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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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4   |  발행일 2016-12-14 제30면   |  수정 2016-12-14
[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해장국
해장국

한 해가 저물어가는 아쉬움에 한잔, 새해를 맞이한다고 한잔, 세상이 어지럽다고 한잔, 술에 찌든 속을 푼다고 한잔, 술꾼들의 술 마실 핑계는 끝도 한도 없다. 영국 주당들의 대표적인 해장술은 보드카에 토마토주스를 넣어 만든 블러드메리라는 칵테일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해장술 즐기는 것은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알코올의 힘을 빌려 대뇌기능을 마비시켜 잠시 숙취를 잊게 할 뿐이다.

술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는 에너지와 영양이 과소비된다. 간밤에 마신 술로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먹는 음식이 바로 해장국이다. 옛날에는 숙취를 풀어준다는 뜻에서 ‘숙취 정()’ 자를 써서 해정이라 했고, 고려시대 때 기록은 ‘술 깰 성(醒)’에 ‘술 주(酒)’를 써서 술 깨는 국, 즉 성주탕(醒酒湯)이라고도 했다. 원나라 때 황실음식을 기록한 ‘음선정요’에는 귤껍질로 만든 ‘귤피 성주차’라는 숙취해소용 차가 있다고 전해진다. 세종 때 나온 중국 학습서인 ‘노걸대’에 중국해장음식 얘기가 나오는데 “얇게 썬 고기와 국수를 끓여 산초가루와 파를 넣은 성주탕을 먹는다”라는 기록이 있다. 한나라 시대에 역사를 다룬 한서 ‘예약지’에는 ‘자장’이라는 음료가 숙취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자장이란 사탕수수음료로 지금의 설탕물이다.

해장국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때 대중적인 음식으로 알려져 있었다. 1925년 조선시대 서예가 최영련이 지은 ‘해동죽지(海東竹枝)’에는 “광주성(현 남한산성 부근) 사람들이 효종갱을 잘 끓인다”고 기록되어 있다. 배추속대, 콩나물, 송이, 표고, 소갈비, 해삼, 전복에 토장을 풀어 온종일 푹 곤다. 밤에 국항아리를 싸서 서울로 보내면 새벽녘에 대갓집으로 배달된다. 그때까지 국항아리가 식지 않아 해장에 더없이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최초 배달해장국이다. 1937년경 현 종로구청 부근에 땔감용 나무시장이 열렸는데 나무꾼을 상대로 이간난이란 사람이 청진옥을 개업하여 술국과 국밥을 팔게 되었는데 이후 이 일대에 청진동 해장국 골목이 형성되었다.

[권현숙의 전통음식이야기] 해장국
<전통음식전문가>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서 다양한 해장국이 개발됐다. 전주 콩나물 해장국은 막걸리에 한약재를 넣고 달여 만든 모주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해장국으로 이름을 날렸다. 1970년 부산 해운대에서 복국을 뚝배기에 담아 팔면서 해장국으로 사랑받았다. 무교동 북엇국은 이 일대 직장인들이 과음한 다음 날 먹는 해장국으로 인기가 높았다. 섬진강 근처의 하동 재첩국, 양평지역의 뼈다귀 해장국, 목포지역의 연포탕, 속초지방의 곰칫국, 강릉 물회국수 등 지역마다 특색있는 해장국이 다양하게 있어 술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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