~빰빰, 빰~빠바~ 빰빰~ 빠바바~

어족 자원이 풍부한 운암지에서 잉어, 붕어, 향어 떼를 볼 수 없었다. 물고기들은 수달의 등장에 바짝 긴장을 하고 물속으로 종적을 감춘 모양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포식할 수 있는 물 반 고기 반인 운암지에서 신경이 예민하다는 수달이 얼마나 체류할지 알 수 없으나 적당히 즐기다 야생의 강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금호강을 벗어난 수달들에게 운암지는 그들이 꿈꾼 마음의 서부였거나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일 게다. 운암지 수변공원을 돌다 연잎 사이를 유영하는 천연기념물 수달들을 구경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경사인지 재앙인지 모를 일이다. 떠오르는 태양보다 지는 해가 더 아름다운 운암지 유아숲 체험원 쪽으로 난 소나무길 산책로를 따라 가니 운암교회, 운암뜨락이 눈에 들어왔다. 구암로 대로변을 따라 국우성당을 지나고 북구구민운동장 건너편 산길로 오르는 길로 들어서면 함지산 자락 자전거라이딩은 마침표를 찍는다. 이 길로 전진하여 국우터널을 통과하면 동·서변동이 나오고 무태조야동길을 타면 지도에 없는 북구 자전거길을 대순환할 수 있다. (저 어둠 속에서 열심인 당신 덕분에 숨 막히는 국우터널을 통하지 않고 동·서변동으로 가는 자전거길을 닦는 녹색행정이 밝아오고 있으리)

어둠이 내려앉아 적막해진 옻골동산은 조형물을 세우지 않아 아름다웠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좋았다. 산사나 서원이 아닌 곳에서 느끼게 되는 비움의 건축미 같은. 잠시 휴식을 하고 나니 축구장 골대(북쪽) 뒤로 심긴 메타세쿼이아 나무들 옆으로 잡목처럼 뿌리를 내린 덩치 큰 나무 몇 그루가 풍경을 망치고 있는 게 보였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삶의 트렌드가 된 풍요의 시대를 우린 얼마나 허기지게 살고 있는가!

함지산 자락 골목길을 전전한 포토바이킹은 자전거특화도시로 발전하기에 좋은 주거환경과 도로 인프라를 갖고 있는 칠곡지구에 대한 열망을 담은 촛불라이딩으로 읽어주면 좋겠다. 마을(주민)공동체 문화운동이 발전한 칠곡에서 자전거를 안전하고 즐겁게 탈 수 있는 녹색교통운동의 촛불이 켜지기를 바라며 병신년의 포토바이킹을 마친다.

인물 갤러리 ‘이끔빛’ 대표 newspd@empas.com

☞ 라이딩 코스

팔달교 - 동양자동차학원 잠수교 - 팔거천길 - 학정로 - 농부장터 - 구암고분군- 운암지 - 옻골동산 - 칠곡3지구 - 학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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