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恩義廣施)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11-28 07:49  |  수정 2016-11-28 07:49  |  발행일 2016-11-28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恩義廣施)

유궁씨 부락의 수령 예( )는 활을 잘 쏘는 천하의 명궁입니다. 방몽은 예에게서 활쏘기의 방법을 다 익혔습니다. 방몽은 온 천하에 오직 예만이 활 쏘는 재주가 자기보다 낫다 하여 스승인 예를 죽여 버립니다. 맹자와 제자 공명의가 이것에 대하여 토론을 벌입니다. 맹자는 스승인 예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활을 잘 쏘는 정나라의 자탁은 위나라의 윤공에게 활 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또 윤공은 같은 나라 유공에게 활 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정나라가 위나라를 공격하여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자탁은 몸이 아파서 활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때 추격해오는 장수는 위나라의 유공입니다. 자탁은 부하 장수에게 “나는 이제 살았다”라고 말을 합니다. 부하 장수가 이유를 묻습니다. 자탁은 “유공은 윤공에게 활 쏘는 법을 배운 장수다. 스승인 윤공은 단인(端人)이다. 그러니 제자인 유공도 반드시 마음이 올바른 사람일 것”이라고 합니다.

자탁 앞에 선 유공은 “저는 스승의 활쏘기 기법으로 지금 이곳에서 스승을 해치는 일은 차마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일은 임금의 지시인지라 제가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고는 화살을 뽑습니다. 그러고선 화살 끝 쇠태를 두드려 그 화살촉의 쇠를 빼버리고 화살 네 개를 쏜 뒤에 되돌아갔습니다.

자탁이 말한 단인(端人)은 ‘마음이 올바른 사람’을 말합니다. 단인(端人)의 어원은 여기에서 유래합니다. 방몽은 스승인 예를 죽였으니 마음이 올바른 사람이 아닙니다. 맹자는 예가 ‘마음이 올바른 사람’이 아닌 방몽에게 활쏘기를 가르친 것은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명심보감에 ‘은의(恩義)를 광시(廣施)하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어라’는 뜻입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느 곳에서든지 또 서로 만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 은혜와 의리를 베풀면 나중에 만났을 때 웃음 띤 얼굴로 좋은 만남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묵호고의 소현섭 교사는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 사고 때 부상자를 구한 의인입니다. 공익재단이 주겠다는 많은 상금과 의인패도 마다했습니다. 학생 교육이 본연의 임무이며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했을 뿐이라며 거절한 소현섭 교사의 태도에 사람들은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부산지검 강력부의 서정화 검사는 소년범들에게 책을 보내주고 독서를 권유한 사람입니다. 소년범들은 서정화 검사의 그 따뜻한 마음에 검정고시를 보고 감사편지를 썼습니다. 그 대상이 8년간 무려 10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널리 은혜와 의리를 베푼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따뜻하게 합니다.

‘은의를 광시하라’의 대를 맞춘 글귀로 ‘수원(讐怨)을 막결(莫結)하라’고 하였습니다. ‘원수를 만들지 말고 원한을 맺지 말라’는 뜻입니다. 길 좁은 곳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 하면서 사람들에게 그저 고맙게 베풀면 은혜이고, 또한 사람으로서 평소 바른 도리를 행하면 의리가 아닐까요?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