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가려진 시간·신비한 동물사전

  • 김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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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1   |  발행일 2016-11-11 제42면   |  수정 2016-11-11

가려진 시간
어른이 된 ‘소년 강동원’을 만나다


20161111

큰 파도 앞에 성인 남자와 소녀가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이 담긴 한 장의 그림이 있다. 그림 속 두 사람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처음엔 친구였지만 남자만 특별한 사연으로 인해 나이를 먹었고, 그렇게 둘은 어른과 소녀의 모습으로 바다를 보고 서 있는 게 아닐까. 이처럼 기발한 상상은 모든 창작의 시작이다. 현실 도피적인 판타지가 때로는 공허함을 안길지라도 모든 이야기는 흥미로워야 한다.

재혼한 엄마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은 후 건설현장 책임자인 의붓아빠 도균(김희원)을 따라 화노도로 이사 온 수린(신은수). 도균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수린은 그에 대한 원망을 거두지 못한다. 전학 온 학교에서도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수린에게 보육원에서 사는 옆 반 친구 성민(이효제)이 먼저 다가가고, 수린은 그런 성민에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법을 배워간다. 수린과 성민은 둘만의 암호로, 둘만의 공간에서, 둘만 아는 추억을 쌓아가며 점차 끈끈한 우정을 나눈다.


독립영화 ‘잉투기’ 엄태화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멈춘 시공간서 홀로 빨리 나이든다는 판타지적 설정
30대 꽃미남 강동원과 10대 신예 신은수 케미 눈길



그러던 어느 날 둘은 도균이 책임자로 있는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친구들과 산으로 가고 그곳에서 의문의 사고로 모두가 실종된 채, 유일하게 수린만 수색팀에 발견돼 돌아온다.

아이들의 실종으로 하루아침에 쑥대밭으로 변한 화노도.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어느 날 갑자기 어른이 된 성민이 수린 앞에 나타나고, 수린은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다행히 수린과 성민만이 알고 있는 암호로 쓴 성민의 일기를 통해 수린은 차츰 그가 진짜 성민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런 수린을 이해하지 못한다. 성민 또한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는 수린을 통해 조금씩 세상에 적응해 나가지만 실종 사건 이후 나타난 낯선 남자인 성민을 향한 마을 사람들과 경찰의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갈 뿐이다.

영화 ‘가려진 시간’은 사람 사이의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우리 앞에 펼쳐졌을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대개는 영화 속 대다수의 사람처럼 믿지 못하고 의심부터 하고 볼 것이다.

영화는 극적 재미를 위해 정지된 공간에서 성민이 남들보다 빨리 나이 들어간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미했지만 현실에서도 이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아닐지라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때 누군가 한 사람 내 편이 돼준다면, 그리고 그 믿음으로 인해 위기를 극복해낸다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영화를 통해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맑고 투명한 화면에 최고의 비주얼을 자랑하는 강동원의 모습이 얹어지면서 영화는 더욱 강렬한 판타지를 뿜어낸다. 신예 신은수는 외롭고 순수하면서도 때론 대범하고 당돌한 10대 소녀의 섬세한 정서를 전형적이지 않은 연기로 표현해냈다.

인터넷 공간과 현실을 오가며 이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잉투기’로 한국 영화계의 떠오르는 신인으로 주목받은 엄태화 감독은 자신의 상업영화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신인다운 패기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다만 성민이 어른이 된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그가 홀로 멈춰진 세계에 갇혔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사용된 연출기법이 다소 어색하게 다가온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강동원이 주연한 동화 같은 이야기’라는 설명만으로도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하다. (장르:드라마·판타지,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129분)


신비한 동물사전
마법세계 생물학자의 뉴욕 모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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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검은 존재가 뉴욕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미국 마법의회(MACUSA)의 대통령 세라피나 피쿼리(카르멘 에조고)와 마법안보부 국장 퍼시발 그레이브스(콜린 파렐)가 이를 추적하는 혼돈 속에, 영국의 마법사이자 생물학자인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가 이곳을 찾는다.

뉴트는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크기의 신비한 동물을 구조해 마법의 공간이 있는 가방에 넣어 다니며 보살핀다. 전세계 마법사와 마녀가 신비한 동물의 중요성을 알고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은행을 지나던 중 금은보화를 좋아하는 신비한 동물인 니플러가 가방에서 탈출하고, 이 일로 마법의회에 근무하는 티나 골드스틴(캐서린 워터스턴)과 노마지(No-Maj·마법 능력이 없는 일반인으로 영국에서는 머글(Muggle)이라고 칭함)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와 엮이게 된다. 뉴트와 제이콥의 가방이 바뀌면서 뉴트의 마법 가방 안에 있던 신비한 동물들이 탈출해 노마지 사이에 숨어 지내던 마법사들의 정체가 발각될 위험에 처한다. 미국의 마법사들은 과거 노마지에게 핍박을 받았기 때문에 정체를 숨기고 사람들 속에서 살면서 대립을 피해왔다.


‘해리 포터’ 시리즈 스핀오프 영화로 5부작의 첫편
데이빗 예이츠 감독 연출…해리 포터 이전 이야기
조앤 롤링 원작소설 직접 각색 시나리오 작가 데뷔



검은 존재의 횡포는 더욱 거세져 결국 인간 사회와 마법 사회를 발칵 뒤집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미국 마법의회는 뉴트를 최악의 테러 마법사로 지목하고 마법동물 불법반입 및 유포죄로 그를 지명수배한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spin-off·원작을 기초로 재구성한 파생작품) 영화로, 5부작 시리즈의 첫 편에 해당한다. ‘해리포터’의 원작자인 작가 조앤 K. 롤링이 자신의 원작 소설을 직접 각색해 처음으로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했다. 롤링은 지난달 런던에서 열린 팬 이벤트 행사에서 “처음에는 3부작으로 구상했지만 얼마전 플롯을 제대로 짤 수 있게 돼 5편의 시리즈로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기사단’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 2편 등 네 편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연출한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의 제목인 ‘신비한 동물사전’은 뉴트가 30~40가지의 마법생물에 대해 A부터 Z까지를 설명한 백과사전으로, ‘해리 포터’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과서다. 영화는 이 교과서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영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배경으로 ‘해리 포터’ 이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에서는 무려 11종의 신비한 동물이 등장한다.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미국 배우조합상을 휩쓴 에디 레드메인이 신비한 동물들을 수집하는 주인공 마법사 뉴트 역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이츠 감독은 “뉴트 역으로 에디 레드메인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면서 “에디는 영혼이 충만한 배우로 뉴트 스캐맨더로 적역”이라고 말했다.

에디 외에도 전설의 명배우 존 보이트와 콜린 파렐, ‘스티브 잡스’의 캐서린 워터스턴, ‘본 투 비 블루’의 카르멘 에조고 등 신뢰감을 주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

예고편만으로도 큰 스케일이 느껴지며 ‘해리포터’ 시리즈의 명성을 잇는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탄생을 기대해볼 만하다. 영화는 2D와 3D, 아이맥스 3D, 4DX 등 다양한 버전으로 개봉될 예정이다.(장르:판타지·어드벤처, 등급: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133분)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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