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포항 가스관 1918㎞…주민 “불안” 업체 “지진땐 자동 차단”

  • 김기태,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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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4 07:18  |  수정 2016-09-24 07:18  |  발행일 2016-09-24 제3면
‘지진 트라우마’ 가스시설은 안전한가

지난 12일 경주에서 역대급 지진이 발생한 이후 400회 이상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가스시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5년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사고와 올해 일본 구마모토현 지진(규모 7.3) 사례처럼 도시가스 배관을 통한 대형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스 관련 업계는 내진설계가 상당히 잘된 편이어서 걱정만큼 위험성은 별로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 “가스누출 따른 2차피해 우려된다”

23일 한국가스안전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도시가스 매설 배관은 총 1만2천744㎞로 일반 가정집은 물론 아파트, 업무용시설(식당 등), 산업용시설 등 전국 1천758만6천124곳에 연결돼 있다.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경주는 308㎞, 인근 포항지역은 1천610㎞의 도시가스 배관이 매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배관, 규모 6이상 견디게 제작”
내진설계 안된 건물선 누출 우려
시설 손상되면 대형사고 가능성



경주·포항에는 GS에너지 계열 서라벌도시가스와 SK E&S 영남에너지서비스가 각각 9만6천982곳, 18만4천17곳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사실상 도심 전체에 가스관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진 발생으로 도시가스 시설이 손상을 입을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포항 북구 흥해 A아파트 주민은 “지진으로 일상 생활이 마비될 정도다. 공포·노이로제도 심하다. 특히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가스 누출에 따른 화재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했다.

◆가스공급업체 “이중 안전장치로 걱정 없다”

반면 도시가스 공급업체는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입장이다. 영남에너지서비스 측은 “포항 전역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시설인 정압기는 학전리 등 2곳에 설치돼 있는데 강진이 발생하면 정압기가 자동으로 가스 공급을 차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아파트에서도 지진감지 장치가 설치돼 있어 가스 누출 시 자동으로 가스 공급이 차단되는 2차 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강진 등 재해가 발생할 경우 포항 전 구역에 공급되는 도시가스는 자동으로 차단된다는 의미다.

포스코 방재 관계자 역시 “가스 배관이 뒤틀리거나 휠 정도의 지진은 7.0 이상 규모다. 가스 공급이 멈춘 상태에서 배관에 남은 잔여 가스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대구 상인동 가스폭발의 경우 공기보다 무거운 LPG가 원인이 됐다. 누출된 LPG가 인근 공사장으로 가라앉으면서 원인 미상의 불씨를 만나 폭발로 이어졌다. 반면 현재 공급되는 도시가스는 공기보다 가벼운 액화천연가스(LNG)로, 매설된 가스배관을 통해 가스가 누출되더라도 지하에 머물지 않고 땅 밖으로 흘러나와 공기와 섞이게 된다. 이 때문에 업체 측은 가스가 누출돼도 과거보다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김영창 영남에너지서비스 안전기술팀장은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다만 만일에 대비해 각 가정은 가스 안전밸브를 잠그는 것을 생활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가스안전공사 양윤영 도시가스부장은 “도시가스 배관은 규모 6.0 이상의 지진도 견딜 수 있으며 일반사업자가 설치한 가스배관의 내진설계율은 45.4% 정도”라면서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건물 벽에 달린 배관인데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위험도가 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가스가 누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성에너지 관계자도 “대구지역에 설치된 도시가스배관은 내진 1등급을 만족하는 수준으로 설계됐으며 지난 12일 경주 강진 이후 가스위험으로 인한 신고는 1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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