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교육 연극을 통해 배우는 역지사지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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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8 07:53  |  수정 2016-11-28 07:54  |  발행일 2016-11-28 제18면
“부모님이나 친구,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세요”
20161128

“왜 가족들에게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가셨나요?” 학생들이 엄마 역할을 맡은 친구에게 질문을 했어요.


돼지책
지친 엄마 배역을 맡은 학생
“앞으로 집안일 많이 도와야”

Hot Seat
학교폭력 피해자 역할 연기
심적 고통 체험에 ‘눈물 핑’



“가족 중 아무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엄마 역할의 학생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지요.

학생들은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을 읽고 등장인물인 엄마, 아빠, 두 아들을 교실로 초대해서 궁금한 내용을 묻고 답하는 수업을 했답니다. 등장인물을 직접 초대할 수 없기 때문에 희망하는 학생들이 등장인물이 되어보는 교육 연극을 한 거예요.

‘돼지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해 볼게요. 엄마는 혼자서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한답니다. 아빠와 두 아들은 식사를 할 때도 엄마에게 물을 달라고 하며 온갖 부탁을 하지요. 게다가 입었던 옷도 함부로 벗어던지고 방 청소는 당연히 하지 않았고 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쪽지를 남기고 사라져버려요. 그날부터 아빠와 두 아들은 정말 돼지로 변한답니다.

며칠도 지나지 않아 집안은 돼지우리처럼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고 말이에요. 아빠와 두 아들이 엉망이 된 집안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엄마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요. 그 이후, 아빠와 아들은 엄마를 열심히 도와주게 되었다는 이야기랍니다.

“엄마가 되어 본 느낌이 어떤가요?” 엄마 역할을 한 학생에게 물었어요.

“엄마가 되어 보니 가족들이 모두 엄마에게 부탁만 해서 너무 힘이 들었어요. 저도 앞으로는 엄마를 많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역할을 한 학생은 진짜 엄마가 된 양 진심 어린 소감을 말했지요. 엄마 입장에서 말을 하다 보니, 그동안 엄마에게 했던 자신의 말과 행동을 반성하게 된 거예요.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의 교육 연극 수업이 있답니다. 얼마 전, 학생들과 학교폭력예방 교육을 하면서 이러한 교육 연극 기법을 적용해서 ‘Hot Seat’ 수업을 했어요.

‘Hot Seat’는 연극에서 주인공이 의자에 앉아 배우들의 질문을 받으며 대답하는 방법을 뜻하는 거예요. 학교폭력예방에 관한 수업을 하기 위해서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어보고 싶은 친구를 의자에 앉혔답니다. 다른 학생들은 피해자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하게 했고요. 불과 5분 남짓만 질문이 오고 가도 피해자 역할을 하는 학생의 표정이 어두워졌어요. 서서히 피해 학생의 입장이 되어 힘든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 거죠.

맡은 역할이 끝나고 의자에서 일어나 소감을 말하는 학생의 눈가가 촉촉해졌어요. “평소에는 저도 쉽게 친구를 놀리고 장난을 쳤는데 친구들이 동시에 저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하니까 많이 속상했어요.” 연기란 걸 알았는데도 속상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실제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심적 고통이 얼마나 심할지 짐작할 수 있을 듯했어요.

이러한 ‘Hot Seat’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고 그 상황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답니다. 저 또한 가끔씩 학생들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에는 그 학생의 입장이 되어 충분히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이해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바쁜 일상생활을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에요. 가족들 간에 서로 다른 생각으로 다툰 적은 없나요? 나의 입장만 주장하며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Hot Seat’ 수업을 할 때처럼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볼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을 지니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만큼은 부모님이나 친구 혹은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서로 입장 바꿔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분의 삶이 이해와 더불어 더욱 풍요로워지길 바랄게요. 이수진<대구시지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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