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추억 보따리’ 선물하세요”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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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31 08:16  |  수정 2016-10-31 09:34  |  발행일 2016-10-31 제18면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가족과 추억 만들 시간 부족한 아이
비싼 외식보다 함께 만드는 음식이
용돈보단 정성 담긴 손편지가 중요
20161031

이집트 피라미드, 중국 만리장성, 페루 마추픽추, 인도 타지마할,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

참 신기하죠? 포클레인, 크레인, 트럭도 없던 그 옛날 어떻게 저런 건축물을 지었을까. 생각만 해도 신기합니다. 현대의 기술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세계 불가사의 건축물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요. 이처럼 오랜 세월 신비로움을 간직한 불가사의 건축물 중 하나가 불과 100년 전 경매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바로 영국 솔즈베리 평원에 위치한 스톤헨지입니다. 스톤헨지는 기원전 1천600년경, 신석기 시대에 세워진 원형 입석 구조물로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직까지 그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주변에 큰 돌을 구할 곳이 없음에도 무게가 무려 50t이나 되는 돌을 사람들이 옮겼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1915년, 한 가문의 소유였던 스톤헨지가 경매로 나왔고 미국인이 스톤헨지를 구입하여 미국에 가져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다행히 미국인이 아닌 영국인 변호사 세실 처브에게 낙찰되었고, 3년 뒤 영국 정부에 기부함으로써 지금의 스톤헨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세실 처브는 처음부터 스톤헨지를 구매하려고 경매장에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내가 원하는 의자를 구매하기 위해 경매장에 갔다가 스톤헨지가 경매에 나온 것을 목격하고 경매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거액의 금액을 투자하면서도 스톤헨지를 구매한 이유는 아주 간단하였습니다. 바로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이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공부하기 어렵던 어린 시절, 답답할 때마다 자주 찾았던 스톤헨지는 세실 처브에게 편안함을 주었고, 거기서 꿈을 키웠으며, 성공한 뒤에도 가끔씩 찾아 마음의 평화를 찾던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한 사람의 추억으로 세계문화유산인 스톤헨지를 지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뛰놀던 개구쟁이 어린 시절, 졸업식날 가족들과 함께 먹던 자장면, 다소 과장된 군대 이야기, 만남과 헤어짐의 연애 시절 등 저마다 추억 보따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년부터 추억 보따리를 풀어내는 복고풍이 방송계의 트렌드였습니다. 1988년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응답하라 1988’, 잊혔던 90년대 가수들의 컴백 공연 등 그 당시 추억을 떠올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저도 초등학생 딸과 함께 TV를 보면서 아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고, 귀를 쫑긋 세워 듣는 딸도 매우 신기해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친구들보다는 스마트폰이 친근하고, 집밥보다는 편의점 컵라면과 햄버거가 익숙합니다. 학교, 학원, 집을 다람쥐 쳇바퀴처럼 도는 바쁜 생활로 인해 학교 안팎에서 친구, 가족들과 추억을 만들 시간(기회)이 부족합니다.

최근 학교현장에서는 자유학기제, 스포츠클럽, 동아리활동, 협력학습, 수련활동 등 학교 내에서 학업 부담을 줄이면서 친구들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랑의 도시락데이, 가족 캠프, 할매·할배의 날 을 운영하여 학생들 추억 보따리를 채워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추억, 특히 어린 시절 가족 간의 아름다운 추억만큼 귀하고 강렬하며 아이의 앞날에 유익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는 말처럼 이제 가정에서도 자녀의 추억 보따리를 채워 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맞벌이 가정, 핵가족 증가 등으로 삶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지만 가족이라는 큰 울타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대신 삶의 변화에 따른 현명하고 적극적인 대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급 식당에서의 외식보다 부모님과 함께 만들어 먹는 음식이, 비싼 생일 선물보다 방 안을 예쁘게 꾸민 풍선이, 지갑에서 바로 꺼내 준 용돈보다 손편지가 담긴 용돈 봉투가 자녀에게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에디 쉐이퍼는 ‘가정은 추억의 박물관’이라고 하였습니다. 오늘은 내일의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우리의 추억 보따리를 채워주셨듯이 이제 자녀들의 추억 보따리를 하나둘씩 채워주면 어떨까요? 더 늦기 전에….

신민식<대구학생문화센터 교육연구사,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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