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30년전 6월 항쟁이 오늘에 주는 교훈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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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4   |  발행일 2016-11-14 제31면   |  수정 2016-11-14
[월요칼럼] 30년전 6월 항쟁이 오늘에 주는 교훈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1987년 6월, 그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처럼 필자도 시위대 속에 있었다. 30년 전의 일이라, ‘6월 항쟁’ 시위현장에서 있었던 일들은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호헌(護憲) 철폐’를 외치며, 직선제 개헌을 요구했던 것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또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넥타이부대가 거리로 나왔다’는 당시 언론의 보도였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퇴근후 시위에 합류했다는 것을 당시 언론은 그렇게 표현했다. 넥타이부대란 종전까지 시위와는 거리가 멀었던 평범한 국민을 의미했다. 평범한 국민들까지 거리로 나왔으니, 직선제 개헌을 하겠다는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통령 후보의 ‘6·29선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6월 항쟁은 국민의 힘으로 직선제 개헌이라는 염원을 이룬 쾌거다.

요즘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에서 6월 항쟁 때의 모습을 본다. 30년전 넥타이부대처럼, 이전에는 시위현장에 없었던 평범한 국민들이 시위대 속에 있다. 고등학생들이, 중년의 직장인들이, 아이 손을 잡은 엄마가 촛불을 켜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을 까.

박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시위현장으로 국민들을 모이게 했다. ‘이게 나라냐’라고 표현되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그런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는 박 대통령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원하는 국민도 있고, 하야를 하면 또다른 혼란이 일어나니 거국내각을 구성하자는 국민도 있다. 방법의 차이가 있지만, 국민이 원하는 것은 더이상 박 대통령에게 국정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1987년 6월처럼 평범한 국민들이 거리로 나오는 요즘, 국민의 바람은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시간이 좀 걸릴 수는 있지만, 평범한 국민까지 거리로 나왔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게 내가 6월 항쟁에서 얻은 첫째 교훈이다.

6월 항쟁에서 내가 얻은 둘째 교훈은 대권후보들이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국민들이 이루고자했던 본질은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30년전 내가, 그리고 많은 국민이 간절하게 원했던 본질은 군부정권이 퇴진하고 민간정부가 들어서는 것이었다. 대통령을 내손으로 직접 뽑으면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래서 직선제 개헌을 원했다. 당시 경제는 잘 돌아갔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민중(民衆)’이 주인이 되는 나라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그런데 6월 항쟁으로 이뤄낸 1987년말의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민정당 후보 외에 3김(三金)이 모두 출마했다. 그 결과, 직선제 개헌으로 국민이 진정으로 원했던 본질, 군부정권 종식은 5년 뒤로 미뤄야 했다.

다시 요즘. 시위현장에 나온 평범한 국민들이 원하는 게 대통령 퇴진, 그것 하나뿐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기폭제가 됐지만,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분노는 이를 바꾸자는 외침과 같다. 돈 없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는 평생 힘들게 살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대학을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는 현실, 그래서 청소년들이 ‘헬조선’이라 부르는 대한민국….

거리로 나선 국민들은, 내가 사는 세상이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국민을 농간하면서 부를 축적하고 자신의 딸은 부정입학시키는 그런 사회는 아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내 자식에게는 차별없는 사회, 열심히 노력하면 결실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을 것이다. 그 바람의 시작이 박 대통령 퇴진이다.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게 할 수 있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사회를 현실화시키는 것은 차기 대통령의 몫이다. 지금 대권 후보들이 대통령직에만 관심을 가지면, 6월 항쟁 때의 아쉬움이 되풀이될 수 있다. 지금 잠룡들이 대권만 탐내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6월 항쟁이 준 교훈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지금은 난세(亂世)다. 간웅(姦雄)이 아닌 영웅(英雄)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그래서 거리로 나온 국민들의 분노가 희망으로 바뀌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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