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탄핵 주도한 朴, 탄핵 대상…의장석 점거했던 丁의장 손엔 의사봉

  • 박재일
  • |
  • 입력 2016-12-09   |  발행일 2016-12-09 제4면   |  수정 2016-12-09
12년만에 대통령 탄핵…뒤바뀐 배역
20161209

정세균 의장자격으로 가부결정
찬반 대립했던 추미애·정동영
이번에는 탄핵 가결에 앞장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정국은 12년 전인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과 여러 측면에서 상반되는 면이 있다.

여야 구도가 바뀌면서 당시 탄핵에 ‘결사항전’하던 정치인들이 이제는 최전선에서 탄핵을 독려하는 진영에 섰고, 반대로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은 이제 탄핵의 대상이 됐다. ‘적’과 ‘동지’가 완전히 뒤바뀌는 상황이 연출됐다.

◆朴대통령…탄핵 대상으로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 당시 본회의장에는 박 대통령을 향한 탄핵 반대파 의원들의 고성이 쏟아졌다. 탄핵안 표결이 열린 3월12일 국회 속기록을 보면 누군가가 “박근혜 의원, 뭐하는 거야!" “박근혜 의원, 공개투표 하지마!"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이 기표소를 완전히 가리지 않고 투표를 하는 것에 대해 탄핵을 저지하려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이후 한나라당이 민심의 역풍에 처하자 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한나라당은 탄핵을 주도한 최병렬 대표 대신 박 대통령을 수장으로 세웠고, 박 대통령은 당사를 천막으로 옮기면서 당을 건져냈다. 사실상 ‘미래 대통령 박근혜’의 입지를 다진 정치력이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2016년, 박 대통령은 자신을 겨냥한 탄핵 표결을 청와대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2004년 탄핵 반대했던 정세균 의장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가장 강력한 탄핵 반대파 중 하나였다. 정 의장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직 수호를 위해 김부겸 의원 등과 함께 의장석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이제는 야당 출신 국회의장 자격으로 탄핵안 가부에 대해 방망이를 두들겨야 하는 상황이다. 법적으로 무소속인 정 의장의 경우 탄핵안 발의에는 서명하지 않았지만, 탄핵안 표결에는 참여한다.

당시 자신이 행한 ‘점거’ 행위를 이제는 앞장서서 막아야 한다는 책무도 있다. 아이러니다. 정 의장과 함께 탄핵안에 강력 반대했던 이종걸, 송영길 의원 등 다수의 야권 의원들도 이제는 탄핵 통과의 최전선에 섰다.

◆추미애와 정동영, 적에서 동지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묘하게 엇갈린 관계도 눈길을 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 자신의 뒤를 이을 정치인으로 “정동영도 있고 추미애도 있다"고 말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후 2004년 탄핵에서 두 사람은 정반대 위치에 섰다.

노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당시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장으로서 결사 항전했고, 탄핵안 가결 이후 역풍이 불고 나서는 정국수습을 주도하면서 야권의 지도자급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졌다. 이후 2007년 대선에서 현 야권의 대선후보로 등극했다.

반면 추 대표는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이후 역풍에 직면하며 ‘삼보일배’를 비롯해 긴 참회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추 대표는 아직도 ‘노무현 탄핵’에 찬성한 것을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한때 다른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은 9일 본회의장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 진영에 함께 섰다. 특히 두 번 모두 탄핵의 최전선에 서게 된 추 대표의 경우,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걸렸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