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와와의 학교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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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8   |  발행일 2016-11-18 제43면   |  수정 2016-11-18
진득한 네오리얼리즘에 아쉬운 스토리텔링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와와의 학교 가는 날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와와의 학교 가는 날

한창 상영 중인 극장 안에 휴대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거리낌없이 그 전화를 덥썩 받았다. 그다지 급한 용무도 아니었지만 관객이 혼자뿐이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중국 3대 영화제를 석권한 펑천 감독의 데뷔작 ‘와와의 학교 가는 날’은 객석이 꽉 찰 정도의 티켓 파워를 내세울 영화는 분명코 아니었지만, 나홀로 관객이 당당히 소리내어 전화를 받을 정도로 푸대접받을 영화는 더더욱 아니었다.

차마고도 윈난성의 외진 고산지대 누강주에서 우애 깊은 남매 나샹(아나무랑)과 와와(딩지아리)는 도시로 돈 벌러 간 아버지를 대신해 가사와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 그리고 중풍으로 자리보전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흔히 윈난성과 티벳을 연결하는 교역 루트로 소개되는 차마고도는 다큐멘타리 기행 프로그램에선 협곡과 강이 하모니를 이루는 고혹적 주변 풍광으로 세인의 감탄을 자아내지만 이들 남매에겐 물살 센 누강의 소용돌이가 등굣길을 방해하는 고달픈 삶의 터전일 뿐이다.

매일 외줄 집라인을 타고 누강을 건너 곡예 등교를 하는 누나를 부러워하던 와와는 위험하다며 말리는 엄마의 눈을 속이고 혼자 익힌 집라인 운행실력으로 몰래 학교에 잠입한다. 그곳에서 본 또 다른 세상의 광경(또래 친구들이 어울려 공부하고 뛰노는 모습)에 심취한 와와는 설레는 마음으로 도둑등교를 계속하지만 학교에서 마주쳤던 나샹의 교생, 니에 선생님(챠오시엔)이 가정방문을 하는 바람에 이 사실이 들통나 곤욕을 치른다.

니에 선생님이 누나에게 선물한 장화를 대신 차지하는 조건으로 도둑등교를 단념하는 와와가 나샹은 못내 안쓰럽다. 다음날 니에 선생님으로부터 와와의 운동화를 선물받은 나샹은 들뜬 마음에 집라인을 타고 하교하던 중 무게중심을 잃고 운동화와 함께 강물로 추락한다.

매일 맨발에 외줄 집라인을 타고 아슬아슬한 등교를 해야 하는 윈난성의 소수민족 리수족 아이들의 실화에서 소재를 취한 영화는 전문배우가 아닌 현지 아동을 대폭 캐스팅하고 최대한 자연채광을 활용함으로써 네오리얼리즘의 진득한 향취를 그윽하게 풍긴다.

도도히 흐르는 누강의 굉음과 합쳐진 고산 협곡의 자연 풍광은 영롱한 눈망울의 와와가 뛰노는 천진스러운 처소적 배경으로 활용되면서 관객의 감흥을 고조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내고 있다. 성룡이 부른 주제가 ‘길 위에서’도 영화의 때깔과 절묘히 어울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중국내 찬사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그 제재와 풍광만으로도 눈길이 가는 이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다. 특히 나샹의 죽음 이후 지리멸렬한 전개와 미약하나마 배어있는 홍보성 메시지는 대중예술로서의 영화적 MSG의 부재를 절감하게 한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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