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체험교육과 참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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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17 07:51  |  수정 2016-10-17 07:51  |  발행일 2016-10-17 제15면
[행복한 교육] 체험교육과 참학력
임성무 <대구 화동초등 교사>

나는 체험교육 주의자이다. 적어도 초등학교 교육에서는 체험을 통해서 배우지 않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고 과도한 주장을 자주 한다. 가끔은 절대 진리처럼 믿고 있을 때도 많다.

지금 3학년 아이들은 과학시간에 여러 가지 동물과 퇴적암을 배우고 있다. 그런데 3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인데도 수업 설계를 잘 못하겠다. 자연환경이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르게 살아가는 동물을 교실에서 공부를 하려니 힘이 든다. 겨우 동물카드와 동영상, 아이들의 경험에 의존하여 수업하는 것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달성공원에 다녀온 학생이 겨우 두 명이다. 그것도 유치원 때 가보았으니 기억이 거의 없다. 퇴적암은 어떤가? 암석 표본과 학교에 설치된 암석원을 이용하는 게 전부다. 며칠 전 영덕 블루로드를 걷다가 암석 공부하기에 정말 멋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성암, 변성암, 퇴적암이 길을 따라 색깔이 변하면서 나타났다. 하지만 지질공원으로 지정받으려는 노력에 비해 단 한 곳도 현장에서 지질을 설명하고 있지 않았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이곳을 걸으면서 암석과 지질의 역사를 공부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3학년 사회는 1학기 우리 마을을 공부하고, 2학기에는 대구 전체를 배워야 하고, 다른 고장과의 교류를 공부해야 한다. 우리 반 사회과부도는 지저분하다. 대구시가 어느 나라의 도시와 교류하는지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서 지도에 표시했다. 달성군 교류도시에 대해서는 군청 자치행정과에 직접 전화를 해서 조사를 하고 지도에 표시했다. 이제 아이들은 대구관광지도를 만들기 위해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지역을 나누어 체험학습을 떠나려고 계획하고 있다. 이왕 가족 여행을 갈 것이라면 아이들의 학습에 도움이 되도록 안내하고 수업을 설계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성주 한개마을 별빛축제에서 관측을 지원했다. 참가한 사람 모두 난생처음 천체망원경으로 별 관측을 해 본 것 같았다. 달만 보여주어도 사람들은 감동한다. 신당초등학교는 2년째 계절별로 천체관측회를 열고 있다. 매회 학생과 가족들이 150여 명씩 참여한다. 이제는 수준이 높아져서 며칠 전에는 천체망원경에 대해 강의를 했다. 학교마다 천체망원경이 과학실에 잘 모셔져 있다. 하지만 고가의 천체망원경은 운동장에서 작동된 기억이 없다.

몇 해 전 아이들과 벼를 심고 벼 베기 체험을 가서 농부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놀라운 지식을 얻었다. 나는 해마다 가을이 되면 나락을 가져와서 아이들에게 한 대궁에 몇 알의 벼가 달렸는지 세어보게 한다. 네댓 알이 자란 모를 심었더니 스무 대궁이로 늘어났고, 한 대궁에 나락이 100여 개가 달리면 흉년이고 130알 넘게 달리면 풍년이 들었다고 말한단다. 결국 벼 네댓 알에 최소한 2천알이 넘게 달리는 것이다. 이렇게 체험으로 교사가 농부에게 배우고 교사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대구교육청은 초등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발표대회라는 것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좋은 등급을 받아야 우수교사, 연구교사 승진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승진을 생각하는 교사들은 이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학교 숲에 자라는 동물과 식물을 탐구하는 교사는 보이지 않는다. 지역의 산·들·강·바다를 찾아서 학생을 위한 수업자료와 방법을 모색하고, 학생과 직접 현장을 찾아서 체험하는 모습이나 사례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내가 교육감이라면 교사에게 삶의 교육 실천사례나 체험학습 프로젝트 계발 사례가 많이 나오도록 교사의 연구 활동을 지원할 것이다. 많은 교육청이 참 학력에 대해 토론하고 포럼을 열고, 새롭게 학력관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학력관을 바꾸지 않고는 수업내용이 바뀌지 않는다. 학력관을 바꾸어야 수업방법도 바뀌고 교사의 삶의 방식도 바뀐다. 그래야 아이들이 참학력을 얻도록 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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