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화물차량 박스화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11-22   |  발행일 2016-11-22 제31면   |  수정 2016-11-22
[CEO 칼럼] 화물차량 박스화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에 떨어져있는 이런저런 물건 때문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경우가 많다. 화물을 아슬아슬하게 싣고 운행하는 화물차량을 만났을 때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화물을 적재정량보다 너무 많이 싣거나 끈을 느슨하게 묶어 적발된 차량이 지난해만도 10만 건에 이른다.

그런 차량들이 도로에 적재물을 떨어뜨려 뒤따르는 차량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자주 일어난다.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입는 낙하물로 인한 교통사고가 생길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더욱 답답한 것은 사고를 유발한 차량이나 운전자를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사고조사를 하다보면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 대부분이 적재물이 떨어지는 것을 몰랐다고 변명한다. 그러니 낙하물에 의한 피해는 당한 사람만 억울한,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사건이 마무리된다. 지금의 법 규정에 따른 판례를 보면, 관리자의 하자를 인정할 수 있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경우에만 손해배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지도로라고 해서 다르지 않지만, 고속도로에서는 특히 모든 차량이 빠르게 내달리기 때문에 앞차에서 물건이 떨어지면 꼼짝없이 추돌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뒤따르던 운전자들은 본능적으로 핸들을 급조작하거나 급제동해 추돌을 피하려 하기 때문에 2차, 3차 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그렇게 되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진다.

이런 사고의 위험에서 안전을 지키는 방법은 모든 사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차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운전경력이 많거나 운전솜씨가 뛰어나도 앞차와의 거리가 좁으면 사고를 피할 수 없지만, 차간거리를 충분히 벌리면 전방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속도를 줄이거나 상황에 따라 옆차로로 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많고 많은 차량 모두가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할 리 만무하기 때문에 낙하물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한국도로공사는 ‘노면낙하물 신고포상제’를 생각해 내기도 했다. 차량에 블랙박스를 장착한 운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단속망의 빈틈을 메우자는 아이디어다. 고속도로 이용 중에 적재불량차량을 블랙박스 영상이나 사진으로 촬영해서 제보하면, 한국도로공사가 사실여부를 확인한 후 경찰청에 고발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신고대상을 종전 ‘적재물을 떨어뜨린 차량’에서 ‘적재물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차량’으로 확대하고 제보자에게는 건당 3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제도에 대한 홍보와 계도를 거쳐 지난 8~10월 시범적으로 시행했더니 약 1천100대의 불법차량을 적발할 수 있었다.

도난이나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설치한 CCTV가 범인을 잡는데 큰 역할을 하듯이, 도로에서는 블랙박스가 그런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는 곧 한계에 부딪혔다. 신고자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문제가 된 것이다. 결국 포상금 없이 추진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숙제로 귀결됐다.

그러니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아슬아슬한 상태로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을 막아낼 지혜를 짜내야 한다.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낙하물에 의한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역시 모든 화물차량을 박스화하는 길이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오래전부터 차량의 낙하물에 의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화물차량 박스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추가비용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 이해 관계자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화물차량 박스화에 대한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역설했지만, 아직 시원한 답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뒤따라 달리는 차량에 피해를 입히고 생명까지 위협한다면, 이는 범죄와 결코 다르지 않다. 그리고 운전자라면 누구나 낙하물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우리 국민 중에 운전자의 가족이 아닌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국민 모두가 “내 가족을 지키겠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사고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화물차량 박스화에 힘을 더해주면 좋겠다.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