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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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5   |  발행일 2016-11-15 제30면   |  수정 2016-11-15
[3040칼럼] 세대교체

한 세대의 역할이 다하면
역동성 감소하고 관료화
세계 변화 속도 맞추려면
미래지향적인 비전으로
세대교체 반드시 이뤄야


모든 세대는 세대마다 담당해야 하는 사명과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의 역할들이 있다. 한 세대가 그 시대에 맞는 비전을 정립하면 많은 주위 사람들의 동의를 얻게 되어 큰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한 역동적 발전을 성취할 수 있게 된다. 즉, 내부의 변화 속도가 외부의 변화 속도를 앞지르면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의 역할이 마무리되면 주역들의 평균연령은 높아지고 역동성이 떨어지며 조직은 관료화되어 경직된다. 내부의 변화 속도가 외부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어 변화가 요구된다. 이것이 세대 교체의 필요성이다. 이 세대 교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조직은 퇴화되고 심지어는 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이를 볼 수 있다. 조선 후기에는 세계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여 멸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반면, 대한민국은 세대마다 절묘한 세대교체로 세계의 변화 속도보다 빠르게 내부를 변화시키면서 세계가 놀라는 엄청난 성장을 이룩하였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나라의 기초를 닦은 시대에 이어 근대화 및 산업화 시대, 그 이후로 민주화 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성장했던 세대가 대한민국의 건국과 나라의 기초를 닦은 시대의 주역이 되었고, 이 때 성장한 세대가 그 다음 근대화 및 산업화 세대를 이끌어 갔으며, 근대화 및 산업화 때 자라난 세대가 민주화를 성취하였다.

이러한 세대 교체는 정치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이 된다. 우리는 축구, 야구 등 스포츠계에서 유소년·청소년 운동 지원, 세대교체 등의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필자가 종사하고 있는 과학기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기술은 1970년대 기능공을 크게 양성하였고 80년대에 연구개발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개인의 전문영역이라는 것이 없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여 자동차 회사에 입사한 후 엔진, 브레이크 등 여러 분야에서 필요에 따라 다양한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엔지니어를 보유하게 되었다.

시스템엔지니어란 자동차, 휴대폰 등 제조 시스템 전체를 기술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는 엔지니어를 말한다. 이러한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엔지니어들이 우리나라 제조업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성장시킨 기반이 되었다. 현재 이들은 은퇴할 시기가 되었고 또한 은퇴를 전후로 해서 중국에 취업해 중국의 제조업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을 제공하였다. 30~40년 전 우리나라가 일본 제조업에서 은퇴한 베테랑 엔지니어를 통해 진행했던 일을 중국이 우리나라 엔지니어를 통해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 세대는 각자의 전공분야가 생기면서 지난 세대에서 자연스럽게 배출된 시스템엔지니어가 적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이런 문제를 경험한 미국과 일본에서는 신입 엔지니어의 20%를 여러 분야로 순환시키면서 시스템엔지니어를 배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우리는 아직 이러한 시스템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시스템엔지니어를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대 교체에 어려움이 생기고 상당 기간 우리나라 제조업에 기술적인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예측된다.

대한민국은 세 세대를 거쳐 70년 동안 성공적으로 발전했지만 이제 새로운 세대 교체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의 성장통으로 인해서 나라 전체가 역동이 줄어들고 많은 부분이 과도한 관료화가 진행되었다. 과거 지향적인 친일, 독재, 종북 등의 상처들을 치유하고 개인의 자유와 창조성을 추구할 수 있고 국민적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변화 속도를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가 세대교체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세계의 변화 속도에 뒤처질 것이고, 발전의 핵심인 고급 인력들이 자유도가 높은 다른 나라로 유출될 것이다. 박성진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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