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NEWS : 대학생 기자단이 간다] “디지털보다 진정성 느껴진다” 대학가 대자보의 부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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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4   |  발행일 2016-11-24 제29면   |  수정 2017-01-05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불지펴
‘朴 대통령 하야’ 대자보 행렬
페이스북 등 SNS와 결합 공유
현상황 극복의 강한의지 표출
20161124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이 확산되면서, 지역 대학가에도 이를 비판하는 시국관련 대자보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계명대에 붙은 대자보.

대구지역 대학가에 대자보가 부활했다.

최근 사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학내는 물론 학교 곳곳에서는 대자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생명력을 잃었던 대자보가 다시 학내 소통의 수단이 된 것이다. 학생들은 흰 전지에 검은 글씨를 빼곡히 쓰며 세상을 향해 진심 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디지털시대인 지금, 아날로그 매체가 다시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민주화항쟁 시기에 대학가에서 성행했던 대자보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학생운동의 쇠퇴와 함께 영향력을 잃어갔다. 그러던 중 2013년, 고려대 학생이 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전국적으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대학가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에 따른 시국선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이와 관련한 대자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영남대 국제교류센터와 학생회관 게시판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를 작성한 ‘인권네트워크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무너진 현 사태를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는 하야하라.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박근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그 어떤 정당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더불어 당신의 껍데기를 쓰고 대한민국을 침탈하고 있는 당신의 굿판 무리들도 함께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또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도 하야하라. 당신들이 모두 최순실이다”라고 주장했다.

대구교육대 학생회관에 붙은 대자보에는 민주주의와 함께 참된 교육이 실현될 수 있는 나라를 되찾겠다는 예비교사의 외침이 담겼다. 홍진희씨(23·특수통합학과 4년) 등 38명은 “교육 불가능의 현 사회를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은 ‘참된 스승의 길’과는 반대의 길을 걷는 것”이라며 “훗날 만나게 될 학생들을 위해 더 이상 교사의 중립성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계명대는 대구지역 대학 중 대자보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박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는 대자보 행렬이 교내는 물론 인근 도시철도 2호선 강창역까지 이어졌다. 계명대에서는 특히 문학 작품을 인용한 대자보가 눈에 띄었다. 조지원씨(21·문예창작학과 3년) 등 4명은 김수영 시인의 ‘풀’을 대자보 한 면에 써 붙였다. 학생들은 민중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시를 옮겨 적으며 현 상황을 이겨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불의에 침묵하는 것은 불의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함석헌 선생의 글과 “그날은 절대로 쉽게 오지 않는다”는 안도현 시인의 글귀를 인용한 대자보도 눈길을 끌었다.

계명대에서 대자보 열풍이 더욱 거세진 데는 SNS의 영향이 컸다. 교내 대자보에 붙을 시 제보를 통해 ‘시국선언을 위한 계명인의 모임(시계모)’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동시에 게시됐다. 페이스북 관리자는 “대자보가 계속해서 누군가에 의해 떼어지고 훼손되는 상황”이라며 “철거되더라도 많은 학우들이 볼 수 있도록 페이지에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날로그 방식의 대자보가 SNS와 결합해 재생산되며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의사소통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대자보를 문제의식 표출 수단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시계모 회원인 최나래씨(26·계명대 사회학과 졸)는 “쉽게 쓰고 지울 수 있는 디지털매체보다 정성이 깃든 대자보가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안의진 영남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미디어학자인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발언을 예로 들었다. 안 교수는 “맥루한의 언급대로 대자보는 한국 사회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하나의 메시지”라며 “특히 대자보는 한국 대학 문화의 의미 있는 유산이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의사표현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오유리 대학생기자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1년) eureeni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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