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두 명의 아웃사이더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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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6   |  발행일 2016-11-16 제38면   |  수정 2016-11-16
20161116
유선태 신도청권 취재팀장

대통령과의 친분 활용해
혈세 빼돌리고 개인 치부
세금탈루·호화 도피생활
순서도 모르는 안하무인
비교불허의 ‘아웃사이더’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사귄 친구들이 있다. 이들은 다양한 방면에서 각자의 삶에 충실하고 있다. 그런데 한 친구는 아직도 ‘아웃사이더’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 학업을 접었다. 사고를 치고 소년범이 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가 되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돌았다.

지금은 도박장 개설, 호스트바를 비롯한 무허가주점, 미등록 사채업 등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 바다이야기라는 오락실도 했다. 업태가 주로 무허가 또는 불법인 데다 의지조차 박약하다 보니 세금같은 건 절대 내지 않는다.

이 친구는 자신의 명의로 된 카드를 쓰지 않는다. 유일한 지불수단은 현금이다. 소득원이 드러나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납세문제와 상당한 관계가 있다.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줄을 서거나 순서를 기다리는 걸 무척 싫어한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입장권 정도는 기다리지 않고도 암표상을 하는 후배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좋은 자리로.

이 친구가 타고 다니는 차량은 자주 바뀐다. 보유하고 있는 차량이 많아서가 아니다. 도박장에서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고객들의 차량을 차압해 돈을 갚을 때까지 보관하면서 자신이 타고 다닌다.

그렇다고 자신의 차량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급 세단을 몇년 전부터 타고 다닌다. 하지만 이 차량의 소유주는 아니다. 아내, 자식 등 가족의 명의도 아니다. 차량등록증에 기재된 소유주가 있는데 그가 누군지 모른다. ‘대포차’다. 불법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 친구는 ‘대포폰’을 사용한다. 대포폰은 타인 명의로 개설된 휴대폰으로 주로 보이스피싱·인신매매에 이용되거나 조폭이 애용한다. 다양한 사기 사건에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자 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사례도 많다. 이 친구는 자신의 채무자에게 채권을 추심할 때 주로 이 폰을 쓴다. 당연히 불법이다.

친구의 이력을 적다 갑자기 최순실이 생각난다. 삶이 너무나 겹쳐 있다.

최순실은 호스트바를 출입했다. 불법업태다 보니 출입하는 고객도 현행법 위반이다. 차명으로 보유했던 건물을 부득이 제 이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정황이 세무당국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녀 역시 세금 내는 걸 좋아하지 않아 보인다.

최순실은 카드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한 케이블 방송에서 잡은 장면을 보면 현금으로 대통령의 옷값을 지불한다. 서울 강남의 한 찜질방, 소위 ‘팔선녀’들이 모인다는 곳에서 순서를 기다려 세신(洗身)하는 경우가 잘 없단다. 최순실은 대포차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몇 대의 대포폰을 이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친구와 최순실은 닮은 점이 많다. 최순실도 영락없는 ‘아웃사이더’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비슷한 삶을 영위하는데 친구와 최순실은 너무도 차이가 난다. 친구는 한번씩 연락이 끊어질 때가 있다. 형사법상 소추를 당해 사회와 격리됐을 때다. 그런데 최순실은 연락두절은 있지만 감방에 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독일 등지에서 호화로운 도피생활을 한다고 연락을 받지 못했을 뿐.

이 친구는 동네 슈퍼나 선술집에서 호가호위하며 공갈치지 않는다. 애들이 다니던 학교를 찾아 행패를 부리지도 않았다. “나는 비록 끈이 짧지만 너희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해라”는 게 이 친구의 신조다.

이 친구는 부과된 과태료 등을 체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혈세를 불법으로 빼돌려 개인 치부에 활용하지 않는다. 더욱이 대통령과 친분이 전혀 없다. 청와대가 어디 있는지, 국정농단이 무엇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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