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여야 대선주자들도 모두 퇴진하라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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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9   |  발행일 2016-11-29 제30면   |  수정 2016-11-29
20161129

촛불민심에 기댄 잠룡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대권판도 유불리만 따져
대선주자·정치권 물갈이
보수·진보 다시 태어나길


동물의 세계에서 하이에나는 비열한 동물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 습성이 항상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다른 동물을 협공하거나 죽은 고기를 마구 뜯어먹기 때문이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행동을 보면 자꾸 하이에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물론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박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가 아직도 외고집을 부리면서 솔직한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은 매우 통탄할 노릇이다. 이와 함께 이런 국정마비를 하루빨리 수습하고, 국가운영을 정상궤도로 돌려놓아야 할 이른바 여야 잠룡들의 행태도 똑같이 실망스럽다. 과연 이들에게 차기에 국정을 맡겨도 될지 걱정이 앞선다.

먼저 여권 대선주자들의 처신을 보자. 여권은 정권을 창출한 당사자로서 친박·비박을 떠나 이번 사태의 공범이다. 그렇다면 국정의 동업자로서 깊은 사죄와 국정마비 종식에 전력을 쏟는 것이 최우선 순위다. 자신의 대선가도 유불리 전략에 의해 당을 흔들고, 야당보다 더 혹독하게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붓는 데만 몰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사실 새누리당 국회의원치고 선거 때 박 대통령의 치맛자락을 부여잡지 않은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단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친박이 탈박, 비박으로 겉옷만 바꿔 입었을 뿐, 알몸 자체가 ‘박(朴)’과 무관한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다. 야당보다 대통령을 더욱 가열하게 비난한다고 해서 국정 동업자로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다. 호박에 검은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욱이 대선주자들이 속으론 딴 계산을 하면서 출마포기와 탈당선언, 당내분란을 주도하는 것을 보면 과연 이들에게 의리(義理)라는 것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의리는 정의(正義)를 바탕으로 하지만, 정의를 빌미로 의리를 먼저 내팽개치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의리는 상대가 곤란에 처했을 때일수록 빛난다. 대통령을 욕하는 데 앞장서기보다는 대통령에게 줄기차게 직언을 하고 혼란수습 뒤 당을 해체하겠다는 결기를 보이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도리다. 그래야 사즉생(死卽生)일 수 있다.

야권 대선주자들의 행태도 다르지 않다. 혼란 해결보다는 어떻게 하면 다른 대선후보보다 더욱 센 독설로 분노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야당의 각종 주장도 자기편 대선주자들의 전략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오락가락하면서 국민들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야권의 대응 전략은 사실상 실기(失機)했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도 “현재 정국을 푸는 방법으로 야권의 입장이 중요하다. 먼저 총리를 세워서 더는 국정이 표류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제일 급하다. 그다음 탄핵을 하든 하야를 요구하든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대통령이 국회에 가서 여야 합의로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지체 없이 총리를 임명했더라면 국정이 이렇게 표류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쯤 책임총리가 개헌논의나 탄핵, 대통령의 2선 퇴진 등을 이끌어 모든 현안이 많은 진도를 나갔을 것이다.

그저 촛불민심에 기생하며 이해득실에 따라 자기주장만 목청껏 외쳐대며 정국과 경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이들은 대권에만 관심이 있을 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지금 국민들 사이엔 자기 세상 만난 듯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여야 대선주자들에게 다시 국정을 맡겼다간 언제 이런 사태가 재발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차라리 대선주자와 정치권이 모조리 물갈이 되고, 진정한 보수와 진정한 진보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국민들은 지금 하이에나가 아니라, 늠름하고 패거리에 의존하지 않으며 글로벌 정글에서 이 나라의 질서와 정의를 바로세울 범(虎)같은 지도자를 갈구할지 모른다.김신곤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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