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트럼프 쇼크, 자유무역 수호자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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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05   |  발행일 2016-12-05 제30면   |  수정 2016-12-05
20161205
강준영 (한국외대교수)

자유무역질서 깨는 트럼프
세계경제위기 부를 가능성
美의 공백 메우겠다는 中은
경제외적 이유로 한국 압박
자유무역 수호자役 의구심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실 자국 보호주의 풍조는 이미 트럼프 당선 이전부터 세계적 추세의 하나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슬람국가(IS)의 준동과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들의 유럽 유입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현실이 되는 등 일련의 자국 보호주의 사조가 전 세계를 휩쓰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미 대선에 등장한 트럼프 후보의 자국 중심주의적인 보호주의 언행은 이러한 풍조에 기름을 부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9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G20 회의는 중국의 적극적인 주도 하에 보호무역 추세를 배격하고 자유무역 질서를 옹호할 것을 선언문에 담았고 기존의 자유무역질서를 옹호하는 측과 이를 배격하는 보호무역주의자들의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 자체가 쇼크일 수 있지만 사실 본질은 다른데 있다. 트럼프 쇼크는 전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 자국 보호주의적인 정책을 펼치게 되면 기존의 다자적 무역질서가 흐트러진다는데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관세 인상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무역 적자를 보완하려 할 것이며 이로 인해 경쟁적인 각국 통화의 평가 절하를 유도하는 환율전쟁이 불가피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무역량의 위축을 가져와 각국의 성장률이 둔화되는 세계적 공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본질이다.

트럼프는 특히 국제무역 분야에서 기존의 세계무역기구(WTO) 지침을 따르지 않고,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을 폐기할 것이며 기존의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를 해체하고 개별 협정을 맺을 것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무역질서 재편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현실화된다면,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그의 공약이 사실로 다가온다면 재앙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10위의 무역 대국인 우리나라에 한미 양자 간 협정인 한미 FTA 재협상이나 환율 조작국 지정 등은 큰 걱정거리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자국보호주의와 전 지구적인 동시다발적인 보호주의 풍조에 한꺼번에 휩싸이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빠질 우려가 있음을 경고한다.

이러한 미국적 국제무역질서 재편에 강력히 저항하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선거 기간 내내 중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던 트럼프의 당선이 가져올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가 당선된 후 11월19~20일 양일 간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조연설을 통해 무력화된 TPP를 대체하는 아시아 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를 자유무역의 질서 하에 미국의 공백을 중국이 메우겠다는 선언을 했다. 물론 트럼프가 TPP를 폐기한다고 해서 국제무역에서 완전히 고립되겠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존의 질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판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를 둘러싼 미중 양국 간의 줄다리기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자유무역질서의 수호자로 자처하고 나선 중국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데 있다. 자유무역질서를 지지하는 한국은 최근 중국이 보이는 암묵적이고 비공식적인 한류 제재나 특정 현지 한국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이해할 수 없다. 문서나 정책에 의한 공식제재는 아니지만 다분히 정치적 문제를 경제·문화적 분야로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확대시키는 자칭 자유무역질서 수호자의 태도는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분명한 것은 중국이 언행 일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국가를 자처하는 중국이 더 이상 대국의 풍모를 잃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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