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과학 한류의 싸이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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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4 07:56  |  수정 2016-10-24 07:56  |  발행일 2016-10-24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과학 한류의 싸이를 기다리며

몇해 전 가수 싸이는 말춤과 중독성 있는 후렴구를 가진 ‘강남스타일’이란 노래로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였습니다. 가히 말로 세계를 제패한 두 동양인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진짜 말(physical horse)을 탄 칭기즈칸과 사이버 말(cyber horse)을 탄 싸이란 우스갯소리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1980년 초 조금씩 키워갔던 K-pop music(K팝) 세계화 노력이 강남스타일로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분야는 어떤가요? K클래식(K-Classical Music)도 마찬가지입니다. 1967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가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1위를 차지한 이래 꾸준히 성장하여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씨가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실제 클래식 분야에서는 한국인의 수상 소식이 하도 많아 큰 기사가 되지 않을 정도라 합니다.

운동 분야도 볼까요? 20세기 우리나라는 권투 등의 격투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실제 과학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종목에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K스포츠 (K-Sports)의 위상도 한껏 올라갔습니다. 특히 올 초 겨울스포츠 종목인 봅슬레이에서 우승을 한 것은 너무나 놀라운 일입니다. 이는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한 일이었고, 체계적이고 치밀한 과학적 훈련 없이는 우승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가 힘을 쓰지 못하는 분야는 안타깝게도 향기박사도 종사하고 있는 기초과학 분야인 것 같습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모두 발표되었고, 이웃 나라 일본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정말 일본 기초과학의 끝이 어디인지, 매년 화수분처럼 인류에 기여하는 우수한 기초과학자들을 배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우리 기초과학 역사를 찾아보니 한국계 과학자로 가장 노벨상에 가깝게 다가갔던 사람이 한 분 있었습니다. 입자물리학 분야 대가인 벤자민 리(Benjamin W Lee) 교수님입니다, 우리에게는 ‘이휘소 박사님’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1979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압두스 살람 교수와 스티븐 와인버그 교수는 각각 ‘벤자민 리의 자리에 내가 있다’ ‘내가 받은 노벨상은 원래 벤자민 리에게 가야 할 상이다. 그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휘소 박사님이 197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이들과 함께하지 못하셨다는 것이 대부분 관련 분야 선도 과학자들의 증언입니다. 또 네덜란드의 헤라르뒤스 엇호프트 박사는 1970년 대학원 시절 이휘소 박사님의 논문과 강의에서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얻어 연구를 지속한 결과, 이후 1999년 이 분야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이휘소 박사님이 그 당시 노벨상을 받았더라도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이 일본처럼 세계에 기여하는 업적을 양산하는 나라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기초과학 강국의 역사를 보면 적어도 과학역사가 3세대는 쌓여야 비로소 세계에 기여하는 연구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세대는 처음 과학이 전수되고 이를 교육하는 세대, 2세대는 연구를 꽃피우는 세대, 그리고 3세대는 비로소 연구성과를 도출하는 세대입니다. 우리나라가 체계적인 과학기술이란 것을 본격적으로 접한 시기는 우리나라 근대화가 시작된 1960년대라고 합니다. 따라서 계산해보면 이제 우리나라 과학 나이는 약 2.5세대로, 세계에 기여할 만한 성과들을 도출하는 세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너무 노벨상이나 당장의 성과에만 집착하면 10년 전 우리나라에, 또 얼마 전 일본에 나타난 거짓 과학자들을 다시 만날까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추수를 앞둔 늦가을 농부의 심정으로 애정을 갖고 우리나라 과학자들을 좀 더 지켜봐주길 기대합니다. 기다림의 보람으로 우리나라 미래 과학자들이 과학계의 싸이가 되어 전 세계에 K-Science(K사이언스)를 전파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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