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NEWS : 대학생 기자단이 간다] 경북대 외국인 교환학생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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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7 08:25  |  수정 2017-01-05 11:38  |  발행일 2016-11-17 제29면
“대구 역사 공부해보니 매우 흥미로운 도시…영어 안내시스템 부족 불편”
20161117
경북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폴란드 보야, 리투아니아 그레타, 중국 지 티엔콴씨(왼쪽부터).

경북대에는 한 학기에 전세계 150여명의 외국인이 교환학생으로 들어온다. 중국, 일본부터 유럽과 미국, 멕시코까지 국적도 다양하다. 대구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어떨까. 대구, 더 넓게는 대한민국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을까. 경북대에 재학 중인 보야(여·22·폴란드), 그레타(여·24·리투아니아), 지 티엔콴(21·중국) 등 3명의 외국인 교환학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비교적 낯선 나라다.

보야=폴란드 사람들은 모두 투사(fighter)라고 볼 수 있어요. 20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주의 국가였고, 항상 주변 나라들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 투사 기질이 강하죠. 한국에 비해 물가가 싸고 국민소득이 높지는 않지만, 한국처럼 빠르게 성장해서 세계 경제 20위권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 폴란드에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많아져서 두 나라 간 교류가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폴란드 보야
“한국인과 죽이 잘 맞아 좋아
남녀 분리된 기숙사 낯설어”

리투아니아 그레타
“태양의 후예 등 한류 열혈 팬
교환학생 프로그램 잘 갖춰져”

중국 지 티엔콴
“선생님·친구들 정 많고 따뜻
거리 깨끗하고 풍경 아름다워”


그레타= 리투아니아도 폴란드와 비슷해요.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한 지 20년 정도 됐죠. 리투아니아 전체 인구가 대구의 인구와 비슷한 300만명일 정도로 작은 나라예요. 부모님 세대부터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애쓰셨다는 점이 한국과 비슷한 것 같아요.

▶아시아 국가의 대학까지 와서 교환학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보야= 솔직히 말하면 멀다는 사실 때문에 오고 싶었어요. 이미 많은 유럽 국가들은 다녀보았기 때문에 멀리 있는 아시아로 가보고 싶었죠. 폴란드 대학을 비롯해 유럽 여러 대학과 아시아 대학들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죠. 한국 사람들도 궁금했고요.

그레타= 전공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나라의 문화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이 아시아 문화의 대표주자라고 생각하고 있죠.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어 다양한 문화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고 봐요. 또 한류의 열혈 팬이기도 하고요. 잘생긴 송중기가 나오는 ‘태양의 후예’를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왜 대구에 있는 경북대학교를 선택했나.

보야= 지금 다니는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은 곳이 경북대였죠. 또 예전에 폴란드에서 한국인을 몇 명 만났는데, 그들과의 ‘vibe(죽이 잘 맞음)’가 너무 좋았어요. 대화하기에 정말 편한 사람들이었어요. 처음엔 서울과 부산밖에 몰랐지만, 대구의 역사를 공부해 보니 매우 흥미로운 도시라 생각했어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보다 대구가 더 커서 놀라기도 했고요.

그레타= 처음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교환학생을 가고 싶었지만, 원하는 만큼의 프로그램이 갖추어져 있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경북대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고 지원도 많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미 경북대에 교환학생 다녀온 친구가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죠.

지 티엔콴= 경북대와는 올 여름 서머스쿨을 통해 처음으로 연을 맺었어요. 지내다 보니 한국어 선생님과 한국인 친구들이 마음씨가 따뜻해서 정말 좋았어요.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공부하고 있는 만큼 한 학기 더 지내보자고 결정했어요. 서울과 같은 너무 크고 복잡한 도시에서 공부하기는 싫었어요.

▶교환학생을 하면서 힘들거나 인상 깊은 것은 무엇인가.

보야= 물론 의사소통이 가장 불편했지만 이 문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힘들지는 않았어요. 채식주의자인 저에게는 음식 적응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국 대부분의 음식점이 고기나 생선을 내놓기 때문에 친구들이 식사하는 걸 옆에서 그냥 지켜보는 경우도 있죠. 남녀가 분리된 기숙사 생활 또한 낯설게 느껴졌어요. 유럽 대부분의 기숙사는 남녀가 함께 같은 층을 쓰고 파티도 자주 열리거든요.

그레타= 식당에 가서 친구들끼리 각자 다른 음식을 주문해 나누어 먹는 게 정말 신기하고 인상 깊었어요. 처음엔 당황했고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이제 교환학생들도 각자 다른 음식을 시켜 나누어 먹죠(웃음).

지 티엔콴= 한국 사람도 중국 사람과 마찬가지로 영어하기를 꺼려서 길을 묻거나 할 때 조금은 불편한 것 같아요.

▶대구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본인들의 고향 도시와 다른 점이 있나.

보야 = 사람들이 친절한 도시 같아요. 대구 전역을 아직 제대로 돌아다녀보지 못했지만 폴란드 수도보다 크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굉장히 큰 도시 같아요. 도시철도 3호선을 타 봤는데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또 폴란드는 도시들이 광장(square)개념인 데 반해 한국 도시들은 길(street) 개념이라 신기했어요.

그레타= 한국은 정말 신축 건물과 높은 빌딩이 많은 것 같아요. 리투아니아에서 시내는 역사적인 공간을 의미하는데, 한국에서는 가장 번화한 곳을 시내라고 해서 신기했어요. 대구는 보수적인 도시라고 들었는데, 제 고향도 보수적인 걸로 유명해서 낯설지 않았어요. 두 도시 모두가 교육도시라는 공통점도 있고요.

지 티엔콴= 대구는 정말 깨끗해요. 길을 걷다가도 곳곳에 쓰레기통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중국 도시들보다 아름답고 웅장하기도 하고요.

▶대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명소나 음식, 인물이 있다면 말해달라.

보야= 한국에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았던 때 비가 엄청나게 왔어요. 제 머리가 곱슬머리라 비를 맞으면 엉망이 될 것 같아 걱정하고 있는데 80세는 돼 보이는 할아버지께서 슈퍼에 들어가시더니 우산을 하나 사서 건네주셨어요. 말은 통하지 않지만 웃으며 가져가라고 하시는데, 그때 그 할아버지를 보며 한국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레타= 작은 거리와 높은 건물이 공존하는 도시 전체가 인상적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떡볶이를 먹은 게 가장 인상에 남아요. 리투아니아에서 매운 음식을 잘 먹는 편으로 유명했는데, 한국에 와서 다양한 매운 음식들을 먹다 보니 우리가 먹은 것들은 매운 음식이 아니더군요. 사람들도 다 인상에 남아요.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모두가 길을 가다가도 도와주려고 하는 게 정말 고마웠어요.

지 티엔콴= 서머스쿨 때 동생과 함께 왔는데, 졸업을 앞두고 있던 한국인 형이 너무 잘 챙겨줘서 고마웠던 기억이 나요. 대구에는 화장품가게가 많아서 좋고 신기해요. 중국 여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많이 좋아하는데, 저도 그래서 가끔 중국 집에 화장품을 보내주기도 해요. 돈가스와 치킨도 아주 맛있어요.

▶대구에서 공부하면서 아쉬웠던 점이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보야= 외국인을 꺼리는 느낌이 있는 식당이나 옷가게가 몇 곳 있어요. 더 많은 음식점이나 가게들이 영어로 된 설명을 준비해 준다면 외국인들이 대구를 더 많이 찾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여성이고 흡연자인데, 여성이 흡연하는 것에 대한 눈길이 따가워 불편했어요.

그레타= 음식점들이 영어로 된 메뉴판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길이나 명소 등을 설명해주는 영어 안내 시스템도 확대했으면 좋겠어요. 숨은 명소라든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장소들을 찾아 보고 싶은데, 막상 가 보면 영어 설명이 없어 아쉬워요.

지 티엔콴= 중국과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라 걱정을 덜 했는데, 직접 와서 경험해 보니 다른 문화가 존재해 조금 힘들었어요. 예를 들면, 중국에서는 술을 마실 때 잔을 돌려가며 마시지 않는데 한국에선 친구들끼리 돌려가며 먹더라고요. 그리고 중국의 대부분 식당에서는 앉아서 계산을 하고 나가는데, 한국은 일어나서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하는 게 신기했어요.

구성모 대학생기자(경북대 경영학부 3년) kootrain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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