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미씽: 사라진 여자·잭 리처: 네버 고 백

  • 김명은
  • |
  • 입력 2016-12-02   |  발행일 2016-12-02 제42면   |  수정 2016-12-02

미씽: 사라진 여자
믿었던 보모가 딸과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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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외주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지선(엄지원)은 남편과 이혼 후 13개월 된 딸 다은의 양육과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워킹맘이다. 매일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는 지선은 그나마 자신을 대신해 다은을 애지중지 돌봐주는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가 있어 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한매는 지선에게 가족보다 더 가깝고 소중한 존재다.

그러던 어느날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지선은 한매와 다은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걸 알게 된다. 뒤늦게 경찰과 가족에게 딸의 실종 사실을 알리지만 설상가상으로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되레 지선이 전 남편과 양육권 소송 중에 딸을 빼돌리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라는 의혹을 일으킨다. 전 남편과 시부모는 물론이고 심지어 변호사까지 그녀가 다은을 숨겼다고 의심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두 여자의 절절한 모성애 다룬 감성 미스터리 스릴러
‘이혼한 워킹맘’ 엄지원-‘보모’ 공효진 찰떡 케미
연출 이언희 감독까지 女삼각편대 파워…반전 충격


결국 홀로 한매의 흔적을 추적하던 지선은 집 앞을 서성이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증언들로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된다. 지선은 한매의 실체를 파고들수록 그녀의 이름, 나이, 출신 등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한 현실을 정면으로 비추는 영화다.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걷어내고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하다 보면 한국사회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워킹맘의 육아현실은 기본이고, 해체되기 쉬운 다문화 가정,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외국인 노동자, 장기밀매 등 감추고 싶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난다.

남편과 이혼 후 밤낮없이 일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지선에게 돌아오는 것은 가정에도, 직장에도 충실하지 못하다는 비난뿐이다. 아이를 보모에게 맡기고 일하러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로서 자격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게 이 땅의 워킹맘들이다. 기댈 곳이 없긴 한매도 마찬가지다. 그녀 역시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작은 호의조차 기대할 수 없었다. 태어난 곳도 자란 환경도 다르지만 결국 동일한 고통을 겪게 되는 극중 지선과 한매의 모습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박한 사회가 두 여자의 모성애를 지켜주지 못했고, 이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에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여성 영화 기근에 시달리는 국내 영화계에서 보기 드물게 여배우를 투톱으로 내세웠고, 또 여성 감독(이언희)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로 인해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이 묻어난다. 무엇보다 엄지원과 공효진, 두 여배우의 깊이가 느껴지는 영화다.

영화 ‘소원’에서 가슴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준 바 있는 엄지원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지선의 절박하고 답답한 상황에 깊이 몰입해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등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공블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공효진은 이번 영화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까칠한 낯빛, 정돈되지 않은 눈썹과 머리카락, 추레한 차림새로 그간 작품에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물론, 비밀스러운 인물인 한매를 밀도있는 내면 연기로 표현해냈다. 특히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절망해야 했던 한매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달빛 속 오열 연기는 압권이다. 영화는 반전의 재미가 있다. 하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도 눈에 띈다. (장르: 미스터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잭 리처: 네버 고 백
믿고 보는 할리우드 액션왕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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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톰 크루즈)는 어떠한 조직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세상을 떠돌며 오직 자신이 판단하는 정의 안에서 행동하는 독립적인 인물이다.

그의 후임 사령관으로, 지적인 카리스마와 강인한 체력을 지닌 수잔 터너 소령(코비 스멀더스)은 자신의 부하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음모를 밝히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며 리더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군사 스파이 혐의로 억울하게 체포되고, 잭 리처만이 그녀의 무죄를 확신하고 탈출을 돕는다.

잭 리처는 자신 또한 누명을 쓰게 되는 위기에 놓이면서도 비상한 두뇌와 타고난 직감, 동물적 본능을 발휘해 숨겨진 음모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특별한 무기 없이 동물적인 판단과 과감한 액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그는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추격을 멈추지 않는다. 진실을 추적하던 중 관련된 사람들이 잇따라 살해당하기 시작하고 잭 리처는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잭 리처’시리즈 18번째 이야기
누명·살해된 동료들의 진실 추적하다 음모에 접근
톰 크루즈, 1편 이어 또 한번 통쾌·짜릿한 리얼 액션



‘잭 리처: 네버 고 백’은 전 세계 40여개 언어로 번역되고 있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잭 리처’ 시리즈의 열여덟번째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연배우 톰 크루즈는 2013년 국내개봉한 ‘잭 리처’ 1편에 이어 다시 한 번 ‘잭 리처: 네버 고 백’의 잭 리처로 돌아왔다.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는 특별한 장비나 초능력 없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유리창을 주먹으로 부수거나 총으로 무장한 적을 오직 빠른 몸놀림만으로 제압하는 등 보기만 해도 통쾌하고 짜릿한 리얼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잭 리처가 맨몸 액션에만 능통한 것은 아니다. 위험천만한 도심 한복판에서 과격하고 현란한 카 체이싱을 펼치며 적을 추격하는가 하면, 빗발치는 적의 총알 세례에도 흔들림 없이 적을 조준하는 압도적인 총격신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선착장의 거대한 폭파 장면에까지 이르는 화려한 액션 시퀀스로 극장을 찾는 관객에게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톰 크루즈는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으며,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제작진이 가세해 화려한 추격 액션을 완성시켰다.

이번 영화는 ‘세기의 매치’ ‘블러드 다이아몬드’ ‘가을의 전설’ 등을 통해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에드워드 즈윅 감독과 톰 크루즈가 2003년 제작된 ‘라스트 사무라이’ 이후 13년 만에 재회해 내놓은 작품으로도 눈길을 끈다. 톰 크루즈는 전편 ‘잭 리처’에 이어 이번에도 제작에 참여했다.

시즌9까지 제작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미국 드라마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의 로빈 셔바츠키 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국내 팬들에게는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통해 눈도장을 찍은 코비 스멀더스가 강인한 매력의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새로운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또 미드 열풍을 불러일으킨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으로 열연해 사랑받은 로버트 네퍼가 자신의 이익만 좇는 냉혈한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선악 구도가 명확하다. 이는 낡은 틀로 보이기도 한다. (장르: 범죄 액션,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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