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포항타워를 오르고 레일바이크도 타고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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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01   |  발행일 2016-11-01 제30면   |  수정 2016-11-01
20161101

추진 중인 포항철강타워가
관광객이 찾는 명소 되려면
동양 최대 수식어 하나쯤은
붙일 수 있어야 가능할 것
시민·포스코 동의·동참 필요


포항시가 최근 ‘포항 철강타워’(가칭)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포항으로 온 지 한달쯤 흐른 지난 3월 ‘포항,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경북 제1의 도시, 국내 제1의 철강도시 포항에 이렇다할 랜드마크가 없다고 지적하고, 포스코가 생산한 철로 포항의 랜드마크가 될 ‘포항 타워’를 건립하자고 제안했다. 이같은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 꽤 반가운 소식이다. 정작 이를 더 반길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다. 박 명예회장은 2008년 포항시의 요청으로 포스코측에 도쿄타워나 에펠탑과 같은 세계적인 타워 건립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생전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 포항시가 그 타워를 건립하겠다고 밝혔으니 생전의 소망 하나를 이루게 된 셈이다.

미국의 도시계획 전문가인 케빈 린치는 도시의 5대 구성 요소 중 한가지로 랜드마크를 꼽았다. 그는 랜드마크는 도시 공간의 이정표 역할, 도시 정체성의 대표 역할, 관광객 유인 역할을 할만큼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포항시가 이번에 포항의 랜드마크로 철강타워를 건립하겠다고 나선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시 승격 70주년, 포스코 건립 50주년 기념사업으로 2019년까지 민간자본 1천500억원을 들여 높이 300m의 포항 철강타워를 건립할 계획이다. 타워가 들어설 후보지로 영일대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인근, 포항운하 주변 등이 거론된다. 물론 타워 건립에 필요한 철은 포스코에서 공급받을 계획이다.

타워 건립사업 마무리까지 보완하고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않다. 우선 타워의 규모 문제다. 대표적 타워인 파리 에펠탑은 높이가 324m, 도쿄타워는 333m, 마카오타워는 338m다. 뒤늦게 건립되는 포항타워는 기존의 세계적 타워보다는 얼마라도 높아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관광객들이 포항타워를 보러오게 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는 아니더라도 동양 최대라는 수식어 하나쯤은 붙일 수 있어야 한다.

포항타워 건립은 시민은 물론 포스코의 적극적인 동참과 사전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사업비 대부분을 민간자본으로 충당한다 하더라도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차원에서 시민 모금도 검토해 볼 만하다. 타워에 쓰일 철 조각마다 시민들의 이름을 적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번 포항타워 건립 추진 과정에서 포스코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코 협조없는 타워 건립은 어렵다. 포항시는 지금부터라도 포스코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포스코도 포항타워 건립에 적극 나서는 게 고 박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고, 철강 도시 포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하는 일이다.

포항타워 건립은 포스코만 쳐다보는 포항의 산업 구조에 다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철강 산업을 기반으로 관광 산업을 포항 산업 구조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할 기회다. 포항의 귀중한 미래 먹거리를 하나 찾는 일이기도 하다. 관광 산업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포항 폐철도부지 도시 숲 조성 사업의 일부 수정도 필요하다. 단순히 공원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폐철도 레일을 활용한 레일바이크도 운행하자. 옛 포항역~효자역 간 4.3㎞에 이르는 도심 레일바이크는 관광상품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포항타워에 도심 레일바이크까지 운행된다면 포항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포항타워 건립이 가시화되면서 일부에서는 벌써 부정적 목소리도 나온다. 이 사업은 시간에 쫒겨 서둘러서도 안된다. 포항의 대표 랜드마크를 만드는 일인 만큼 사전에 우려되는 문제점을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포항타워에는 지역의 정체성과 시민들의 자긍심이 담겨야 한다. 여기에 포항의 과거, 현재, 미래의 스토리까지 가미되면 더욱 좋다. 푸른 동해가 보이는 포항타워를 오르고, 포항 도심을 가로지르는 레일바이크도 탈 수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포항을 찾지 않을까.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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