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헌법개정’이 답이다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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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2   |  발행일 2016-12-12 제30면   |  수정 2016-12-12
20161212

불행한 헌정사의 반복은
제도적 결함도 중요 원인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은
1987체제 헌법 개정 적기
이해타산 떠나 논의해야


2012년 12월19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51.6%의 득표율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48.0%)를 누르고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 막판에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대구·경북의 보수층 유권자들은 서로 독려를 하면서 ‘8080’(80% 투표율, 80% 지지율) 목표를 일궈냈다. 그로부터 4년 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정지를 당하기 직전인 6~8일에 실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겨우 5%였다. 대구·경북 유권자들도 8%만 박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냈다. 4년 만에 대구·경북 시·도민을 포함한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등을 돌린 셈이다. 특히 국민의 81%가 탄핵에 찬성했다. 반대는 14%에 불과했다. 그런 민심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박 대통령은 특이한 경우지만 1987년 헌법개정 이후 출범한 5년 단임제 정부는 항상 임기 막바지에 지지율이 추락했다. 왜 그럴까. 집권자의 국가경영 능력, 지도자로서의 자질 부족이 문제였지만 제도 탓도 없지 않다. 임기 초반엔 승자독식 구조에 따라 대선에서 승리한 쪽이 모든 권력을 장악한다. ‘그들만의 논리’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다보니 전횡과 억지가 판을 쳤다. 임기 후반기에 들어가면 초조감이 생기면서 정권 주변에 기생한 세력들은 잇속 챙기기에 열중한다. 모든 걸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30년 동안 시행한 헌법을 손질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그동안 대선 때마다 유력 후보들은 개헌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공약에 집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을 잡으면 생각이 달라졌다. 정권이 출범하면 개헌이 국정운영의 동력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며 언급 자체를 꺼렸다. 임기가 끝날 즈음엔 개헌논의가 레임덕을 앞당길 것이란 판단에서 필사적으로 막았다.

대선이 다가올 때마다 ‘대세론’을 형성한 유력 주자들도 정치적 셈법으로 개헌론이 부상되는 걸 싫어했다. 지금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표 쪽에선 현재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개헌론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한다.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는 여권에서 판을 흔들어 정계개편을 하고 보수층을 재결집하기 위한 노림수라고 한다. 물론 그런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세’를 유지하기 위해 개헌논의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 역시 정치적 의도 때문이다. 피장파장이라면 개헌논의에 일단 착수해야 한다. 지금이 적기(適期)다. 임기 후반기를 맞은 현직 대통령이 직무정지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레임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헌법재판소 심리가 언제까지 진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기간에 정치권이 개헌논의에 나설 수 있다. 다만 권력구조나 5년 단임제만 고칠 건지, 헌법 전문 전체를 손 볼 건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현재로선 촛불민심을 의식한 헌재가 속전속결로 심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개헌을 추진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핑계다. 정치권과 헌법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집중적으로 작업을 하면 2~3개월 안에도 끝낼 수 있다. 만일 시일이 촉박하다면 각계각층의 이해가 분출되는 헌법 전문 전체를 손보는 일은 뒤로 미루면 된다. 오늘의 사태를 가져온 권력집중에 따른 폐단을 해소하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도 가능하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당일인 9일 출범시킨 개헌추진위에 야당은 화답해야 한다. 진보진영이 다음 정권을 잡아도 지금의 제도로 국정운영을 한다면 또 다른 형태로 박근혜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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