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영남대의 매력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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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23   |  발행일 2016-11-23 제30면   |  수정 2016-11-23
교수회, 일방 출혈강조 반대
학교매력 자율성은 살리고
폐쇄적 재단운영 반성해야
[동대구로에서] 영남대의 매력
박종문 교육팀장

영남대 큰폭 재정적자 발생
개혁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교수회, 일방 출혈강조 반대
학교매력 자율성은 살리고
폐쇄적 재단운영 반성해야

영남대가 술렁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 아래에서 특혜가 없었는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총장 선출과정에 재정적자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시선을 내부로 돌리면 영남대는 재정적자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여느 대학과 비슷한 처지지만 근본적으로는 계속되는 등록금 동결로 학교 재정환경이 좋지 않다. 수입이 줄더라도 학생장학금이나 기숙사시설, 복지지출, 해외연수, 학습환경 개선 등 학생들을 위한 투자는 줄일 수 없어 예산 운용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재단이나 대학본부는 지금과 같은 지출구조가 계속될 경우 몇년 내로 가용자원이 바닥날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긴급처방을 서두르고 있다. 향후 학령인구 감소 등 대외여건이 더 불리하게 돌아가는 만큼 지출구조에 대대적인 손질을 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국면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 재단의 우려다. 반면 교수회와 직원 등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일방적인 출혈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영남대교수회가 22일 교수총회를 개최한 것도 이런 고민의 표현이다.

외부환경 또한 만만찮다. 정치권에서는 영남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보고 퇴임 후 영남대에 대한 스크린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혹시 특혜성 지원은 없는지 등을 살필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새마을’ 관련 부분이 혹독한 검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마을사업을 이끌고 있는 최외출 전 부총장은 애써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예산 사용을 투명하게 해왔다고 하지만, 외부 시선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은 것이 문제다. 행여 심상찮은 문제가 드러날 경우 학교에 미칠 타격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이런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차기 총장은 재정운용능력이 뛰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확충 방안 마련과 더불어 재정누수 요인을 차단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재정지출감소 등 학교개혁 불가피성을 구성원에게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새 총장은 불가피하게 학교 개혁에 나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영남대의 매력이 사라지는 우(愚)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영남대 학교문화는 지역에서는 최고라고 할 정도로 자율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의사소통이 매우 원활하고, 의사결정이 매우 신속하면서도 합리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교수사회 또한 만족도가 높은데, 매우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연구와 교수활동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20여 년간 임시이사 체제에 있으면서도 비약적인 학교발전을 이뤄 비수도권을 대표하는 명문사학으로 성장한 원동력이 자율성이라는 데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한다.

학교 개혁을 진행하면서 이 같은 자유스러운 학교 분위기가 훼손된다면 재정적자 이상의 더 큰 손실을 입을까 우려된다. 차기 총장 등 새로운 집행부가 이 부분을 잘 헤아렸으면 한다.

또 원활한 개혁을 위해서는 재단운영의 폐쇄성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한다. 총장 선임 프로세스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누가 출마했는지, 후보들의 공약은 무엇인지 구성원들은 전혀 알 수 없다. 재단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도 밝히지 않거나 모르쇠로 일관해 학교 구성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영남대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학교 구성원, 대학본부, 재단의 역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영남대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위기를 구성원들의 지혜와 의지로 헤쳐 나왔다. 지금의 난국도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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