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탄핵 이후

  • 입력 2016-12-02   |  발행일 2016-12-02 제23면   |  수정 2016-12-02
[조정래 칼럼] 탄핵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에서 조기퇴진을 선언했다. 국회가 퇴진 로드맵을 짜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탄핵이든 하야든 여야가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 시간 벌기 등의 꼼수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국회만이 중단된 국정시계를 돌릴 배터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제 박근혜정부 끌어내리기에 돌입해야 할 국면, 좌고우면 우왕좌왕을 끝내고 신속하게 여야 간 합의안을 도출해야 할 시점이다. 실기하면 촛불은 언제든 국회로 향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헌정의 중단과 파괴에 대한 단죄는 헌법의 준수로 내려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촛불의 탄핵은 탄핵 이후를 예비한다. 탄핵은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탄핵은 대통령과 함께 작금의 국난을 초래한 공동정범들에 대한 죄를 다 물어야 비로소 완성된다. 국정농단 세력은 두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을 잘못된 길로 인도했거나 속수무책으로 일탈을 조장·방치한 집단 모두 공동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넓게는 입법·사법·행정부를 포함한 우리 국가 기득권 세력 대부분이 탄핵 대상이다. 범위를 좁히자면, 기득권에 부패 혐의까지 피하기 어려운 집단을 반국가적 행위자로 국한할 수 있을 게다. 탄핵 대상은 이렇게 선정되고, 탄핵 이후의 탄핵이 더 ‘중헌’ 국사로 자리한다.

탄핵은 비정상의 정상화, 국가 대개조를 명령한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천명했지만 실천하지 못한 대명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그것을 한마디로 ‘국가대개조’로 명명했다. 그가 개혁의 주창자에서 그 대상이 된 지금, 극적인 대반전이 일어난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국가대개조를 위한 탄핵은 예서 멈출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일가와 함께 국가의 기틀을 새로이 바로 세울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공과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란 촛불민심 앞에 더욱 밝게 타오른다.

촛불의 탄핵·퇴진 민심은 ‘새누리당 해체’란 외침에서 보이듯 ‘셀프 탄핵’을 요구한다. 대통령 퇴진 이후 1차 과녁은 정치권에 맞춰진다. 타도의 대상으로 부상한 ‘친박’이 수세에 몰려 지금껏 쥐 죽은 듯 움츠리고 있더니, 수세를 공세로 바꿀 히든카드를 들고 준동을 시작했다. 폐족(廢族) 선언만 남겨 둔 그들이 박 대통령의 조기퇴진을 먼저 건의하고 나선 것은 나부터 살겠다는 파렴치한 행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석고대죄하고 정계은퇴를 해도 용서를 받을까말까 한 부역자들인데…언감생심 부활이라니. 지금까지 공(?)만 해도 적지 않으니, 박 대통령보다 먼저 물러갔으면 한다. 법에서는 연좌제가 불법이지만, 정치에서 연좌제는 정도고 합법이다.

셀프탄핵은 셀프개혁에 우선해야 한다. MBC 기자와 앵커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국회의원은 ‘시스템 탄핵’을 주장하고, 이를 통하지 않고서는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우리 사회는 결코 변화하지 않을 거라고 단언했다. 행정, 국회, 검찰, 언론, 재벌까지 다 탄핵을 해야 한다는 그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권력의 시녀란 검찰에 대한 비판이 상존하고, 박 대통령의 지적처럼 일부 부패기득권 언론이 얼굴색만 바꾼 채 호가호위를 계속하게 둔다고 상상해보라.

박근혜 대통령의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상처입어 선혈이 낭자하고 반격 능력이 없는 사자를 무차별 물어뜯고 있는 하이에나들, 음흉한 적의의 비수는 감춘 채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보수 언론들, 아니 수구 ‘꼴통’언론들은 반성을 할 줄 모른다. ‘언론’ 대신 ‘검찰’ ‘국회’를 대입해도 하나도 그르지 않다. 이 괴기스러운 흉상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우리 아이들이 곱게 살아갈 대한민국은 꿈꾸기 어렵다.

촛불광장은 대통령 탓에 국민 덕에 만들어진 절호의 기회다. 87년 체제 이후 미완성으로 남았던 민주주의를 완성할 마지막 전기다. 박 대통령 이후가 ‘중허’다. 봉합을 경계하고 보수 꼴통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 하나마나한 ‘셀프개혁’보다 ‘자기탄핵’이 더 ‘중허’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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