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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광석이 유년 시절을 보낸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옆 골목에 조성된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영남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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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광석의 생전 공연 모습. |
입대할 때는 ‘이등병의 편지’, 서른이 다 되어 갈 땐 ‘서른 즈음에’, 이별의 아픔에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실패의 쓴잔을 맛봤을 적엔 ‘일어나’,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을 땐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김광석의 노래를 만나게 되는 때가 있다. 그의 노래는 듣는 이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노래하는 철학자’로 불리기도 한 김광석은 대구에서 태어났다. 대구 중구 방천시장 옆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이하 김광석 길)에는 그가 생전 모습보다 더 다양한 얼굴로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1년 365일 그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전국 각지에서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몰려들고, 제2·제3의 김광석들이 골목 여기저기서 통기타를 뜯으며 노래한다. ‘영원한 가객’ 고(故) 김광석은 떠났지만 그의 노래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이등병의 편지·서른 즈음에…
우리의 삶에 깊게 녹아든 노래
추모음악회·경연 전국적 관심
어릴적 김광석 뛰놀던 방천시장
벽화 47점·야외공연장 등 갖춰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로 탄생
◆대구가 낳은 불세출의 가객
김광석은 1964년 1월22일 대구 대봉동에서 태어났다. 자유당 정권 시절 교원노조 사태로 교단을 떠난 전직교사 아버지의 3남2녀 중 막내였다. 그는 5세 때까지 대봉동에서 살다가 1968년 가족과 함께 서울 창신동으로 이사했다.
경희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관현악부 활동을 하면서 악보를 보는 법과 바이올린과 오보에,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 대광고교에 입학해서는 합창부 단원으로 활동하며 음악적 감수성을 키워나갔다.
1982년 명지대 경영학과 입학 후 연합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민중가요를 부르고, 선배들과 소극장에서서 공연을 시작했다. 1984년 김민기의 ‘개똥이’ 음반 제작에 참여했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에도 목소리를 담았다. 1988년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결성한 동물원 1집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하게 된다.
그 뒤 1989년 솔로로 데뷔해 첫 앨범 ‘김광석 1집’을 내놨고 1991년 2집, 1992년에 3집을 발표했다. 1994년 마지막 정규 음반인 4집을 내놨다. 정규 음반 외에 리메이크 앨범인 ‘다시부르기’ 1집과 2집을 1993년과 1995년에 각각 발표했다.
1991년부터 꾸준히 대학로에 있는 ‘학전’ 등 소극장을 중심으로 공연을 했고, 1995년 8월에는 무려 1천 회 공연 기록을 세웠다. ‘사랑했지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먼지가 되어’ ‘거리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서정적이고도 애잔한 가사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 빼어난 가창력으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 모던포크의 계승자로 불리며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치던 중 1996년 1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의 탄생
김광석이 대구 출신이라는 점이 몇 년 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가 어렸을 적 뛰놀았다고 전해지는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옆 골목에 ‘김광석 길’이 조성되면서부터다.
방천시장은 대구 도심을 남북으로 통과하는 신천과 동서로 달리는 국채보상로가 만나는 수성교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신천 제방을 따라 개설된 시장이라고 해서 방천시장으로 불렸다. 1945년 광복 이후 일본과 만주 등지에서 돌아온 이주민들이 호구지책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이 방천시장의 시초가 됐다고 한다.
이후 60년대 방천시장은 싸전과 떡전으로 유명했고, 한때는 점포 수가 1천 개를 넘을 정도로 큰 대구의 대표적 전통시장 중 한 곳이었다. 그러나 도심공동화와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 밀려 점점 쇠락해 가던 중 2009년부터 중구청의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2009년 2~6월)와 ‘문전성시 프로젝트’(2009년 10월~2011년 12월)를 통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는 2011 대구세계육상경기대회를 앞두고 마라톤 코스에 포함된 방천시장 일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사업에 선정됨으로써 오늘날 ‘김광석 길’이 태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시장 상인과 예술가 상인이 중심이 돼 전통시장에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고, 문화예술장터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 게이트 설치와 가판대 디자인 개선 등 환경개선이 이뤄졌고 김광석을 테마로 꾸민 ‘김광석 길’이 조성됐다.
신천 제방을 따라 조성된 이 길은 김광석 동상 등 조형물 2점과 벽화 47점, 골목방송 스튜디오 1곳, 27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 등으로 꾸며졌다. 스피커에선 매일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주변에는 유명 음식점과 커피숍 등이 들어서면서 명실상부한 대구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에는 하루 평균 주 중에는 1천여 명, 주말에는 5천~6천명씩 찾고 있다.
◆고향 대구서도 매년 추모행사
김광석의 고향 대구에서는 ‘김광석 길’을 중심으로 해마다 각종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2012년부터 모두 4회에 걸쳐 김광석 노래부르기 대회가 열렸고, 2014년에는 김광석 탄생 50주년을 맞아 김광석 추모 음악회가 개최됐다.
올해 1월9일에는 김광석 20주기 추모 콘서트가 김광석 길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김광석의 기일은 1월6일이지만, 1월22일이 그의 생일이기도 해 보다 많은 사람이 공연장을 찾을 수 있도록 1월 첫 주 토요일에 행사를 마련했다.
추모 콘서트는 김명환 트리오의 연주를 시작으로 테너 노성훈의 열연, TV 예능프로그램 ‘히든싱어’ 김광석 편에서 주목을 받은 가수 채환의 노래, 김광석에게 부치는 편지 낭독, 추모 및 소원 글을 적은 종이비행기 날리기 등 퍼포먼스로 꾸며졌다.
지난 8일에는 ‘2016 김광석, 나의 노래 다시 부르기’ 경연대회도 펼쳐졌다. 지난 8월부터 전국에서 도전한 164팀 중 동영상 심사를 통해 25팀을 선발했고, 10월1일 김광석 길 콘서트홀에서 열린 2차 예선을 통해 선발된 본선 진출자 12팀이 제2·제3의 김광석을 꿈꾸며 실력을 뽐냈다. 밴드 ‘장미여관’과 ‘좋아서 하는 밴드’, 가수 정동하의 공연도 이어졌다.
이 밖에도 김광석 추모 사진전과 한여름 밤의 영화음악회, 버스킹 공연 등 김광석을 추모하는 각종 공연과 행사 등이 매년 열리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김광석이 살았던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 골목이 그의 삶과 음악을 테마로 한 벽화거리로 조성돼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매년 가을 방천시장과 동성로 일대에서 ‘김광석 노래 부르기 경연대회’를 개최하는 등 그의 고향 대구에서 김광석을 추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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