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영화 ‘두 번째 스물’ 민구役 김승우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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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1   |  발행일 2016-11-11 제43면   |  수정 2016-11-11
“극중 19禁 베드신보다 대사가 더 자극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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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우는 중년의 멋스러움을 이야기할 때 단연코 앞 순위에 이름을 올릴 배우다. 중후한 인상에 차분한 말투,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유연성으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지나치게 무게를 잡거나 범접하기 힘든 과도한 카리스마로 벽을 쌓는 배우가 아니다. 정통 멜로에 최적화된 비주얼과 분위기를 풍기지만 허술한 구석이나 빈틈을 보일 줄도 알고, 한 사람의 인생 스토리를 풀어내는 정통 토크쇼의 진행자로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다가도 금세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적응할 줄도 안다.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후 국내 최정상급 여배우들과 다양한 멜로 영화에서 호흡을 맞춰온 그가 이번에는 조금 결이 다른 로맨스 영화에서 공감 가는 중년의 남자를 연기했다. 배우 김승우를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두 번째 스물’의 개봉을 앞두고 만났다.


영화속 남자주인공과 같은 마흔여덟
“중년 로맨스는 가벼우면 안된다 생각
나로선 인정 힘든 일탈의 사랑 연기”

노출에 아내 김남주 ‘그정도야’ 반응
90% 이상 伊 로케이션 빡빡한 스케줄
털털한 이태란과 첫 연기 호흡 좋아

토크쇼 진행·리얼 버라이어티 이어
최근 관찰예능 ‘살림하는…’에 출연
“언젠가 일반인 토크쇼 진행도 하고파”



◆책임질 수 있는 사랑이 진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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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여덟. 김승우는 영화 속에서 딱 자신의 나이인 남자의 사랑과 반전의 일상을 그려냈다.

‘두 번째 스물’은 20대 중반에 불같은 사랑을 나누다 헤어진 옛 연인이 13년 만에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재회해 지난 추억을 되새기는 정통 멜로 영화다. 김승우는 극 중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돼 이탈리아를 찾는 영화감독 민구로 출연한다. 영화는 민구가 옛 연인인 민하(이태란)와 이탈리아행 비행기 안에서 처음 마주치는 것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인연을 풀어나간다.

민구와 민하는 이탈리아에서 일주일간 여행을 하면서 일탈에 빠져든다. 그 어떤 예술적 표현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포장한다 하더라도, 한국 사회의 통념상 이들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비난을 피해갈 수 없는 불륜이 된다.

‘고스트 맘마’ ‘꽃을 든 남자’ ‘남자의 향기’ ‘불어라 봄바람’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해변의 연인’ 등 여러 작품에서 당대 내로라하는 여배우들과 다채로운 로맨스를 연기해왔던 김승우 본인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사랑이다.

“이번에는 자연스러운 로맨스가 아니었어요. 민구와 민하는 해서는 안 되는 사랑을 한 거죠.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일탈에 더 포커스가 맞춰졌다고 봐요. 낯선 곳에서 옛 연인과 함께 지난 추억을 더듬어가는 그런 얘기였죠. 자신의 언행을 책임질 수 있어야 그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내 곁에 나를 믿고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는데 또 다른 사랑을 찾아나선다면 남은 사람은 누가 책임을 지나요.”

가난한 집 자식에 미래가 불투명한 영화 조연출 시절, 민구는 부유한 집안의 딸이자 의사인 민하를 만나 뜨겁게 사랑했다. 그러나 집안 환경의 차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사소한 오해까지 겹치면서 결국 둘은 헤어지고 말았다.

실제 김승우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마 물러서지 않았을까 싶어요. 결혼은 주변 사람들의 축복 속에 해야 하는 건데 반대를 할 땐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민구 역시 사랑에 있어서 소극적인 사람이었을 거예요. 이탈리아행 비행기에서 민하에게 먼저 아는 척을 했던 건 아마도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루도 널 잊은 적 없다고 말할 정도로 사랑했다면 결혼을 했어야죠. 그렇게 가슴 한편에 묻어두면 안 되죠. 저라면 아는 척하지 않았을 겁니다.”

영화 속에서 민구와 민하는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하면서 공통 관심사인 예술에 대해 꽤 깊은 대화를 나눈다. 특히 민하는 이탈리아의 화가 카라바조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미술에 조예가 깊고, 인문학적 소양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생활 환경이나 학력, 기타 여건에 상관없이 공통된 화제로 밤을 새울 수 있는 게 남녀 간의 사랑이라 생각해요. 두 사람이 가장 뜨거웠던 시절로 돌아간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감독의 의도이지 않았나 싶어요. 민구와 민하는 과거 연애를 할 때도 아마 그랬을 겁니다. 특히 민하는 이탈리아에서처럼 데이트에서 주도권을 쥐고 남자를 리드했을 것 같아요.”

그는 영화에서 예술 작품이 자주 등장하는 데 대해 “감독님의 영향이 크다. 로케이션 장소를 이탈리아로 정한 뒤 그렇게 콘셉트를 잡은 걸로 안다”면서 “그동안 저평가됐던 카라바조를 재평가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 나도 관련 공부를 하긴 했지만 이태란씨가 정말 고생했다”면서 “미술 작품을 마치 큐레이터처럼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에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멋진 풍광 감상할 여유 없었다

‘두 번째 스물’은 90% 이상 이탈리아 로케이션 촬영으로 완성됐다. 200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국내에 알려진 대도시 토리노부터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과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무대가 된 전원도시 만토바까지. 이탈리아 북부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곳곳의 숨은 도시들의 매력적인 풍광을 유려하면서도 촘촘하게 담아냈다.

그러나 김승우는 이탈리아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겨를조차 없었다고 했다.

“촬영할 때는 주변 광경이 아름답다는 걸 못 느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가 저렇게 멋진 곳에서 촬영을 했었지’ 하고 깨달았어요. 숙소 들어가서 짐 풀자마자 촬영하고, 돌아와 자고 곧바로 짐 싸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빡빡한 스케줄이었어요.”

김승우는 상대 배우 이태란과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이태란씨 실제 성격이 영화 속 민하처럼 굉장히 털털하더라”라며 “타이트한 해외 촬영 일정 중에도 여배우가 단 한 번도 불평 불만 하는 것을 못 봤다. 연기 호흡도 좋았고, 최고의 캐스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 중 베드신이 몇 차례 나오지만 영화 등급이 청소년관람불가인 걸 고려하면 수위가 그다지 높지 않다. 오히려 민구와 민하의 대화 속 내용이 더 자극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보여지는 행위보다는 전해지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베드신 수위를) 정한 게 아닐까요. 그들만의 사랑 이야기가 윤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했을 거라고 봐요. 오히려 대사가 더 셌죠. 아마 40대에 시작하는 새로운 사랑이었다면 그러지 못했을 거예요. 민구와 민하는 이미 20대에 서로 사랑을 했던 관계니까 그런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두 주인공이 한국으로 돌아온 뒤 삶을 이탈리아에서의 잠깐 동안의 일탈과는 전혀 다른 감성으로 그려낸다. 민구에게는 현실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아픈 아들이 있고, 민하는 그런 그의 상황을 그저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처지다.

“‘누구나 아프다. 세상에 안 아픈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픈 사람도 사랑은 한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 게 아니었을까요. 그게 감독님 생각이었을 것 같아요. 민구의 가족 이야기는 그걸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민구는 이탈리아에서 민하와 예술을 논하며 둘만의 달콤한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온 그는 노안 때문에 책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는, 세월 앞에 무력한 중년 남성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는 “그래서 민구에게 이탈리아에서의 일주일은 꿈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라며 “누구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그런 일탈을 한 번쯤 꿈꾸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중년의 로맨스는 가볍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불륜이 아니더라도, 중년에 하는 새로운 사랑은 가벼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행동과 감정 표현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해요. 제 주변에도 마흔 넘어서 아직 결혼 안 한 친구들이 있어요.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그 시간에 대해 책임감을 갖게 되는 게 중년 같아요. 그래서 사랑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요.”

◆일반인 대상 토크쇼 진행해보고파

김승우는 작품 선정 때 아내인 배우 김남주에게는 조언 정도만 구한다고 했다.

“아내도 프로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의 노출 수위에 대해서는 ‘그 정도야 뭐’라는 반응을 보였어요. 보통 작품 선정할 때도 대개 조언을 구하는 수준에 머물러요. 출연을 결정한 뒤에는 재미있게 촬영 잘하라는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는 편입니다.”

김승우는 KBS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인 ‘살림하는 남자들’에 출연한다. 그는 과거 토크쇼 ‘승승장구’와 리얼 버라이어티 ‘1박2일’을 통해 재치 있는 입담과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 남다른 예능감을 선보이며 연기 외 방송 분야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살림하는 남자들’은 남자 스타들이 가정에서 살림하는 모습을 생생히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승우가 메인 MC를 맡아 배우 봉태규·김정태, 개그맨 문세윤, 방송인 김일중 등과 호흡을 맞춘다.

“개편 때마다 예능 섭외가 조금씩 들어왔지만 결정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하는 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출연하기로 했어요. 살림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인포테인먼트 형식의 프로그램인데 최근에 첫 녹화를 했습니다. 출연자들의 집 내부가 공개되기도 하는데 가족들은 따로 노출하지 않습니다. 관찰 카메라를 보고 스튜디오에서 따로 토크를 하는 형태로 녹화가 이뤄졌습니다.”

김승우는 “일반인 출연자들을 모시고 하는 토크쇼를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직은 실력이 부족해 힘들겠지만 나이 들고 공력이 쌓이고 인생을 속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소리 없는 영웅들을 모시고 토크쇼를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묻자 그는 의외로 소박한 바람을 꺼냈다. “나중에 누군가가 저를 기억할 때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던 친구’라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동네 분식집이나 편의점에 가도 있을 것 같은 친구가 그래도 자기 자리에서는 열심히 했구나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하하)”

글=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사진=필앤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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