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묵은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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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4 07:36  |  수정 2016-11-14 09:24  |  발행일 2016-11-14 제15면
20161114
장성보 <대구 성서중 교감>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는데 배춧값도 오르고 뭇값도 올라서 김장을 해야 하나 망설이게 된다. 배추와 무 등 김장 재료의 생산량이 줄면서 ‘금(金)추’라 불릴 만큼 산지 가격부터 높게 형성되어 있기에 올해는 배추 사서 김장을 직접 하겠다는 집이 많지 않아 보인다.

‘김장문화’가 2013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대부분 잘 모르고 있다. ‘김장문화’는 종묘제례·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 단오제 등에 이어 한국의 16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되었다. 무형유산위원회가 “김장문화는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오며 한국인들에게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킨 중요한 유산"이라고 평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김장은 묵은지처럼 우리 민족의 곰삭은 정서다. 상업화를 우려해 음식 자체의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하지 않아 ‘김치’가 아닌 ‘김장문화’로 등재된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형문화재에 가깝기는 ‘김치’보다 김장이고 ‘김장문화’다. 김장이라는 단어에는 오랜 시간 견뎌온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담겨 있다.

묵은 것이 좋다. 그게 어디 김치뿐이랴.

학교에는 수석교사제도가 있다. 수석교사(首席敎師, Master Teacher)는 자신의 교수 기술을 확산시켜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하는 교사를 말하는데, 2008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2년 본격 시행된 이래 2천여 명의 수석교사가 선발되어 활동하고 있다. 교직사회에 계급이 하나 더 생긴 것이 아닌가? 화려한(?) 이름만큼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 승진하지 않고 대우 받는 수업전문교사라는 직위가 교직사회에서 가능할까? 전공과목이 다른데 다른 과목 수업에 대한 멘토링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등 직무와 역할에 있어 많은 의혹과 염려를 안고 생겨난 지도 벌써 8년이 지나고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수석교사 제도가 정말 반갑고 의미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가르치는 일이 존중되고, 수업 전문성을 추구하는 교사가 우대되는 학교 문화로 변화하는 것은 이 시대에 매우 절실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성찰적으로 자기의 실천을 반성하고, 오랜 시간을 바쳐 자신의 수업의 질을 높이고자 고민한 교원은 분명히 아이들의 교육활동을 바라보는 관점과 안목, 그리고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런 전문성을 지닌 교사에게는 그에 합당한 역할과 존경이 주어져야 한다. 미완의 제도 속에서 힘겨운 활동을 하고 있는 수석교사들의 노력도 교직 사회 변화의 한 축이 되고 있다고 믿기에 그들이 수석교사라는 제도 속에 갇혀 어려움을 겪고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할까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연수를 가게 되면 교수님들의 강의보다 더 열심히 듣게 되는 강의가 주로 수석교사들의 강의다. 제도가 어떻든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제도가 완전해지고, 안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묵묵히 연구하고 공부해서 실력으로 세상의 의혹과 염려를 깨려는 그들, 역시 사람도 묵은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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