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열차서 운명 갈린 두 TK…주도 유승민 뜨고, 반대 최경환 지고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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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10   |  발행일 2016-12-10 제6면   |  수정 2016-12-10
새누리 TK 정치권 재편 본격화 예상
25명 중 10명 가까이 찬성 관측
대선국면 들면 勢분화 격화될듯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것을 계기로 새누리당 대구·경북(TK) 정치권의 권력 재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탄핵소추안을 주도한 비주류 유승민(대구 동구을)·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을)이 전면에 나서는 반면 최경환(경산)·조원진 의원(대구 달서구병) 등 친박계 핵심 세력이 변방으로 내몰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어질 대선국면에서 세력분화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이날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이 압도적 가결로 끝난 것은 대구·경북에서도 상당한 표가 찬성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25명의 TK의원 가운데 10표 가까이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야권의 탄핵대열에 일찌감치 동승한 비상시국회의를 주도한 유승민·주호영·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 외에도 지난 4·13총선에서 당한 악감정을 가지고 있거나, 친박 쪽에 크게 빚진 것이 없는 초·재선과 일부 중진 중도파가 새누리당 내 친박 색깔 지우기 차원에서 찬성표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이들은 탄핵 가결선을 넘어 이번 기회에 말을 갈아타려는 등의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대구·경북에서도 ‘박근혜 브랜드’로 더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 지역 유권자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지지율이 1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 이어지자 ‘민심의 배에 올라타자’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최경환·조원진 의원 등 핵심 친박들의 반대표 독려는 득표력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국면이 오기까진 당내 대표적인 잠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힘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정치인이 ‘미래 권력’에 줄 서려는 경향에 편승한 측면이 크다.

실제로 유 의원은 이번에 비상시국회의가 박 대통령의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을 받아들이는 듯하다가 여야 협상이 어렵다는 이유로 무조건 탄핵으로 돌아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상시국회의가 이 같은 결론을 낸 것 역시 박근혜를 떠나야 살 수 있다는 판단과 새로운 당내 권력 아이콘으로 떠오른 유승민이라는 ‘대체 권력’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TK 정치권이 ‘유승민 브랜드’ 아래로 일사불란하게 모두 모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구·경북의 일각의 보수 민심은 여전히 유승민 브랜드에 대한 의구심을 거둬내지 못하고 있고, 이는 이른바 주류 쪽 ‘진박(眞朴)’으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따라서 TK 정치권의 세력 분화 내지 권력 재편의 폭과 방향은 대권 경선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날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압도적 표결을 계기로 TK 정치권에서는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되는 권력 재편이 불가피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정치적으로 사형을 당한 것인데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대구·경북 정치권이 대선 경선을 계기로 친박계와 비박계가 완전히 ‘딴 살림’을 차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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