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판도라·라라랜드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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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9   |  발행일 2016-12-09 제42면   |  수정 2016-12-20

판도라
지진, 그리고 원전폭발…논픽션 같은 재난 영화


20161209

원자력발전소 인부 재혁(김남길)의 머릿속은 오늘도 마을을 떠날 생각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재혁은 돈 벌 궁리를 하다 원양어선을 타기로 마음먹지만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여자친구인 연주(김주현)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기가 무섭게 핀잔을 듣는다. 재혁의 어머니 석여사(김영애)도 펄쩍 뛰긴 마찬가지다. 발전소에서 일하던 남편과 큰 아들이 방사능 피폭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나 재혁이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게 선뜻 내키진 않지만 원죄(?)가 있는 그를 꽁꽁 옭아맨다. 재혁은 아버지의 사고 피해 보상비로 사업을 했다가 쫄딱 망한 뒤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다.


박정우 감독의 국내 첫 원전 소재 재난 블록버스터
경주 강진·컨트롤타워 부재 현실 맞닿은 상황 눈길
김남길·문정희·정진영·김영애 新舊 연기 앙상블



재혁은 발전소에서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동료들에게 실없는 소리를 해대며 작업 중이고, 식당을 하는 석여사는 큰 며느리 정혜(문정희)와 장사 준비에 한창이던 어느 평화로운 날. 진도 6.1의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다. 간판이 뜯겨 나가고, 지붕이 내려앉는 피해가 발생하고,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런 와중에도 원전을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혜가 의문을 제기하지만 남편과 자식을 원전사고로 떠나보낸 석여사마저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자신한다.

그러나 노후의 심각성을 알고도 근본적 안전 대책 없이 가동해온 원자력발전소 ‘한별 1호기’가 지진의 여파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발전소 소장 평섭(정진영)이 사전에 원전 실태보고서를 청와대에 보내지만 이것이 빌미가 돼 좌천되고, 실세 총리는 사실 은폐에만 급급하다. 예고 없이 찾아온 초유의 재난 앞에 한반도는 일대 혼란에 휩싸이고, 대통령마저 속수무책으로 참혹한 상황을 지켜보는 무능함을 드러낸다.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폭발 사고가 겨우 수습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사용후핵연료인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수조에 문제가 생기면서 2차 폭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판도라’는 안전불감증에 걸린 우리 사회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영화가 기획되고 촬영이 진행될 때까지만해도 영화 속 이야기는 그저 가상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9월 경주에서 실제로 한반도 지진 관측 사상 최강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가 된 것이다. 영화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 말 뜻이 우리 현실에서 어떻게 부합하는지 공감했으면 한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지금 대한민국 사회를 떠올리게 만드는 현실 묘사로 영화는 개봉과 함께 숱한 화제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는 자기들이 쳐놓고, 또 국민들 보고 수습하란다”라는 재혁의 극중 대사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영화가 끝나면 ‘한국은 원전 밀집도 1위 국가입니다’를 시작으로 원전 정책에 물음표를 던지는 내용의 자막이 등장한다. 경주 지역에서 여러 차례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안전 문제와 함께 밀집된 원전 관리에 대한 국가적 논의가 활발해진 가운데 영화 ‘판도라’가 우리 사회에 원전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 700만 관객을 돌파한 ‘터널’ 등 올해 극장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재난 블록버스터가 큰 인기를 모았다. ‘판도라’가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영화는 연기 내공을 갖춘 신·구 배우들이 앙상블을 이뤄냈다. 주연 배우 김남길의 경상도 사투리 연기가 다소 어색한 느낌을 준다. 후반부에 지나치게 늘어지는 감정의 과잉이 부담스러울 관객도 있을 듯하다. (장르: 드라마·스릴러,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36분)


라라랜드
재즈·왈츠·탭댄스…영화로 즐기는 2시간 뮤지컬


20161209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지지만 배우의 꿈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미아(엠마 스톤). 평소와 다름없이 오디션에 낙방한 뒤 길을 걷다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피아노 선율에 마음을 빼앗겨 한 가게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을 보게 된다. 두 사람은 이후 우연한 만남을 반복하다 점차 가까워진다. 우정이 발전해 사랑으로 변해가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게 된다. 하지만 세바스찬이 밴드에 합류하며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라라랜드(La La Land)’는 드러머를 주인공으로 한 음악영화로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해 160만명을 동원하며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던 ‘위플래쉬’의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신작이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아이맥스 버전으로 개봉했다.


160만 동원 ‘위플래쉬’ 다미엔 차젤레 감독 신작
라이언 고슬링-엠마 스톤 세번째 커플 호흡 눈길
두 주연 라이브 화제…세계 첫 아이맥스버전 개봉



감독의 전작인 ‘위플래쉬’가 재즈 선율에 담긴 명품 음악을 선보였다면 ‘라라랜드’는 재즈는 물론 신나는 음악과 춤, 노래까지 더한 한편의 아름다운 뮤지컬 영화다.

남녀 주인공인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은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갱스터 스쿼드’에 이어 이번 영화를 통해 세 번째 커플 호흡을 맞췄다. 앞서 두 작품이 국내에 정식 개봉하지 않아 극장 관객들은 사랑에 빠진 두 배우의 연기를 ‘라라랜드’에서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서로에게 이끌리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라이언 고슬링은 영화 속의 모든 피아노 연주를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해냈다. 음악을 사랑하는 재즈 피아니스트로 거듭나기 위해 몇 개월 동안 피아노 연습에만 매진했다고 한다. 2014년 뮤지컬 ‘캬바레’를 통해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자랑했던 엠마 스톤 역시 수 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이번 영화에서 노래와 왈츠, 탭댄스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엠마 스톤은 이 영화로 제73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2017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두 주연배우의 라이브 실력 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에서 라이언 고슬링은 ‘시티 오브 스타즈’, 엠마 스톤은 ‘오디션’이라는 노래를 직접 불렀다. 서정적 멜로디와 공감가는 가사, 그리고 두 배우의 뛰어난 노래 실력을 확인시켜주는 두 곡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흘러나온다. 현장에서 동시 녹음으로 완성된 곡이어서 더욱 생생한 느낌을 빚어낸다.

미국의 알앤비(R&B) 스타 존 레전드가 극 중 라이언 고슬링의 친구이자 재즈 스타 키이스로 분해 색다른 웃음을 전한다. 또 ‘위플래쉬’에서 폭군 선생으로 나온 J.K. 시몬스가 감독과의 인연으로 깜짝 출연했다.

영화는 제목인 ‘라라랜드’를 의미하는 할리우드가 있는 LA를 주무대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모습을 다양한 색채로 담아냈다. 꽉 막힌 LA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노랫소리가 울려퍼지고 갖가지 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자동차에 올라가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오프닝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라이언 고슬링의 피아노 연주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장르: 로맨스·뮤지컬,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28분)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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