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좋은 정부를 생각해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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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4   |  발행일 2016-12-14 제31면   |  수정 2016-12-14
[영남시론] 좋은 정부를 생각해야 할 시간
최철영 (대구대 법학과 교수)

뉘엿뉘엿 넘어가는 연말의 하루하루지만 누군가는 시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시대가 끝나는 즈음에서 보여준 대응은 허둥대는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이제 와서 그 좋았던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박근혜정권이 정치적으로 사망했다. 국내외의 사정이 위기라는 명분으로 여러 차례 목숨을 연명해 왔지만 시간은 진실을 숨기지 않았다. 국민은 어두운 저녁 촛불을 들고 찬바람이 부는 광장으로 나왔다.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부패로 얼룩진 정권에 직접 사망선고를 하기 위해서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의 명령에 떠밀려 야당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여당 국회의원도 대통령 탄핵안의 압도적 통과에 동참했다. 아직 법적 절차로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절차가 남아 있지만 현 정권이 다시 살아오는 것은 기대난이다. 다만 시간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 헌법에 따른 재판을 하는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뜻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다면 결심을 위한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는 반(反) 시대적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지금, 여기, 나밖에 없다.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성과를 자기 혼자서 최종 소비하겠다는 생각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성과가 결실을 보던 시간적 환경이 바뀌었기에 이제 낙엽으로 져야 할 때를 모르는 사람들은 추하다. 시간이 흐르고 거짓이 드러났음에도 버티는 정치인들은 시간의 흐름이라는 자연의 순리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간을 경과시키지 않는 일은 인간에게 불가능하다. 수구적인 사람들에게 가능한 일은 시간이 경과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뿐이다. 누구도 시간을 소유하거나 정지시킬 수 없다. 우리는 단지 흐르는 시간 속에서 다음을 준비할 뿐이다.

국민이 촛불을 들고 기다리는 다음 정부는 좋은 정부다. 좋은 정부가 되려면 첫째, 효율적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 지표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다.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경제발전의 성과는 국민에게 고르게 돌아가야 한다.

둘째, 국민의 안전에 민감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질병, 그리고 삶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재의 질을 높여야 한다. 국민이 당한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의 보완뿐만 아니라 사고의 재발을 막는 근본적 치유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부정과 부패의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언론의 차원에서 부정부패가 구조화된 사회에서 국민은 연줄과 뇌물이라는 키워드로 권력의 담당자와 공무원을 이해하고 정부를 불신하게 된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성되려면 국민 상호간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 국민이 서로 어울리는 사회적 활동이 많을수록 국민 상호 간의 신뢰도가 높아 사회의 결속력이 강하고 갈등의 수준도 낮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정치가 안정적이고 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부가 안정적인 경우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어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욱 높아지는 선순환구조가 된다.

좋은 정부가 만들어야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국가의 정체성과 사회적 자본이 튼튼한 국가다. 우리 국민은 투명하고 개방된 정부, 더 좋은 규제와 국민의 안전에 대한 향상된 대응이 이루어지는 국가시스템, 국민의 갈등과 반목이 조정되고 금수저와 흙수저의 차별이 없는 공정한 사회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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