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겨울철 입맛 살리는 味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12-09   |  발행일 2016-12-09 제39면   |  수정 2016-12-09
“뽀얀 대구탕· 탱글탱글 굴·기름 좔좔 과메기…요즘 먹으면 딱이죠”
20161209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피로가 더 많이 느껴지기도 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소화 기능도 약해진다. 비타민C나 단백질 등이 부족하기도 쉽다. 입맛도 까칠해진다. 동의보감에서는 겨울철을 ‘폐장(閉藏)’이라 했다. 닫을 ‘폐(閉)’ 자와 저장할 ‘장(藏)’ 자를 써서 감추고 저장하라는 뜻이다. 겨울철에는 저장하듯이 잘 먹어야 추위를 견디고 이겨 낼 수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겨울철 영양보충으로 다가오는 봄의 춘곤증까지 예방할 수 있다. 제철 음식은 그 재료의 영양분이 가장 무르익은 것이다. 제철 음식을 먹으면 사계절 변화의 순리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것은 그 계절을 가장 그 계절답게 살 수 있도록 해준다. 겨울철 입맛을 깨울 수 있는 제철 재료로 맛을 내는 맛집들이 있다.

동해서 그물로 잡아올린 산란기 대구
입 안서 톡톡 터지는 도루묵 요리 계절
부위별 7가지 맛 아귀도 지금이 제철
막걸리 한잔 생각날 땐 과메기가 일품
한우구이·김치찜도 두 말하면 잔소리

◆포항물회-생물 대구탕

‘눈 본 후 대구’라고 한다. 찬바람이 부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대구의 산란기여서 암컷은 배가 터질 듯 알을 품고 있다. 이때 대구는 살이 많고 담백하면서 단맛이 난다.

동해에서 낚시가 아니라 그물로 잡은 싱싱한 생물을 쓴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우윳빛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 개운하다. 대구는 기름기가 별로 없어 별다른 풍미가 느껴지지 않지만 풍부한 아미노산 때문에 씹을수록 촉촉하고 달큰한 쌀밥 맛이 느껴진다. 워낙 신선해서인지 연하다는 살점도 먹는 내내 풀어지지 않는다.

본연의 맛에 충실하기 위해 별도의 맛국물을 내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대구 한 마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쫀득쫀득한 대구 내장에 꼬불꼬불 꼬여 있는 수컷 정소인 곤(이리)의 고소한 우유맛, ‘깡다구’라는 등뼈에 붙은 살은 닭가슴살과 비슷한 쫄깃한 맛, 대가리 볼테기의 탱탱한 맛이 담백한 국물과 깔끔하게 어우러진다.(대구 동구 신천4동 346-17/053-756-3187)

◆영덕횟집-아귀 수육

지금부터 2월까지가 제철인 아귀를 수족관에 살아 있는 것으로 수육을 만들어낸다. 툭 불거진 눈망울에 커다란 입, 어딘지 모르게 우스꽝스럽게 지지리도 못난 생선이다. 그러나 아귀는 저지방 고칼로리 생선으로 타우린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감칠맛이 있다. 이 집 수육은 부위별로 7가지 맛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보들보들한 살은 달콤하고 껍질은 쫄깃쫄깃 진득한 맛이다. 뼈째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한 볼살, 찰기가 있는 지느러미 부분의 탄력, 난소의 부드러운 맛, 내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위주머니인 ‘배포’는 소막창과 모양이나 씹는 느낌이 흡사하다. 적당한 식감의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맛의 절정은 간이다. 거위의 간으로 만든 푸아그라는 한 수 아래. 탱탱하다. 입안에서 흩트러지는 순간 맑은 물에 먹물 퍼지듯 크리미하고 고소한 맛이 탁 풀어지면서 온몸을 휘감는 맛이다.(대구 수성구 범어동 1466/053-745-4752)

◆미야꼬-굴우동, 굴튀김, 굴덮밥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하얗다’는 말이 있다. 굴은 멜라닌 색소를 없애주는 기능이 있다.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굴은 8월까지 산란을 끝내고 가을에 살이 차기 시작해 겨울이 되면 최적의 상태가 된다. 11월에서 2월까지를 최고로 친다. 이 집은 요즘 제철인 굴 요리를 일본식으로 낸다.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시원한 국물맛을 강조하는 굴우동은 달착지근하면서 감칠맛의 짭조름한 국물에 쫀득한 면발의 우동과 고명으로 듬뿍 올린 굴과 채소가 각각의 맛을 내는 듯하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우동 국물에 살짝 익은 굴을 계란에 담가 먹는 맛은 고소함을 더한다. 우동 한 그릇이 식사로 부족할 것 같지만 꼬마김밥까지 곁들이기 때문에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맛이 깊고 정갈해 식욕이 없을 때 제격이다. 두 번 튀겨 촉촉하고 고소한 굴튀김과 덮밥도 별미다.(대구 수성구 상동 402-5/053-761-5555)

◆화친도가-화로구이

테이블 한가운데 작은 화로를 준비해 나만의 고기를 구워 먹는다. 개인 상차림으로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겨울철 굳어진 입맛에 화로구이는 오랫동안 열을 유지해 은은하게 구워지고 끝까지 제맛을 지키게 해 제격이다. 담백하게 육즙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어 고소한 맛이 배가 된다. 분위기는 일본 선술집이다. 한우 최고급 등급만 쓴다. 늑간갈빗살, 등심, 안심, 채끝, 눈꽃갈빗살, 부채살, 제비추리, 안창살 등 다양한 부위가 있다. 눈꽃갈빗살과 꽃등심은 고기마다 흰 눈처럼 마블링된 지방질이 촘촘히 박혀있다. 한눈에 보아도 좋은 고기임을 알 수 있다. 적당히 익혀 씹을 때마다 구수한 육즙이 입안에 가득 찬다. 워낙 연해 입속에서 씹을 틈도 없이 사라진다. 안창살은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다른 부위와는 다른 맛이다. 즉석에서 구워 먹는 다양한 꼬치구이와 마무리 식사로 나오는 컵밥과 장찌개 그리고 해물뚝배기 라면도 매력적인 맛이다. (대구 중구 대봉동 178-6/053-253-0178, 오후 4시부터 영업)

◆왕탁-과메기

겨울을 알리는 첫서리가 내리는 날부터 겨울 내내 먹는 과메기는 코끝이 시리도록 추운 겨울날 삭풍에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한다. 반건조 상태로 익은 과메기의 검붉은 속살을 초고추장에 찍어 마늘 한 조각에 쪽파 걸치고 미역이나 쌈배추에 돌돌 말아 한 입 베어 먹으면 기름기 줄줄 흐르는 과메기의 구수한 맛과 알싸한 마늘 향, 쪽파의 단맛, 새콤한 초장, 아삭한 미역 맛이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루며 빚어내는 오묘한 맛이 혀끝에 녹아내린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비릿한 맛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겨울이 시작됨과 동시에 과메기를 찾는 것은 당연지사가 되어버린다. 전국에서 제조된 수십 가지의 막걸리를 갖추고 있다. 술깨나 하는 주당들이 모이는 참새 방앗간이기도 하다.(대구 남구 봉덕동 712-5/010-8290-2133, 오후 6시부터 영업)

◆맥아더키친-김치찜

압력 밥솥에 얼리지 않은 돼지 오겹살을 큼직하게 뭉텅뭉텅 썰어 깔고, 2~4시간 곤 사골 육수를 고기가 잠길 정도로 붓는다. 김치는 고기를 지그시 눌러 육즙이 잘 배게 통째 4등분 크기로 잘라 뉜다. 김치의 섬유질이 그대로 느껴질 만큼 사각거리면서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영하 3℃~영상 3℃에서 6개월 정도만 숙성시킨다고 한다. 압력 밥솥째로 낸다. 쪄낸 김치는 워낙 육즙이 잘 배어 있어 혀로 살짝만 눌러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김치의 간이 밴 돼지고기는 적당히 부드러워 젓가락만 닿아도 결대로 찢어진다. 김치를 쭉 찢어 돼지고기를 돌돌 말아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자박할 정도의 국물을 밥 위에 끼얹어 비벼 먹는 맛은 칼칼하면서도 숟가락을 자주 가게 하는 밥도둑이다. 이 집의 맛은 발을 동동 구를 정도의 현란한 맛은 아니지만 한 끼 식사로는 더없이 깔끔한 맛이다.(대구 남구 대명동 1809-18/053-262-0744)

◆계산식당-도루묵찌개

도루묵의 계절이다. 생물 도루묵을 노릇노릇 구워 먹는 기막힌 맛은 한겨울 칼바람 추위도 잊을 만큼 중독성이 있다. 구워진 도루묵 몸통을 살살 주물러 뼈와 분리시킨 뒤 한 번에 살만 쭉 뽑아 먹으면 살이 연하고 비린내라고는 없다. 알배기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통통한 알이 입안에서 오도독오도독 씹히며 톡톡 터지는 유별난 식감이 입맛을 더욱 자극한다. 썬 호박과 무를 넉넉히 깔고 진하게 우려낸 육수를 붓고 고춧가루를 더해 끓여내는 이 집의 ‘도루묵찌개’는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겨울 입맛 살리기에 제격이다.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밑반찬이 돋보이는 집이다.(대구 중구 계산동 2가 6/053-257-1710) 음식칼럼니스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