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빅게임 필드’ 외연도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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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11   |  발행일 2016-11-11 제38면   |  수정 2016-11-11
미터급 부시리 입질에 선수서 선미까지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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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열도에서 캐스팅 게임으로 낚아낸 부시리를 들어 보이는 다이와 솔트루어 스태프들. 왼쪽부터 김선민·성상보·임향빈·이영수·민종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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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보 필드테스터가 낚아낸 부시리의 체장을 계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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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6분. 김선민·성상보·이영수씨가 동시에 입질을 받아 파이팅 하고 있다.

지난 여름이었다. 정확히 7월30일. 안면도 영목항에서 루비나호를 운영하는 김선민 선장에게서 온 카톡 문자. 이어 전송된 몇 장의 사진은 대형 부시리였다. 나는 멋있다, 축하한다 정도의 형식적인 인사말을 보낸 후 잊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다시 김 선장으로부터 카톡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글도 없이 사진만 주르륵 전송해왔다. 그 마지막 사진은 계측자 위에 눕힌 부시리였고, 그 꼬리지느러미가 1.5m 눈금 위를 지나고 있었다. 유혹이었다. 이후 9월16일, 다시 그에게서 몇 장의 대형 부시리 사진이 날아왔다. 결국 나는 그에게 제안을 했다. ‘팀을 짜서 제대로 한 번 취재 해보자.’

김선민 루비나호 선장의 몇차례 문자
1.5m 넘는 대형 부시리 사진에 취재행

안면도 남쪽 영목항서 35㎞의 외연도
관장도 거쳐 황도서 1.2m짜리 첫 입질
간조 가까운 때 변도선 80㎝급 씨알만

그러다 거의 포기에 이른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시다발 파이팅 열댓마리 조과


◆외연도, 빅게임을 위한 필드

그렇게 해서 지난 9월22일 다이와 솔트루어 스태프들과 함께 안면도 영목항에서 김 선장이 모는 루비나호에 올랐다. 올해 초 새로 진수한 루비나호는 완벽한 루어낚싯배다. 김 선장은 넓은 철판을 씌워 선수의 턱을 없앴고 태클박스를 놓을 수 있게 선미에는 고정 테이블을 놓았다.

주꾸미 시즌이 한창이었지만 김 선장은 지난 여름부터 온통 부시리에 푹 빠져 있었다. 전문 바다루어꾼이기도 한 그는 주꾸미낚시 정도로 시즌을 보내는 게 어쩌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김 선장의 시선은 좀 더 멀리 가 있다.

“아직 이쪽(서해권)에는 빅게임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얇아요. 우선 제가 먼저 시도를 해보려는 겁니다. 외연열도에 어마어마한 부시리 자원은 이미 확인했으니 빅게임을 위한 필드는 확보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황도에서 받은 첫 입질이 1.2m

외연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남 보령군 오천면에 속한 섬. 안면도 남쪽 끝 영목항에서 외연도까지 직선거리가 35㎞. 시속 20노트로 꾸준히 달려도 1시간을 가야 닿는다.

영목항을 떠난 지 40분쯤 지났을까. 루비나호의 엔진 소리가 작아진다.

“외연도 가기 전에 여기 관장도부터 점검해 보죠.” 이때가 오전 6시40분. 만조다. 외연도 부시리 포인트는 썰물 포인트라 아직은 시간이 넉넉하기에 외연열도의 북쪽 부속섬인 관장도에서 스타트를 해보자는 김 선장의 말이다. 최근 관장도 남쪽 해상에서 미터급 부시리가 제법 낚였다는 정보도 덧붙인다. 그러나 이날 관장도에서는 전혀 입질이 없었다. 30분 정도 머물다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 외연도로 향했다.

첫 입질은 외연열도의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 황도에서 들어왔다. 오전 8시30분쯤 선수에서 채비를 날린 성상보씨가 걸었다. 낚싯대 손잡이 끝을 파이팅 벨트에 단단히 고정시킨 성상보 프로. 이미 낚싯대는 U자로 휘어져 있다. 선수에서 시작된 파이팅이 선실 옆을 지나 선미로 옮겨진다. ‘알부시리(작은 부시리를 일컫는 꾼들의 은어)급’이 아니다. 김 선장이 뜰채를 들고 성상보 프로의 옆에서 대기하고 있지만 좀처럼 녀석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채비가 터지지 않는 한 이런 게임은 거의 꾼의 승리로 끝이 난다. 게다가 성 프로는 전문 빅 게이머다. 결국 김 선장의 뜰채에 담겨 갑판으로 올라온 부시리. 한눈에도 1m는 훌쩍 넘어 보인다. 계측자 위에 눕혀 보니 꼬리지느러미가 1.2m를 가리킨다.

“예신도 없이 바로 때려버리는데…?”

성 프로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황도 부근에는 눈에 띄는 보일링(대형 어종이 멸치 등 작은 물고기를 쫓을 때 바다 표면이 끓는 듯한 모습)이 없었다. 원투한 펜슬베이트를 릴링하는 도중에 갑자기 받은 공격이었다.

“여기 부시리 입질 패턴이 원래 그래요. 예신이 없어요. 하층에 머물러 있다가 머리 위를 지나가는 베이트피시를 덮치는 식입니다.”

◆11월부터는 지깅으로 전환

김선민 선장의 말대로라면 이건 쉽지 않은 낚시다. 부시리나 대삼치 같은 대형 어종을 노리는 캐스팅 게임은 기본적으로 보일링이 타깃이다. 대형 어종이 베이트피시를 쫓을 때 생기는 ‘물이 끓는 현상’. 꾼들은 그걸 보고 루어를 날리기 때문이다. 부시리는 베이트피시 부근에 떨어진 루어를 공격한다. 이때 한두 번의 예신을 받고 마지막으로 덮치는 공격에 히트를 해내는 게 캐스팅 게임의 베이스 패턴이다. 그런데 외연도권의 부시리는 예신 없이 바로 덮친다. 그래서 여기 외연도에서는 부시리가 회유하는 길목을 잘 아는 선장이 필요하다. 김 선장은 이미 수년 동안의 탐사로 외연열도 부시리 회유목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다.

성 프로가 1.2m 부시리 한 마리를 걸어낸 후 한동안은 잠잠했다. 그리고 황도 인근의 변도(똥섬)에서 김 선장이 80㎝급 부시리 한 마리를 히트했고, 한 시간 후 이영수 스태프가 비슷한 씨알을 걸어냈다. 간조가 가까워졌다. 물이 정체되는 시간. 에깅채비로 바꾼 후 잠시 외연도 본섬에서 무늬오징어를 노려봤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외연도 부시리 캐스팅 게임의 백미는 점심식사 후 이어진 후반전이었다. 아니, 사실은 거의 포기하고 귀항을 할까말까 망설이던 무렵이라고 해야 옳겠다. 그만큼 이날 부시리의 활성도는 떨어져 있었다.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이날 부시리 캐스팅 게임의 절정은 딱 이 한 시간 동안이었다.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보일링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다. 섬 연안 곳곳에서 갯바위에 바짝 붙은 자리에서 물이 끓기 시작했다. 학꽁치 떼였다. 휙~ 휘~! 펜슬베이트가 날아가고 선수와 선미 여기저기에서 동시다발로 파이팅이 펼쳐졌다. 김 선장에 이어 그때까지 전혀 입질을 받지 못하고 있던 임향빈씨가 낚싯대를 세워 버티고 있다. 뱃머리에서 입질을 받은 임씨도 부시리를 따라 선미까지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리고 갑판 위에 올린 건 다시 1.2m짜리 부시리. 이후 민종홍씨도 연속으로 두 마리를 히트하면서 이날 외연열도 부시리 캐스팅 게임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다이와 솔트루어 스태프 5명이 낚아낸 부시리는 얼추 열댓 마리. 한두 마리를 빼고는 모두 미터 오버급이었다. 그것도 대부분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올린 조과.

김 선장에 따르면 10월 중순까지는 이렇게 캐스팅 게임으로 미터급 부시리를 낚을 수 있고 11월로 넘어가면 지깅으로 대형 부시리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시즌은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조황 문의 안면도 루비나호(010-5514-1317)

월간낚시21 기자·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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