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Sully)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6-10-21   |  발행일 2016-10-21 제43면   |  수정 2016-10-21
영웅으로 불리는 개인의 인간적 내면을 담다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Sully)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Sully)

배우 출신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Sully)’은 2009년 1월15일, 뉴욕 허드슨강에 불시착하고도 155명 전원이 무사했던 US항공 1549편의 실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뉴욕은 가을이 환상적이라지만 허드슨강과 이스트강이 대서양으로 합류하는, 애플(apple)이란 애칭의 이 도시는 사계절이 다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처소적 아이콘이다. 특히 새하얀 백설이 점점이 수놓은 허드슨강을 따라 자유의 여신이 횃불을 들고 맞이하는 리버티섬을 지나 브루클린 다리 아래로 처연히 깔리는 농무가 인트리피드 해상박물관 해면에 똬리를 트는 겨울의 뉴욕은 너무나 고혹적이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겨울 풍경화 속의 허드슨강으로 여객기가 비상착수했고 이것이 실화이며, 더군다나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는 사실은 9·11 이후 항공기 테러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숱한 미국민의 가슴에 자기위안의 청량한 기폭제로 남게 한다.

따라서 그날의 상황을 그대로 화면에 옮긴 영화는 순간의 직관적 기지로 탑승객 전원을 살린 1549편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톰 행크스)의 영웅담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대표적인 민간항공사 US항공은 동부의 2대 허브를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과 노스캐롤라이나의 샬럿 공항으로 정하여 여객 운송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여타 군소도시로 향하는 승객들은 일단 이들 양대 공항에서 환승하여 최종목적지로 가는 시스템이다. 이를 테면 라과디아-샬럿 구간은 US항공의 황금노선인 셈인데 따라서 가장 빈번한 구간을 운항하는 1549편의 사고 개연성은 여타 구간에 비해 그만큼 높은 편이며, 여기서 발생한 기적적 사건과 그 한가운데 선 한 개인의 영웅적 행적에 스토리텔링의 궤적을 맞추면 영화는 일사천리의 기승전결을 갖춘 어드밴처 드라마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찍이 액션스타로 명성을 떨쳤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그간 그의 연출작에서 보였던 바처럼 주인공의 영웅적 행적과 그 파급효과보단 그 내면의 심리적 파고에 관심을 기울인다. 분명코 설렌버거 자신은 탑승자 전원의 생명을 책임진 파일럿으로 판단과 실행의 그 순간, 최선을 다했으나 국가운수안전위원회가 제기하는 일련의 의혹들(한쪽 엔진의 가용성, 라과디아 공항으로의 회항 가능성) 앞에서 잠시나마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인간임을 9·11을 연상시키는 악몽, 아내(로라 리니)와의 애절한 통화 등의 장면을 통해 요연히 보여준다.

1549편의 회항 가능성을 기계적으로 입증하는 청문회 시뮬레이션 결과에 사건 당시의 인간적 요인이 배제됐다며 반박하는 톰 행크스의 결연한 눈매는 항공기는 기계이지만 인간이 제어하며 여기에서 항공안전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불변의 진리를 각인시킨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