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영화 ‘형’ 두식役 조정석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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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9   |  발행일 2016-12-09 제43면   |  수정 2016-12-09
‘납뜩이’의 납득되는 연기…이번엔 사기꾼 ‘형’으로 웃고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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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다. 하지만 조정석처럼 정형화되지 않고 실제 생활인의 모습으로 느껴지는, 극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는 매우 드물다. 그는 능글맞은 연기로 시청자와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2016년 안방극장을 자기 세상으로 만들었던 배우 조정석이 무대를 옮겨 스크린마저 평정할 기세다. 명석한 두뇌와 최고의 학벌, 뛰어난 취재 실력을 겸비한 마초 기자(‘질투의 화신’)에서 동생을 핑계로 가석방 기회를 얻어내는 뻔뻔한 사기꾼 형(‘형’)으로 변신을 꾀했다. 극단의 캐릭터를 오가고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건, 오롯이 배우의 영리함에서 비롯된 결과다.

4년 전 개봉한 멜로 영화 ‘건축학개론’의 최대 수혜자는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여주인공 수지지만, 주연도 아닌 감초 ‘납뜩이’ 캐릭터로 그에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던 배우가 바로 조정석이다. 적은 분량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걸 몸소 증명해 보인 그다. 연기의 기본기가 탄탄한 것도 있지만 본인만의 매력을 대중에게 어필할 줄 아는 영민함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으로 인해 급상승한 인기를 체감하며 행복감에 제대로 취해보기도 전에 주연을 맡은 영화 ‘형’의 홍보에 나선 조정석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내가 본 영화 ‘형’, 재밌고 슬펐다

영화 ‘형’은 15년 전 말없이 집을 뛰쳐나가 단 한 번도 연락이 없던 사기전과 10범인 형 두식(조정석)이 전직 유도 국가대표 선수인 동생 두영(도경수)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교도소 수감 중인 두식이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동생을 돌본다는 핑계로 가석방된 뒤 이야기가 초반에는 유쾌하게, 후반에는 다소 무겁게 그려진다.


“촬영 가는 차 안서 처음 본 시나리오
눈물 흘리며 이야기 꽂혀 출연 결정”
동생 役 ‘엑소’ 도경수와 차진 호흡

현란한 애드리브 언급엔 손사래치며
“컷사인 안해 어색함에 이어간 상황들
건축학개론‘어떡하지 너’는 애드리브”

“꽃미남 아니나 ‘탈’좋단 내 얼굴 만족
여러 이미지의 다양한 연기 선보일 것”
당분간 쉬며 재충전…차기작 고민도



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완성된 영화를 본 조정석은 “주변 사람들 반응 관찰하느라 정신없어서 제대로 감상하진 못했지만 재미있고 또 한편으로는 슬펐다”고 말했다. 예고편이나 홍보 영상 등을 통해 공개된 장면만 볼 때 영화는 조정석의 특기를 살린 코믹으로만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형’은 관객들을 웃다 울게 만드는 영화다. 후반부에 뜨거운 형제애가 느껴지는 최루성 강한 감동 코드가 가미돼 눈물샘을 자극한다.

“시사회 때 옆자리 사람들이 펑펑 우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도 촬영장 가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고 바로 이야기에 꽂혔죠. 스태프가 제가 우는 모습을 볼까봐 걱정했을 정도였습니다.(웃음)”

영화가 웃음과 감동의 균형추를 잘 맞췄다는 평가도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나치게 신파로 흐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정석은 “신파적인 요소가 강했다면 눈물을 더 쏟아냈어야 하지 않았겠나. 영화가 무난하게 잘 흘러갔다고 생각한다. 엔딩도 과하지 않고 좋았다”면서도 “결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느냐가 중요하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뒤 지난달 말 개봉한 영화는 현재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영화는 맛깔스러운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조정석의 장점을 잘 살려냈다. 일부에서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은 전작 영화들이 흥행에서 빛을 보지 못하자 그가 자신만의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장르에 다시 도전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전 작품이 성공하지 못해 ‘형’을 선택한 건 결코 아니에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동 코드가 있고, 대중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 영화는 개봉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번 영화도 이미 지난 5월에 촬영을 끝냈는데 개봉이 다소 늦어진 감이 있고, 예전에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을 먼저 찍고도 개봉이 연기되면서 나중에 촬영한 ‘건축학개론’이 먼저 극장에 내걸린 예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작을 고려해 어떤 선택을 굳이 내릴 이유가 없습니다.”

4남매 중 막내인 조정석은 “동생은 없지만 동생 같은 조카가 있어서 충분히 공감됐고, 영화 속 이야기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경수는 성실하고 똑똑한 배우

조정석은 이번 영화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 멤버인 도경수와 함께 남다른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도경수는 갑작스럽게 장애를 얻어 은둔의 생활을 하다 형의 도움을 받아 점차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동생 두영 역을 맡아 형 두식 역의 조정석과 차진 호흡을 보여줬다.

“도경수라는 배우를 기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정말 성실한 배우입니다. 배우는 겁이 없어야 하는데 (도)경수는 자신감 있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는 친구입니다. 실력도 있고, 매우 영민한 배우죠. 경수 때문에 ‘긍정이 체질’이라는 웹드라마를 일부러 찾아서 6회까지 봤는데 굉장히 신선했어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미래가 기대되는 후배입니다.”

조정석은 도경수와 연기 합이 잘 맞아 영화의 모든 신을 무리 없이 완벽한 호흡으로 찍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영화 ‘카트’와 경수가 사이코패스로 나왔던 드라마 ‘너를 기억해’를 보고 경수가 정말 연기를 잘한다는 걸 느꼈어요. 저는 경수가 좋아요. 착하고 예의 바른 친구예요. 좋은 사람도 저랑 코드가 안 맞을 수는 있잖아요. 그런데 경수랑은 정말 잘 맞았습니다.”

그는 이번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박신혜에 대해서도 “정말 착하다”며 “제작 발표회 때 나랑 멜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의사 표현을 해줬는데 나도 그러고 싶다”며 웃었다.

조정석은 영화 초반에 코믹한 장면을 자주 선보인다. 그 때문에 영화가 ‘납뜩이’ 업그레이드 버전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납뜩이’ 꼬리표는 아마 제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겠죠. 그렇지만 ‘납뜩이 2’로 생각하고 연기한 건 아닙니다. 다만 영화에서 ‘납뜩이’를 오마주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긴 해요.(웃음)”

조정석 하면 현란한 애드리브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자신이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배우로 알려진 건 오해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가 하는 건 애드리브가 아닙니다. 감독님이 컷 사인을 안 해주시면 그냥 가만히 있기가 어색해 그다음 상황을 이어가는 것일 뿐이죠. 그런데 그걸 상대 배우들은 제가 애드리브를 하는 걸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평소 작품을 할 때 애드리브는 거의 안 하는 편이에요. 멍석 깔아주고 마음껏 애드리브를 하라고 주문하지 않는 한 그렇게 하지 않아요. ‘건축학개론’에서 나온 ‘어떡하지, 너’ 그건 애드리브였네요.(웃음)”

◆요즘 인기 덕에 기분 정말 좋습니다

2016년은 배우 조정석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으로 감춰왔던 매력을 폭발시키며 여심(女心)을 흔들어놓았다. 무엇보다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능청스러운 연기로 ‘생활 연기의 달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어냈다. 여자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남자 주인공이 아닌, 극을 원톱으로 이끌고 가도 전혀 손색없는 완벽한 연기력으로 대중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그는 “드라마 촬영 중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오프라인에서 영화 홍보를 하다 보니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며 “기분이 기가 막히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들로 인해 가족까지도 시달리고 있다”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그는 대중이 자신의 어떤 매력에 빠져든다고 생각할까.

“배우 조정석이 그린 인물을 사랑해주는 것 같아요. 제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이화신 기자님’ 하고 극 중 배역 이름으로 불러줘요. 전 조정석인데 이화신으로 불린다는 건 기분 좋은 일입니다. 이는 결국 ‘이화신’을 연기한 ‘배우 조정석’도 함께 사랑해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쌍방향으로 기분이 좋은 겁니다. 극 중 캐릭터는 싫은데 그를 연기한 배우는 좋다는 경우도 있지만, ‘이화신’과 ‘조정석’ 둘 다 좋다고 하는 거니까요. ‘이화신’이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린 작가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는 또 요즘 팬들로부터 섹시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제 안에 그런 매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저 자신도 사실 의문을 갖고 있어요. 저는 그저 열심히 연기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에서 많은 분들이 섹시함을 발견하는 것 아닐까요?(웃음)”

그는 ‘질투의 화신’에서 상대역으로 출연해 최상의 호흡을 맞춘 배우 공효진과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스크린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공효진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가 ‘형’과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면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바뀐 셈이다.

그는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서로 응원했다. 두 영화가 같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서로 얘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바람대로 두 영화 모두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한편 그는 “공효진이라는 배우가 있었기 때문에 ‘이화신’이 돋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드라마 성공의 공을 상대 배우에게 돌렸다.

조정석은 “배우는 자신의 얼굴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저를 캐스팅할 때 어떤 분들은 ‘탈(마스크)이 좋다’는 말씀을 하세요. 제가 잘생긴 꽃미남은 아니라는 걸 스스로도 인정합니다.(웃음) 하지만 저는 제 얼굴을 좋아합니다. ‘탈이 좋다’는 말은 배우로서 매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연기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데 매력이 없어’라는 말을 들으면 서운할 것 같아요.”

당분간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낸 뒤 차기작에 대해 고민해 볼 생각이라는 그는 “나에게서 코믹 이미지가 떠오른다면 다음 작품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배우가 한 이미지에 갇히는 건 좋지 않다”면서 “언젠가는 완전히 다른 연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역시나 방점은 ‘연기’에 찍었다. “앞으로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선보일 생각이에요. 이 말이 진심이라는 걸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사진 제공=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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