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제3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대상 전은정씨 가족 수기

  • 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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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2 08:11  |  수정 2016-12-12 08:42  |  발행일 2016-12-12 제19면
가족이 함께 식사·회의·봉사…“아이가 달라졌어요”
20161212
‘제3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전은정씨 가족이 지난 7일 오후 2시 아들 허강우군(4학년)이 다니는 대구 북동초등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영남일보는 대구시교육청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후원한 ‘제3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을 진행했다. 공모전을 통해 우수작으로 뽑힌 작품 19편 중 일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이번 공모전에서 영광의 대상을 차지한 전은정씨는 온가족이 함께 저녁식사하기, 아들과 함께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 하기 등으로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교우관계가 서툴고 할머니와 별로 친하지 않던 아들 강우가 점차 변하는 모습을 보며 전씨 가족은 더욱 밥상머리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전씨가 쓴 수기의 일부를 발췌해 싣는다.

1주일에 두 번은 가족 저녁식사
한 달에 한 번은 가족회의의 날
함께할 수 있는 봉사시간도 늘려
어느날 할아버지·할머니 만나자
아이가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


#1. 아들 강우가 초등학교 입학 후 2주쯤 지났을 때 담임선생님에게서 ‘강우가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안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들의 학급엔 유치원 때 친구 한 명밖에 없어 친구들 틈에 끼질 못했던 것입니다. 그런 아들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 잔소리를 하게 되고 회초리를 드는 날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강우가 달라질까?’ 저에겐 큰 숙제였습니다.

#2. 아이들은 아침에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는 아빠와 밥을 먹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통의 시간도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부모가 아들과 소통을 하려하기보다 다른 아이와 우리 아이를 비교하며 닦달하고 윽박지르기에 바빴습니다. 우리 아들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각하니 미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일주일에 두 번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날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저녁식사 하기로 한 날, 남편은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출근해서 그날 업무를 다 보고 시간 맞춰 퇴근했습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음식에 관한 이야기부터 각자 생활 속 이야기까지 식사시간은 갈수록 길어졌습니다.

또 우리 가족은 한 달에 한 번 ‘가족회의의 날’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소통의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TV 보는 날도 일주일에 두 번으로 제한했고 책을 너무 좋아하는 강우는 여가시간을 책읽기와 그림그리기, 블록조립 등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3. 저는 조손관계 회복을 위한 밥상머리 교육에 신경썼습니다. 안타깝게도 강우는 유난히 친할머니와 친하지 않았습니다. 외손주들을 더 예뻐하셔서 친손주인 강우에게 관심을 덜 주신 탓인지 강우도 할머니와 자꾸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집에 가자고 하면 싫다고 울기도 했습니다. 남편도 가기 싫다는 강우를 설득하기는커녕 그렇게 싫으면 가지말자며 가던 길에 차를 돌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살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 부모님이 아닌 조부모와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강우가 할머니 댁에 가고 싶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단, 저는 강우와 함께하는 봉사시간을 늘렸습니다.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학교 주변을 청소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고 생각 없이 지나쳤던 강우는 환경정화활동봉사로 학교 주변의 쓰레기를 직접 몇 차례 주워본 후 “청소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정말 힘드시겠다. 우리 학교 주변을 깨끗이 청소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일기를 썼습니다. 연말 들꽃마을을 방문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님과 엄마들을 지켜보며 느낀 점이 있었나 봅니다.

#4. 그러던 어느날, 강우가 엘리베이터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면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강우가 다니는 학교는 ‘조손관계 회복 1교 1경로당 자매결연 봉사활동’을 한 달에 한 번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부모대표로 아이들과 함께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인정에서 아이들은 어르신들과 전통실내놀이를 하고 말벗을 해주고, 어깨·다리도 주물러 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엔 쭈뼛하던 강우도 이젠 매달 노인정 봉사 날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5. 이같은 실천을 통한 소통과 공감의 시간은 강우를 변화시켰습니다. 강우가 할머니 댁에 가는 횟수도 늘어났습니다. 올해 할머니 생신 때는 직접 모은 용돈으로 케이크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변하고 있는 강우의 모습은 저에겐 감동입니다. 얼마전엔 자선걷기대회에 참여하면서 1원이라는 작은 돈의 소중함을 알았다는 강우는 스스로 용돈을 모아 매달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부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대한적십자사 어린이적십자에서 개최하는 인도주의 실천을 위한 생명구호활동인 응급처치대회에 자발적으로 신청해 방과 후는 물론 주말까지 쉬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대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강우가 어른 공경할 줄 알고 인성 바르고 마음이 건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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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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