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전통시장 화재, 무엇이 문제인가] <중> 화재 보험료 지원 절실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적십자봉사원들이 상인들과 화재현장 관계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대(代)를 이어 30년 넘게 꽃가게를 운영해온 상인 김모씨(42). 그는 지난달 30일 발생한 화재로 전재산을 잃었다. 화마가 할퀴고 간 조그마한 가게 내부엔 검은 잿더미 외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1일 오전 시장에서 만난 김씨는 불에 탄 가게를 바라보며 아직도 참담한 현실이 믿기지 않은 듯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4지구 상인회 명의로 보험에 가입돼 76억원이 나온다고 하지만, 상인 1인당 받는 금액은 손해본 것과 비교해 훨씬 미치지 못한다”면서 “이번 상황에 대비해 수년 전부터 보험을 따로 가입하려 했지만 보험사들이 높은 비용을 제시해 가입을 포기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4지구 600개가 넘는 점포 상인은 화재보험 가입을 하지 못해 이번 화재에 따른 피해보상을 받을 방법조차 없는 상태다. 행정기관의 형식적인 안전진단도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지만 상인들이 불가항력적인 재난 피해를 당했을 때 보상 시스템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게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市 “올 초 단체보험 추진했지만
보험사, 높은 손해 이유로 거부”
정부 정책성 화재보험 도입해야


1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상인들의 재산 피해액이 많게는 1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 규모가 이처럼 큰 이유는 점포마다 연말 특수를 앞두고 평소보다 많은 상품을 비축했기 때문으로 대구시는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4지구 상인 대부분은 재산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다. 앞서 대구시는 올초 팔달신시장 화재 발생을 계기로 대구지역 전(全)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화재보험 가입을 추진했지만 보험사 측은 거절했다. 전통시장은 화재에 취약하고 건물의 구조 급수가 3등급 이하로 붕괴 위험이 커 손해율이 높을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열악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상황을 고려해 단체 보험가입을 추진했지만 보험사가 거절해 보상 길이 막혀 있다”면서 “만약 당시 계획이 성사됐더라면 이번 화재로 인한 상인들의 피해는 전액 보전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공단)이 내년 1월부터 전통시장 상인을 위한 저가형 화재보험 상품을 내놓는다.

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전통시장 특별법 시행령이 지난 9월30일자로 발효되면서 전통시장 상인을 위한 화재대비 보험 상품을 민간 보험사보다 최대 50%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전문가인 장흥섭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원장)는 “2005년 서문시장 2지구 화재 당시 국가가 보상한 직간접적인 비용은 총 130억원이 넘었다. 재난이 날 때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평상시에도 상인 보호장치가 있었다면 혈세를 아낄 수 있었다”면서 “이번 서문시장 화재를 계기로 정부가 전통시장 화재에 대해서도 농작물 재해, 풍수해처럼 대형재난에 준한 정책성 화재보험을 도입, 상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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