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오만함이 낳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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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3   |  발행일 2016-11-23 제31면   |  수정 2016-11-23
[영남시론] 오만함이 낳은 비극

한달 정도 지나면 각 언론사에서 올해의 뉴스 10개를 뽑을 것인데, 그 중 1위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순실이라는 순박한 이름을 가진, 전통시장에서 만날 것 같은 아줌마가 이렇게 세상을 뒤집을 줄이야. 남녀노소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전 국민을 분노케 한 막장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순실 선생님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과 밤잠을 자지 않고 입시공부를 하면서 장래를 꿈꾸었던 학생들에게까지 큰 충격을 줬다.

나라의 시스템이 어떻게 되었기에 국정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경고음조차 안 울렸을까. 아니면 울렸는데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것일까. 왜 이 나라의 언론과 사정당국, 정치인은 이상징후를 알아채지 못했는가. 아니면 알고서도 일부러 외면하였던 것인가. 일이 터지자 과거를 들먹이며 그것이 그때도 이상했다고 말한다. 그러면 왜 그때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항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있었던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씨의 전횡을 방치했던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하는 말도 떠돌아다닌다. 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진실은 모르겠지만 그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성 싶다. 그러나 필자는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진실을 규명해야겠지만, 현 정권에서 있었던 사건 하나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그런 추측이 많이 나돌았지만 정윤회 문건 사건은 청와대 내에서의 권력 다툼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박지만, 조응천씨가 주축이 된 세력과 소위 문고리 3인방이라고 불리는 이재만씨 등 세력의 청와대 권력을 둘러싼 다툼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문고리 3인방 등의 국정개입이 언론의 관심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문건을 누가 유출했는가로 초점이 변했고 결국 조응천씨 및 경찰관 2명이 기소되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되고 문고리 3인방은 건재했다. 당시 이 사건을 처리했던 우병우 비서관은 그 능력을 인정받아 김영한 민정수석이 사퇴한 자리를 이어받았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그런데 지금 최순실씨 및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수사내용을 살펴보면 당시 문고리 3인방 뒤에는 최씨가 있었고 최씨가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청와대 내의 권력다툼에도 개입했다는 것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당시 최씨와 문고리 3인방은 엄청난 승리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또 대통령에게 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최씨, 그들을 통하지 않고는 장관들이 대통령에게 보고도 못한다는 문고리 3인방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힘을 합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즉, 자신들이 어떻게 국정개입을 하더라도 누구든지 이를 견제하려 든다면 그들을 제거하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정에서 최씨 등이 한 일을 보면 명백히 나타난다. 미르재단이 기업들로부터 천문학적인 돈을 거둬들이고, 보통 몇 개월 걸리는 설립절차를 3일 만에 해치우는데 이것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이고 범죄행위가 개입돼 있다고 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것이 잘못되고 뒤탈이 날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들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그들을 감시할 민정수석이 이들을 방치하는데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자신감이 넘친 그들은 무한 질주를 하였다. 그들의 이런 자신감은 문건 사건의 승리에 도취된 오만함에서 나온 것이다. 나의 힘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고 여기에 저항하는 사람은 모두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오만함이다. 역사에 가정법은 부질없지만 문건사건 때 이들이 패퇴했다면, 이들이 그 후에 국정을 이 정도로 농단할 수 있었을까. 승리의 순간은 달콤하지만 그것이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최씨나 문고리 3인방만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곱씹어봐야 한다. 또한 이번 일을 보면서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는 이런 정치체제 하에서는 언젠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여상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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